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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언니들이 돌아온다.
'수상한 가정부'는 2011년 일본 NTV에서 방영돼 40%가 넘는 시청률을 기록, 일본 역대 드라마 순위 3위에 오른 '가정부 미타'를 원작으로 한다. 엄마를 잃고 아빠와 4남매가 사는 가정에 어느 날 정체불명의 가정부 박복녀(최지우)가 들어오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박복녀는 표정도 감정도 없이 자신의 일에만 몰두하는 미스터리한 인물. 게다가 늘상 오리털 파카만을 입고 다닌다. 원작에서는 가사 능력과 시간 계산 등 다방면에서 뛰어난 가정부로 그려졌다.
'직장의 신'의 미스김(김혜수)도 박복녀만큼이나 특이했다. 회사보다 위에 있는 슈퍼갑 계약직. 누가 뭐라 해도 점심시간 1시간은 칼같이 지켜야 하며 회식은 시간 외 업무로 계산해 수당을 청구한다. 중장비 자격증, 조산사 자격증, 인명구조 자격증 등 이력서에 적힌 자격증만 120개. 뛰어난 업무 능력 덕분에 정규직 제안을 받지만, 3개월 계약 기간이 끝나면 미련없이 회사를 떠난다. 미스김은 직장인들의 애환을 대변하는 동시에 비정규직 현실을 날카롭게 풍자하는 캐릭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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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을 이끌어가야 하는 배우 입장에서 비슷비슷한 캐릭터를 연기한다는 건 부담스러운 일이다. 연기력이야 의심할 여지가 없지만, 차별성 없이 반복적인 이미지로 대중들에게 비춰지는 건 배우로서 한계를 짓는 일이기도 하다. 연륜과 경력이 쌓일수록 작품을 고르는 데 신중할 수밖에 없다. 때문에 캐릭터 색깔이 강한 일본 드라마 리메이크작은 복귀작으로서 명분과 실리를 챙기는 데도 유리한 점이 있다.
현실적인 제작 환경 문제도 크게 작용한다. 완성된 시나리오를 갖고 촬영을 시작하는 영화와 달리, 드라마는 생방송에 가까운 촬영 스케줄을 소화해야 한다. 대본도 촬영 직전에 나오는 경우가 허다하다. 시놉시스가 있다 해도 작품을 분석하고 캐릭터를 만들어갈 시간적 여유가 부족하다. 아무래도 리메이크작은 이미 원작이 있기 때문에 이런 부담은 덜하다. 이 관계자는 "배우들은 원작에 얽매이지 않기 위해 일부러 원작을 보지 않는다. 하지만 원작을 통해 캐릭터가 이미 구축돼 있기 때문에 배우가 작품을 온전히 이해한 상태에서 연기를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또 새롭게 캐릭터를 재해석할 수 있는 여지도 많고 대본도 한층 여유있게 나오는 편이다"라고 말했다.
'수상한 가정부' 첫 촬영을 마친 최지우는 "극중 박복녀는 알 수 없는 비밀과 숨겨진 매력을 함께 지닌 인물이라서 캐릭터에 대한 시청자 기대감이 높을 것"이라며 "여태까지 보여주지 않았던 새로운 연기변신으로 충실히 표현해보고 싶다"고 각오를 밝혔다. 최지우가 김혜수와 고현정에 이어 또 한번 신드롬을 일으킬 수 있을지 기대가 모아진다. '수상한 가정부'는 23일 첫 방송된다.
김표향 기자 suza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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