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배우는' 이준, "19금 베드신 찍은 이유는"

백지은 기자

기사입력 2013-11-11 09:43 | 최종수정 2013-11-15 07:57


영화 '배우는 배우다'를 통해 아이돌에서배우로 거듭난 이준이 포즈를 취했다. 이준은 김기덕 감독이 제작을 맡은 영화 '배우는 배우다'에서 연극무대를 전전하던 단역배우에서 순식간에 톱스타 대열에 오른 오영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

'연기돌'이 아니다.

엠블랙 이준이 영화 '배우는 배우다'로 스크린 데뷔했다. 흔히 연기와 노래를 겸업하는 아이돌 그룹 멤버를 두고 '연기돌'이라고 칭하지만, 이준을 이런 수식어에 가둬두기엔 아깝다.


영화 '배우는 배우다'를 통해 아이돌에서배우로 거듭난 이준이 포즈를 취했다. 이준은 김기덕 감독이 제작을 맡은 영화 '배우는 배우다'에서 연극무대를 전전하던 단역배우에서 순식간에 톱스타 대열에 오른 오영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
할리우드 이후, '칼을 간 이준'

사실 이준은 준비된 연기자다. 중학교 2학년 때부터 연기를 했고, 엠블랙 데뷔 전에는 할리우드 영화 '닌자어쌔신'에 '월드스타' 비의 아역으로 출연했다. 그런데 약 5년 여만에 비로소 연기자로 재데뷔 했다니. 다소 늦은 감이 있다. 그는 "대본은 많이 들어왔는데 어떻게 하다 보니 (엠블랙) 활동과 맞물려 못했다. 정말 해보고 싶던 작품이 있어서 아쉽고, 영화에 대한 목마름도 심했다. 하지만 단체 생활이 중요하다는 건 이해하기 때문에 이번 영화를 찍을 수 있었던 게 감사하다"고 설명했다.

10년을 갈고 닦았다. 그리고 선택한 작품이 '배우는 배우다'. 눈빛과 성실한 태도로 단박에 김기덕, 신연식 감독을 비롯한 제작진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관객 및 평론단의 호평도 이어졌고, 부산국제영화제에도 초청받았다. 하지만 정작 본인은 "어렵고 부담스러웠다"며 겸손한 모습을 보였다. 그는 "주인공이기 때문에 처음부터 끝까지 혼자서 지루하지 않게 해야한다는 부담감이 있었다. 또 배우의 인생을 표현한다는 게 부담인데 나는 직업이 가수니까 관객 입장에서 '가수가 배우를 연기하나'하는 의문점이 생길 것 같아 더 부담됐다. 그래서 최대한 보여줘야겠다고 생각해서 누구보다 많이 연습했다"고 밝혔다.


영화 '배우는 배우다'를 통해 아이돌에서배우로 거듭난 이준이 포즈를 취했다. 이준은 김기덕 감독이 제작을 맡은 영화 '배우는 배우다'에서 연극무대를 전전하던 단역배우에서 순식간에 톱스타 대열에 오른 오영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13.10.22/
19금 베드신 찍은 이유 '당돌한 이준'

'배우는 배우다'는 영화 한 편으로 최정상에 올라선 배우가 걷잡을 수 없이 추락하는 과정, 즉 배우 탄생 뒷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이번 영화를 통해 이준은 '아이돌 금기 3종 세트'를 깨버렸다. 욕설과 폭력, 흡연, 심지어는 19금 베드신까지 소화했다. 그는 "내가 좋은 걸 하는건데 금기라거나 그런 생각은 전혀 해보지 않았다. 하지만 아무도 안했던 걸 내가 먼저 해서 길이 좀 열리면 다른 사람도 쉽게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자부심도 생긴다. 사실 아이돌은 너무 제한적이다. 내가 죄를 지은 것도 아니고 정말 단순하게 생각해서 재밌으면 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베드신을 소화한다는 게 쉽진 않았다. 하지만 동작 하나하나에 의미를 담아내려 노력했다. 이준은 "야한 영화라면 안 했을거다. 베드신마다 캐릭터와 상황, 성격, 삶을 얘기한다고 생각했다. 그냥 성행위를 하는 게 아니라 하나씩 의미를 부여하다 보니 정말 굉장히 어려운 역이었다. 첫 베드신은 여배우를 짓밟는 거였다. 가진 건 아무것도 없지만 연기에만 미친 캐릭터라 밀치는 동작이나 속도 같은 것까지 계산해서 했다. 베드신이 체력도 체력이지만 생각 이상으로 그런 걸 표현하는 연기가 힘들다는 걸 뼈저리게 느꼈다"고 설명했다.


영화 '배우는 배우다'를 통해 아이돌에서배우로 거듭난 이준이 포즈를 취했다. 이준은 김기덕 감독이 제작을 맡은 영화 '배우는 배우다'에서 연극무대를 전전하던 단역배우에서 순식간에 톱스타 대열에 오른 오영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13.10.22/

가늘고 길게! '자유인 이준'

아무리 연기력을 인정받았다 해도 이준에게는 '아이돌 출신 배우'라는 꼬리표, '연기돌'이란 수식어가 따라붙는다. 아이돌로 얻은 명성과 인기에 기대 주연을 꿰찬 게 아니라 긴 세월 갈고닦아온 실력이 이제서야 빛을 발했음에도 이런 이름표가 붙는다는 게 속상할 법도 하다. 그러나 정작 본인은 담담하다. 그는 "내가 배우 지망생일 때 나조차 '내가 이렇게 열심히 해도 안되는데 왜들 저렇게 쉽게 들어가지'하는 생각 했었다. 그런데 반대로 생각해보면 능력이 있으니 감독님이 뽑은 거더라"고 말했다. 정식으로 오디션을 통과했을 때에는 감독의 눈에 재능과 실력이 보였다는 뜻이므로 이를 인정해줘야 한다는 설명이다.

이준은 "중학교 2학년 때부터 10년째 연기했다. 계속 목마름이 있었다. 그러다 보니 이제는 이걸 해야겠다, 말아야겠다 그런 기대감은 없다. 나는 어차피 오래 할 거니까 너무 큰 기대 갖지 말자는 생각이다. 잘되고 싶은 생각은 별로 없다. 잘 안되더라도 하고싶은 걸 하면 좋을 것 같다. 톱스타가 되는 것보다 오래 가는 사람이 진짜 잘 되는 것 같다. 99세까지 내가 하고 싶은 캐릭터, 가늘더라도 길게 꾸준히 활동하고 100세 때 죽을 것"이라며 웃었다.


백지은 기자 silk781220@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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