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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한효주가 기품 넘치는 중전 마마로 돌아왔다. 13일 개봉한 영화 '광해, 왕이 된 남자'에 출연한다. 조선 광해군 8년 독살 위기에 놓인 왕 광해를 대신해 왕 노릇을 하게 된 천민 하선이 왕의 대역을 맡게 되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 영화. 배우 이병헌이 왕과 천민을 오가며 1인 2역의 연기를 선보이며, 한효주는 진짜 왕과 가짜 왕의 비밀 사이에서 갈등하는 여주인공 중전 역을 연기한다. 한효주는 "온가족이 손잡고 보려와도 후회하지 않을 영화"라며 웃었다. 그녀의 얘기를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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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동이' 밖에 없고, 영화로는 이번에 처음 사극을 했어요. '동이'가 워낙 호흡이 긴 사극이어서 많이들 기억해주시는 것 같아요. 그래도 반대로 생각하면 한 편의 드라마를 통해 안정적인 모습으로 받아들여지는 것이 좋은 일인 것 같기도 해요."
이번 영화에서 선배 배우 이병헌, 류승룡과 호흡을 맞췄다. 둘 다 연기에 있어선 둘째가라면 서러울 배우들이다. "현장에서 너무 재밌었어요. 두 분의 연기를 보는 것만으로도 좋았어요. '아, 저렇게 연기하시는구나'하면서 놀랐던 적도 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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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효주는 올해 쉴 틈 없이 달려왔다. '광해, 왕이 된 남자'와 함께 영화 '반창꼬'의 촬영을 진행했다. '광해, 왕이 된 남자'의 홍보 스케줄을 마무리한 뒤 영화 '감시'의 촬영에 돌입할 예정이다.
"올해는 진짜 열심히 한 것 같아요. 팬들이 농사꾼 같대요. 봄에 열심히 씨 뿌리고 연말에 수확한다고요.(웃음) 정말 이 일은 좋으니까 할 수 있는 것 같아요. 연기하는 것을 안 좋아하면 못하죠."
데뷔 9년차를 맞이한 그녀는 "솔직히 일이 좋아지는 것 반, 힘들어지는 것 반"이라고 털어놨다.
"보람을 느끼고 좋아하는 마음도 엄청 커지지만 너무 힘들다는 마음도 커지는 것 같아요. 연기가 잘 안 될 때 힘들죠. 그리고 이 일은 끊임없이 노력해서 하나의 무언가를 만들어내면 그 과정이 한번에 다 사그라드는 일인 것 같아요. 그러면 거기서 오는 상실감이나 허탈감이 있거든요. 옛날엔 잘 못느꼈는데 끊임없이 비우고 채우고, 비우고 채우고 해야 하는 직업 같아요. 또 감정적인 변화가 버겁게 느껴질 때도 있고요."
한효주는 "요즘은 하루가 달라요. 제 스스로가 너무 많이 변화되는 시기라서 이 시기가 지나면 내가 어떤 모습일지 저도 궁금해요. 성장통을 겪는 것 같아요"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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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효주는 스스로를 "배우로서 욕심이 굉장히 큰 편"이라고 했다. 그녀가 욕심내는 건 크게 두 가지였다. "연기를 잘하고 싶고 잘한다는 소리도 듣고 싶죠.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대중들이 다가가기 어려운 배우가 되고 싶진 않아요. 대중과 잘 소통할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한효주는 "요즘엔 팬들과 소통을 잘 못하고 있어요. 완전 서운해해요"라며 웃었다. "그런 점에서 내년엔 드라마를 통해 좀 더 친근한 이미지를 보여드리고 싶어요. 가족이나 친구, 팬들이 드라마를 하길 많이 원하시는 것 같아요. 드라마를 하게 되면 제 욕심보다는 대중이 보고싶어 하는 저의 모습을 연기하고 싶어요. 건강하고 밝고 따뜻한 모습들이요. 그걸 통해 따뜻한 희망의 메시지를 주고 싶어요."
그러면서 과거의 특별했던 경험을 소개했다. "예전에 드라마를 할 때 많은 분들이 저를 보고 힘을 얻고 즐거워하고 '주말이 기다려진다'고 하셨거든요. 어떤 할머니는 제 손을 잡고 '너무 고맙다'고 하시는데 이상한 감정을 느꼈어요. 많은 분들에게 힘을 줄 수 있다는 것이 제가 연기를 해야 하는 가장 큰 이유예요."
정해욱 기자 amorr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