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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촬영현장을 가다] '조선총잡이', 더위, 개구리, 나방과의 전쟁

백지은 기자

기사입력 2014-07-24 08:02



KBS2 수목극 '조선총잡이'가 더위와의 전쟁을 시작했다.

'조선총잡이'는 역대 픽션 사극에서는 다루지 않았던 개화기, 총과 칼의 싸움이란 독특한 소재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데다 이준기-남상미 커플이 MBC '개와 늑대의 시간' 이후 7년 만에 커플로 호흡을 맞췄다는 점에서 방영 전부터 화제를 모았던 작품이다. 더욱이 촬영용 디지털 카메라 선구자로 불리는 RED 카메라의 최신 기종인 EPIC DRAGON, 촬영용 전문 크레인, 스카이캠, 헬리캠, 수중카메라, 고프로, 5D 등 최첨단 장비를 동원해 영화에 못지 않은 최고 수준 화질을 구현해 '웰메이드 드라마'로 찬양받고 있다. 또 콘텐츠문화진흥원 당선작을 2년 여간 수정하며 태어난 완성도 높은 대본, KBS2 픽션 사극 중 가장 인기를 끌었던 '공주의 남자' 연출진이 가세하면서 나날이 시청률 상승세를 타고 있다. 그러나 '조선총잡이'에게도 아킬레스건은 있었다. 바로 한반도를 강타한 무더위다.



22일 충남 부여군 충화면에 위치한 야외세트장에서 KBS2 수목극 '조선총잡이' 현장 공개가 진행됐다. 이날 현장에서는 9회 25신 녹화가 시작되고 있었다. 9회 25신은 정수인(남상미)과 최혜원(전혜빈)의 감정 싸움이 그려지는 장면. 정수인이 최혜원에게 왜 박연하(김현수)를 보냈는지 따져 묻고, 이를 통해 두 사람의 관계가 팽팽한 긴장 구도를 형성하게 되는 중요한 신이다.

두 여배우 모두 감정 표현에 충실해야 하는 만큼, 최적의 컨디션을 보장하기 위한 스태프의 움직임이 바빠졌다. 야외 촬영장이라 냉난방 시설이 갖춰지지 않아 스태프가 직접 나서 연신 부채질을 해댔다. 더위를 무릅쓰고 배우를 배려하는 스태프의 복장은 민소매 혹은 반팔 티셔츠에 반바지로 통일됐다. 특히 이들의 목에는 한결같이 수건이 둘러져 있어 눈길을 끌었다. 시원한 물에 적신 수건을 목에 감아 더위를 식히기 위한 비책이었던 것. 살이 녹아내리는 듯한 더위에 뜨거운 조명까지 더해지다 보니 탈진을 막기 위해 일명 '소금 음료'까지 마시며 현장을 지키고 있다는 후문이다. 더위에 지친 건 여배우들도 마찬가지. 겹겹이 한복을 차려입어야 하는 만큼 더위도 몇 배로 찾아왔을 터다. 이들은 음료수로 목을 축이며 다음 신 촬영을 기다렸다.


하지만 무더위도 여배우들의 프로의식만은 꺾지 못했다. 남상미는 "내가 제일 편하다고 생각한다. 첫 사극이지만 내가 한복을 좋아하고 편하게 생각한다. 우리는 솔직히 치마 안에 시원한 옷을 입고 치마를 들면 된다. 그런데 남자분들은 바람이 들어갈 틈이 없다. 오히려 나보다는 남자분들이 더 고생하시는 것 같다. 장거리 촬영으로 피곤한 건 없다. '식객', '빛과 그림자' 등 장거리 촬영을 많이 했다. 다들 차에서 잠을 잘 못자는 스타일인데 나는 잘 잔다. 피곤하거나 힘든 것 없이 제일 편안하게 찍고 있는 것 같다"고 밝혔다.

또 하나, 더위와 함께 찾아온 불청객도 있었다. 바로 개구리다. 최원신의 집 주변에 조성된 연못엔 물이끼가 잔뜩 끼었지만 의외로 개구리 서식지가 됐다. 이에 밤 촬영을 할 때면 개구리 우는 소리에 난감할 때가 많다고. 여기에 환하게 켜진 조명을 보고 달겨든 나방떼 때문에 난감할 때도 한두 번이 아니다.



갖은 어려움 속에서도 '조선총잡이' 촬영 현장은 훈훈했다. 한주완은 "내가 막내라 분위기 메이커 노릇을 해야 하는데 오히려 선배님들에게 좋은 에너지를 받고 간다"고 말했다. 유오성은 "기본적으로 즐겁게 하고 있는 건 사실이다. 서로 현장에서 존중하고 배려하고 양보하고 희생하는 정서가 넘친다. 현장 관계자들이 이 작업을 즐기고 있다는 게 그런 결과(시청률 상승)로 나타나지 않았나 생각한디"고 전했다. 이준기 역시 "여름 작품 단골이라 힘든 건 없다. 오히려 무더위에서 뛰는 걸 좋아한다. 땀 흘리는 것도 좋아한다. 소매가 시스루가 되지만 땀 흘리는 남자가 섹시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여름에 포텐이 터질거라 생각하고 있다"며 "여름엔 몸이 전체적으로 릴렉스 되는 장점도 있다. 체력을 소모하면서 얼굴 붓기가 빠져 예쁜 상태로 화면에 나올 수도 있다. 사극을 여름에 찍으면 다채로운 색감을 느끼실 수도 있다. 예술이다. 여름이라 제작진 및 출연진이 많이 지칠 거라 생각하시겠지만 우리는 즐겁게 촬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부여=백지은 기자 silk781220@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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