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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림의 엄마꿈 인터뷰⑮]송경애, 드라마같은 인생 이야기(2)

김겨울 기자

기사입력 2013-11-13 12:04


송경애 SM C&C 대표는 여행업을 시작하면서 파란 눈의 외국인만 보면 명함을 돌릴 정도로 열정적으로 임했다. 송 대표는 250만원으로 창업했던 회사를 400여 명이 넘는 직원을 고용한 큰 회사로 키워냈다. 사진제공=몽락스튜디오

미국서 진행된 정략 결혼에 한국으로 도망쳐

박- 여행업을 오래한 걸로 아는데요. 언제부터 였죠?

송- 이야기가 좀 긴데요. 1987년도에 처음으로 여행업을 하게 됐어요. 그때는 여행 자율화 전인데요. 여행사가 고작 몇 십개 됐을 때였죠. 그때는 해외 여행이라는 게 나이가 들어야 할 수 있을 때였어요. 1988년도 올림픽 끝나고 여행 자율화가 됐어요. 그때 시작했으니까 오래했죠.

박- 사실 당시만해도 여행을 접하기 어려웠는데요. 여행업을 하게 된 계기가 있을까요.

송- 저는 중학교 때 아버지 학업때문에 미국으로 이민을 갔었어요. 사실 미국에서 적응을 못한 편도 아니었는데 저는 한국에서 살고, 일하고 싶었죠. 그때 고등학교 3학년 때 스토커처럼 쫓아다니던 남자가 있었어요. 그 남자도 너무 싫고 해서 대학교를 한국으로 갔어요. 역유학이었죠. 그때 한국에 와서 영어를 잘한다는 이유로 통역도 하고, 가이드도 하고, 외국인 상대의 아르바이트를 접했었죠. 그러다 학업을 마치고, 다시 미국으로 돌아갔는데요. 드라마같은 이야기 일 수 있지만요.

아버지가 어려서부터 결혼을 시키고 싶었던 남자가 있었어요.

박- 드라마에 나오는 정략 결혼 같은 건가요.

송- 그런 것 같아요. 어렸을 때부터 친구 사이였는데요. 아버지가 제가 자꾸 한국에 마음이 있고, 한국에서 엉뚱한 행동도 많이 해서 빨리 결혼을 시키고 싶어하셨어요. 집안끼리도 아는 사이였는데, 어느 날 저도 모르는 사이에 저와 그 친구 사이에 청첩장이 나온거죠. 그 날이 제가 가출한 날이죠.


박- 파란만장한 삶이네요. 그래서요. 점점 흥미있어지는데요.

송-집이 메릴랜드에 있었는데 무작정 핸드백만 들고 자동차 타고 나오는데 달라스 공항이 보이더라고요. 그걸 보자마자 한국으로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 때가 86년도였죠.


송경애 SM C&C 대표는 성공한 여성 기업인이면서 두 아들의 어머니다. 일과 가정을 병행하면서도 건강한 사회를 위한 나눔에도 꾸준한 관심을 기울여왔다. 사진제공=몽락스튜디오
파란 눈 외국인만 보면 명함을 돌렸죠.

박- 86년도에 한국에 왔을 때 정말 막막했을 것 같아요.

송- 그렇죠. 무작정 호텔에 체크인을 했는데 앞으로 뭘 해야하는지는 몰랐죠. 그러던 중에 대학교 시절에 아르바이트를 했던 경험을 살려 호텔 VIP 대상으로 리셉션 파트에서 일해보자는 생각이 들었죠. 마침 그때 신라호텔에서 사람을 구하고 있었고요. 거기 상무님이 지원을 권유하셨어요.

그렇게 해외 VIP들이 왔을 때 제가 항공 티켓도 도와드리고 일을 하게 됐죠.

박- 호텔리어 였군요.

송- 네. 하지만 그때까지만 해도 항공권 하나 예약하는 것도 시스템이 없어서 불편했어요. 또 신라 호텔에서 보다는 나의 비즈니스가 하고 싶었고요. 그러던 중에 항공사에 다니던 선배가 여행업을 권유했고 저도 여행을 워낙 좋아해서 하게 됐죠.

박- 초기 지본이 없었을 텐데요.

송- 미국에서 유럽을 가려고 모은 돈이 있었는데 만 불 정도 됐어요. 급하게 한국에 오면서 그 돈을 쓰게 됐고, 나중에 여행사 시작할 때는 자본금 250만원으로 시작했죠. 부족한 돈이라 처음에는 직원도 두지않고 제가 혼자 다 했죠. 당시에 외국인들 상대로 비행기 티켓도 발권해주는 업무를 하면 어떨까 생각해서 무작정 외국인들이 많은 이태원에서 개업했죠. '이태원 여행사'가 제 여행사 이름이었어요.

박- 당시 이야기 좀 해주세요.

송- 무조건 횡단보도 저 멀리서도 외국인만 보면 갔어요. 그리고 명함을 건네고 '여행 갈 일 있으면 연락하라'고 말했죠. 엘리베이터에서도 무조건 들어가서 인사를 건넸고요. 그러다가 외국인이 많다는 연희동의 외국인 학교에 찾아갔죠. 처음에 들어가니까 경비원이 막기도 하고, 그랬지만 몰래 들어갔어요. 그래서 외국인 선생님들의 메인 박스에 제 명함을 넣고 왔죠.

박- 하하. 오해도 많이 받으셨겠어요.

송- 그쵸. 젊은 여자가 찾아와서 명함을 주니까 놀라는 눈빛이 많았죠. 그렇게 2~3달 정도 영업을 했더니 티켓 문의가 왔었죠. 외국인 학교 분이셨어요. 23년이 지난 지금도 저의 고객이시죠.

박- 정말 감격스러웠겠어요.

송- 그렇죠. 지금도 그때 분들은 제가 직접 예약을 해서 메일을 보내드리고 있어요.

박- 지금은 직원이 몇 명이나 되나요?

송- 250명 이고요. C&C 전체를 하면 450명 정도 됩니다.

박- 250만원 자본금으로 엄청난 성과를 이루셨네요.


송경애 SM C&C 대표는 성공한 여성 기업인이면서 두 아들의 어머니다. 일과 가정을 병행하면서도 건강한 사회를 위한 나눔에도 꾸준한 관심을 기울여왔다. 사진제공=몽락스튜디오

정리=김겨울기자 winter@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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