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룡영화상후보작

스포츠조선

[인터뷰]차갑고 우울한 거미? "소주 2병은 거뜬히 즐기는 편안한 사람이랍니다!"

이정혁 기자

기사입력 2014-06-20 05:26


가수 거미가 4년 만에 새 앨범 '사랑했으니..됐어'를 발표했다. 거미는 "소속사를 옮기고 첫 앨범인만큼 회사에 도움이 되고 싶었다"고 밝혔다. 사진제공=씨제스엔터테인먼트

빅뱅, 2NE1, 싸이, 악동뮤지션 등이 소속된 YG엔터테인먼트(이하 YG)는 SM엔터테인먼트와 함께 K-POP을 대표하는 최고의 기획사로 꼽힌다.

그러다보니 많은 가수들이 YG에 들어가길 원하는 상황. 하지만 YG의 든든한 울타리를 박차고 나온 가수가 있다. 주인공은 올해로 데뷔 11년 차를 맞은 거미다. 그리고 거미가 찾은 새로운 소속사는 이정재 최민식 박성웅 송지효 등 실력파 배우들과 그룹 JYJ가 속한 씨제스엔터테인먼트(이하 씨제스)였다.

제2의 음악 인생을 준비하는 거미에게 소속사 이적과 관련해 속내를 들어봤다.


YG에서는 기회 부족. 씨제스의 인간미에 끌려

거미가 YG를 떠나기로 결심한 가장 큰 이유는 기회가 부족했기 때문. YG에 속한 가수들이 워낙 쟁쟁하다보니 새 앨범을 발표하는데 시간이 오래 걸릴 수 밖에 없었다.

거미는 "YG는 좋은 앨범이 아니면 발표를 하지 않는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신곡을 발표하기 까지 기간이 오래 걸렸다"며 "새로운 소속사에서는 아무래도 YG 때보다는 기회가 많이 생기지 않겠느냐"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그렇다면 왜 하필 씨제스를 새 소속사로 골랐을까. 거미는 "주변에서 걱정하는 분들이 많았던 것도 사실이다. 이유인 즉 씨제스에는 배우들이 많이 소속돼 있어 가수에게 불리하지 않겠느냐는 것이었다"며 "하지만 회사 직원들이 인간적이고, 내 노래를 홍보하는데 있어 큰 문제가 없을 것이란 확신이 들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번 앨범을 발표하면서 가장 걱정됐던 부분은 나의 성취감 보다는 새로운 소속사에 도움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거미가 들어온 것이 잘된 일이란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4년 만에 발표한 거미의 새 미니앨범에 대한 YG의 반응이 궁금했다. 거미는 "YG의 동생들이 음반을 들은 뒤 고생해서 잘 만든 거 같다고 말을 해주더라"며 환하게 웃어보였다.


사랑-이별, 안달복달한다고 되는게 아니더라

이번 앨범의 타이틀곡은 '사랑했으니..됐어'. 히트곡 메이커 김도훈 작곡가와 공감가는 가사로 사랑 받는 작사가 휘성이 호흡을 맞춘 곡으로, 거미의 빼어난 가창력이 100% 발휘됐다.

거미는 "예전에는 이별 노래를 부를때 매달리고 싶고 그 상황을 견디지 못하는 감성이었는데, 이번에는 이별을 극복하려는 감정을 표현해 봤다. 창법은 레게 창법을 가미했는데, 예전에 불렀던 창법으로는 새로운 느낌이 표현되지 않았다"라고 밝혔다.

'이별 노래 전문'으로 불리는 거미가 갑자기 이별을 대하는 자세가 달라진 이유가 궁금해졌다. "이별 뿐만 아니라 사랑도 막 미칠 것 같은 감정이 아닌 현실적 감정으로 표현하게 되더라. 이런 변화는 나이를 먹으며 자연스럽게 찾아온 것 같다. 사랑이나 이별이나 너무 안달복달한다고 되는게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이번 앨범에는 거미의 자작곡이 2곡 실렸다. 첫번째 트랙의 '놀러가자'는 JYJ 박유천이 내레이션과 피처링으로 참여했으며, '사랑해주세요'는 거미의 애절하고 감성적인 보이스가 돋보인다.

이 밖에 강렬한 비트가 매력적인 네오 소울 장르인 '지금 행복하세요'와 달콤한 분위기의 R&B 장르곡인 '누워'는 각각 절친인 휘성과 화요비가 선물한 곡이다.


노력하지 않는 천재? 엄청 노력하는 스타일

거미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여성 보컬리스트다. 노래를 장난감 다루듯이 쉽고 완벽하게 불러 '노래 100단'이라는 별명이 붙기도 했다.

노래를 너무 잘해 손해를 본 적은 없느냐는 질문에 거미는 "노력하지 않을 것 같다는 선입견"을 꼽았다. "그저 타고난 능력이라 생각하는 분들이 많은데 노력을 굉장히 많이 한다. 일정 부분 타고난 것도 있지만 거기에 노력을 더하면 발전 가능성은 무궁무진해 지는 것 같다."

거미도 부르기 힘들어하는 노래가 있을까. "물론 있다. 너무 못할 것 같은 노래는 안부른다(웃음)"며 "지난해 11월 프로듀서 겸 디제이로 활동 중인 빅브라더의 '온리 원'에 피처링으로 참여했다. 이 곡은 일렉트로닉 장르인데, 내 목소리가 어울리지 않을까 걱정을 많이 했는데 다행히 많이 좋아해 주더라."

벌써 데뷔 11년 차를 맞았지만 거미에게도 고비가 있었다. 데뷔 전부터 빼어난 가창력으로 주목을 받았는데 막상 데뷔를 하자 마자 성대결절로 제대로 활동을 못했던 것. 거미는 "데뷔 동기들과 비교해 성과가 너무 안좋아 소속사에 미안했다. 병원도 다녀보고 쉬기도 해봤는데 잘 낫지가 않더라"며 "그때 연습을 통해 해결책을 찾았다. 발성을 바꿔보고 2집을 준비하면서 목소리를 다시 찾을 수 있었다"고 아찔했던 순간을 떠올렸다.


차갑고 우울? 소주 2병은 거뜬히 즐긴다

거미에게 노래는 운명이었다. "어릴때는 노래를 너무 하고 싶었으나 다른 나라 이야기라 생각했다. 그러면서 피아노만 쳤는데 어느 순간 보면 노래를 부르고 있더라. 그걸 보면 나에게 가수는 정해진 길이었던 것 같다"는 거미는 "다만 연습생 생활을 7년간 했을 만큼 소망했던 것들을 조금씩 이뤄온 것이 많은 도움이 된 것 같다. 한번에 이뤘다면 많이 자만했을 것이다. 천천히 걸어온 덕에 사람들의 말에 귀를 기울이게 된 것 같다"고 밝혔다.

어느덧 33세가 된 거미도 결혼을 고민할까. "주변에서 '왜 결혼 안해'라고 하면 '이별 노래 좀 더 할게요' '돈 좀 더 벌게요'라고 말해왔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외로움도 타게 되는거 같고 누군가 내 편이 있는 것이 좋은 거 같아 결혼을 긍정적으로 생각하기 시작했다."

거미하면 차갑고 우울한 이미지가 먼저 떠오르지만 실제로는 털털하고 편안한 사람이다. 가장 즐거울 때는 언제냐는 질문에 "가족이나 친한 분들이 좋은 일이 있을때다. 물론 축하하기 위해 함께 술을 마실때"라며 평소 소주 2병은 거뜬히 마실 정도라고 주량을 과시했다.

새 소속사에서 새 출발을 선언한 거미는 "죽기 전까지 노래하는게 꿈이다. 늙어서도 표현하고 싶은 말은 노래로 하고 싶다"는 소망을 밝혔다.
이정혁 기자 jjangga@sportschosun.com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