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룡영화상후보작

스포츠조선

9년차 정일우의 성장, 무지개 뜨고 무한도전 시작하다

김겨울 기자

기사입력 2014-04-09 07:24



정일우의 배우 나이, 이제 아홉살이다.

2006년 김병욱표 '하이킥 키즈'로 최고 신인으로 크게 주목받은 뒤 황인뢰 감독의 '돌아온 일지매'로 제 몫을 거뜬히 해내는 배우로 성장했다. 이후 '아가씨를 부탁해', '49일', '꽃미남 라면가게', '해를 품은 달'과 '황금무지개'까지 아홉살 배우 인생에 차곡차곡 필모그래피를 쌓아 온 그다.

쉬지않고 달려온 그에게 평탄한 길만 주어졌던 것은 아니다. 가파른 언덕도 있었고, 가시밭 험로도 있었다. 하지만 정일우는 제 나이 또래 배우들의 조급함 대신 배우로서의 긴 여정을 장거리 레이스로 즐길 줄 알았다. 그래서 그에게 기회란 매번 올 수 있는 것이다. 그런 마음 가짐은 정일우를 비가 와도 눈이 와도 상관없게 만들어줬다. 무지개는 또 뜰테니까. MBC '황금무지개'를 마친 뒤 강남의 한 카페에서 정일우를 만났다.

-열애 보도가 났더라.

하하. 팬들이 만우절이라고 2NE1의 산다라 박과 같이 걸어가는 기사를 꾸며서 보내줬다. 합성한 사진이었는데, 깜짝 놀랐다. 하하. 본 적도 없는데.

-'돌아온 일지매' 때 보고 오랜만이다. 실물은 여전하다. 가끔 연예부 기자들에게 실물이 잘 생긴 배우가 누구냐고 물으면 두 사람을 꼽는데, 그 중 한 명이 정일우다.

하하. 이제는 나이가 들었다.

-'황금무지개'에서 변화무쌍한 캐릭터를 영리하게 잘 소화해냈다는 생각이 들더라. 배우로서 오기도 좀 보이고.


예전에 비해서 많이 여유가 생겼다. 몰입도 잘 된 편이다. 어머니도 이번 작품을 하면서 내게 '연기를 즐길 줄 알게 됐다'고 칭찬해주셨다.

-악인의 아들로서 풍요를 누리면서도 아버지를 배신해야 하는 연기 몰입이 쉽지 않았을텐데.

극 초반에는 밝은 캐릭터였다가 서서히 다크한 캐릭터로 변해간다. 드라마 시작하기 전에 팬들에게 정일우에게도 다양한 색깔이 있음을 보여주겠다고 약속한 부분이 있었다. 기존에 보여주지 못했던 연기를 보여주기위해 이를 악물고 했다.

-특별히 중점을 둔 부분이 있었다면.

내 톤을 찾으려고 노력했다. 함께 했던 조민기 선배가 남자 배우가 롱런을 하기위해서는 중저음의 톤을 가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후반부로 가면서 내 톤을 찾아서 연기가 안정감이 생기게 돼더라.

-바로 차기작을 준비한다던데.

시나리오를 보고 고르는 중인데, 고민이 된다. 좀 더 남자다운 모습을 보여줘야 할 지 로맨틱 코미디로 가야 할지.

-정일우하면 워낙 꽃미남 배우로 알려져있고, '하이킥'으로 하이틴스타로 발돋움해서 그런지 현실적인 캐릭터같지 않은 느낌이 강했다. '꽃미남 라면가게'나 '해를 품은 달'에서도 이어진 느낌인데, 이번 작품으로 정일우라는 배우가 현실감 있는 연기도 아주 잘 소화하는 배우라는 느낌이 들더라.

배우는 다양한 장르를 겪어봐야 한다고 믿는다. 이번 작품이 기존에 해오던 작품들에 비해 큰 이슈가 되진 않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연세 있는 어른들이 많이 좋아해주셨다. 덕분에 시청률도 높았다. 확실히 동네에서 아저씨들도 알아보시고, 팬 층이 넓어진 느낌이다.

-올해 9년차 배우가 됐다. 여러 작품을 하다보면 흥망을 겪게 된다. 또래 친구들이 나보다 더 이슈가 될 때 속상한 적도 있지 않나.

그건 없었다. 내가 잘 나갈 때도 있고, 배우는 작품과 시기에 따라 달라진다고 생각한다. 내가 작품을 아예 하지 못했다면 아쉬울 수도 있겠지만, 난 계속 작품을 해오고 있었다. 기회라는 것은 엎치락 뒤치락 한 게 아닐까.

-'황금무지개'의 연기를 보면서 배우로서 그동안 다양한 경험들도 있었지만, 사람 정일우도 다양한 변화를 겪었겠다는 생각이 들더라.

많은 것을 겪었다. 상처도 받아봤고, 아파보기도 했다. 연기라는 게 경험이 쌓이면서 무르익는다고 하지않나. 굳이 티 내지 않아도 이번 작품을 하면서 연기가 좋아졌다는 말을 많이 듣는다. 나를 본 사람들은 어릴 때부터 큰 어려움없이 자랐다는 말을 많이 한다. 어찌보면 사회 생활을 하면서 그런 아픔을 겪으면서 내적으로나 외적으로 성숙해지더라. 사실 예전에는 무엇을 하는 지도 모르고, 연기를 했던 적도 있었다. 요즘은 어떤 연기를 해야하는지, 어떤 식으로 해야할 지 스스로 잡아가는 측면이 있다.



-오늘 만나서 데뷔 때부터 지켜봤던 기자이자, 팬의 입장에서 정일우의 성장이 뿌듯하다는 생각이 든다. 이제는 눈치보지 않고 맘 껏 연기해도 되겠다.

예전에는 누가 나를 어떻게 볼 지에 대해 신경을 많이 썼다. 하지만 요즘 배운 건 배우가 책임감을 가지고 열심히 연기를 하면 시청자들도 몰입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저런 소리에 휘둘리고, 일희일비하면 연기는 흔들린다.

-스스로 답을 찾았나보다.

답을 찾았다고 해도 그때그때 상황에 따라 답이 달라질 수도 있다는 것도 알게 됐다.하하.

-'무한도전'에 나오는 것도 예전보다 한층 여유가 생긴 정일우의 모습 아닌가. 예전에는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기가 부담스럽다고 했었다.

예능을 아예 안했다. 내가 장기가 있는 것도 아니고, 사실 부담스러웠다. 하지만 요즘은 예능이 대세기도 하고, 무엇보다 '무한도전'에는 '하이킥' 때 아빠로 출연했던 (정)준하 형도 있고, (노)홍철이 형이나 길이 형도 같이 운동하는 형들이다. 운동하는 곳이 같아서 자주 본다. 때마침 타이밍도 드라마가 끝날 때였고, 출연하게 됐다.

-출연이 화제가 됐다.

우스갯소리로 '황금무지개'를 했을 때 났던 기사보다 '무한도전'에 한 번 출연하고 훨씬 기사가 많이 나더라.

-정일우의 '무한도전' 출연이 좀 더 마음을 여는 느낌으로 받아들여도 될까. 새로운 '도전'이지 않나.

예전에 비해 마음이 편해진 것은 맞다. 새로운 일을 받아들일 준비도 된 것 같다.

-아시아 팬미팅 투어도 잡혀있다고 들었다.

생각하면 많이 흥분된다. 5월 국내 팬미팅을 하고, 인도네시아 갔다가 일본 북경 상해 태국 대만 싱가포르를 도는 일정이다.

-한 해외팬에게 이런 질문을 한 적이 있다. "말도 잘 안통하고, 쉽게 만날 수도 없는 한국 스타를 좋아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그때 그 해외 팬은 "인생을 살아가는 이유"라고 답하더라. 말이 통하지 않아도 느껴지는 가슴 뭉클한 게 있더라.

진심이 느껴진다. 그래서 가슴이 뜨거워지기도 하고, 배우로서 더 잘해야겠다는 이유를 만들어준다.

-팬들과 교감하는 스타로 알려져있다. 손 편지도 썼다고.

지난해 9월 9일, 내 생일에 맞춰서 300명의 팬에게 직접 친필 편지를 썼다. 그 중에서 9일 생일에 맞춰 9명의 팬에게 무작위로 초대권을 넣어서 삼청동 레스토랑에서 특별한 이벤트를 해줬다. 팬들이 좋아하는 모습을 보니까 너무 좋더라. 이번 팬미팅을 위해 준비하는 특별한 것도 있다. 하하.

-혹시 치어리딩 아닌가.

하하하. 비밀이다. 과거 서울예대를 다닐 때 두달 동안 치어리더를 연습했다. 하지만 몸치고 해서 그런지 지금은 동작을 많이 잊어버렸다.

-사실 정일우가 꽃미남으로 부각됐는데, 실제로 만나면 '보스 기질'이 느껴진다. 실제 성격은 보스형 아닌가.

남학교를 계속 나와서. 그런 편이다. 친구들하고 여행을 가더라도 '가자'하고 내가 준비하고 그런 편이다.

-'무한도전'에서 보스 기질이 비쳐질까.

거긴 워낙 형들이고, 센 분들이 많아서 어렵다. 하하.



[보너스 인터뷰- 정일우의 뇌구조]

요새 정일우는 무슨 생각을 하고 살까. 인터뷰와 별도로 정일우에게 본인의 뇌구조를 그려주길 부탁했다. 정일우의 관심사, 걱정, 중요한 것 들이 나열된 뇌구조를 열어봤다.

-가장 크게 '차기작'과 '무한도전'이 그려있다.

배우로서 차기작에 대한 고민은 늘 숙제인 것 같다. 작품을 할 때도 마찬가지다. '무한도전'도 요즘 관심이 많이 간다.

-'혼자만의 시간'이 눈에 띈다.

드라마 하면서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지 못했다. '순례자의 길'과도 통하는 부분이 있는데, 나를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을 가지고 싶다.

-이밖에 설명 좀 해달라.

자동차는 워낙 자동차를 좋아해서. (차를 바꾸려고 하는가) 비밀이다. 대학원은 여름학기로 들어갈까 생각 중이다. 뇌구조라는 것이 올해 플랜을 적어놓은 것 같다.

-가족을 안 쓴 첫 스타이자, 가장 작은 점에 '여친'이라고 썼다.

가족은 뇌가 아니라 마음에 있다. (마음에 있다고 강조하겠다) 조만간 부모님의 결혼기념일을 맞아 가족이 다 모여서 밥 먹기로 했다. 부모님도 이해할 듯. 여친은 기회가 되면이다. (마지막 연애는) 좀 됐다. 웃음.


김겨울기자 winter@sportschosun.com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