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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영화 신르네상스, 고정관념 뒤엎었다

정해욱 기자

기사입력 2012-08-28 12:24 | 최종수정 2012-09-07 08:52


영화 '도둑들'의 1000만 돌파 주역인 김윤석, 김혜수, 이정재.(왼쪽부터)

신르네상스다. 2012년 극장가를 한국영화가 점령했다. 올 상반기 한국영화의 점유율은 53.4%였다. 지난해 상반기 한국영화 점유율(48%)에 비해 높은 수치다. 또 '도둑들'은 '해운대' 이후 3년 만에 1000만 영화에 등극했다. 역대 1위 '괴물'의 기록(1301만 9740명)도 갈아치울 태세다. 한국영화가 신르네상스를 맞을 수 있었던 비결이 뭘까? 영화 관계자들은 올해 한국영화가 "고정관념을 뒤엎었다"고 말한다. 2012년 한국영화가 '깨부순' 것들을 짚어봤다.


영화 '건축학개론'의 흥행을 이끌면서 '국민 첫사랑'으로 떠오른 수지.
'흥행 장르' 고정관념 깼다

충무로엔 '흥행 장르'에 대한 고정관념이 있었다. 특정 장르만 흥행에 성공할 수 있고 멜로, 로맨스와 같은 장르는 안된다는 것. 이 때문에 "여배우가 설 자리가 없다"는 얘기도 나왔다. 여배우가 눈에 띄는 활약을 펼친 만한 로맨스 장르가 충무로에서 '천대'받았기 때문.

그런데 올해 들어 이런 고정관념이 완전히 깨졌다. '건축학개론'이 신호탄을 쏘아올렸다. 지난 3월 개봉한 이 영화는 역대 멜로 장르 흥행 신기록을 갈아치웠다. 410만명의 누적관객수를 기록했다. 이 기세를 '내 아내의 모든 것'이 그대로 이어받았다. 로맨틱 코미디 장르인 이 영화는 458만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이밖에도 다양한 장르의 영화들이 관객 동원에 성공했다. 법정 드라마 '부러진 화살', 재난 영화 '연가시', 사극 '후궁: 제왕의 첩', 스릴러 장르인 '이웃사람'과 '공모자들' 등이 박스오피스 상위권에 포진했다. 한국영화가 장르적 스펙트럼을 넓힐 수 있는 소중한 계기가 됐다는 평가다.


배우 김윤진은 '이웃사람'에서 마동석, 천호진, 김성균, 김새론, 임하룡, 장영남, 도지한 등과 호흡을 맞췄다.
'원톱 주연' 시대 갔다

영화엔 주연이 있고 조연이 있다. 과거엔 한 두 명의 유명 스타를 주연으로 내세우고, 그 뒤에 몇 명의 조연을 포진시키는 것이 보통이었다. '원톱 영화' 또는 '투톱 영화'가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올해엔 얘기가 다르다. 여러 명의 주연을 무더기로 출연시키는 영화가 눈에 띈다.

올해 최고의 흥행작인 '도둑들'이 대표적인 경우다. 이 영화엔 김윤석, 김혜수, 이정재, 전지현 등이 출연한다. 다른 영화에선 다들 '원톱' 내지 '투톱'으로 주연으로 맡을 수 있는 배우들이다. 이런 배우들이 한 데 모여 시너지 효과를 냈다.


'이웃사람'도 마찬가지. 김윤진, 마동석, 천호진, 김성균, 김새론, 임하룡, 장영남, 도지한 등이 출연한다. '도둑들'과 달리 김윤진을 제외하면 기존 영화에서 '원톱 주연'을 맡았던 배우가 눈에 띄지 않는다. 하지만 이 영화에서 김윤진의 비중은 오히려 적은 편이다. 이 배우들이 모두 주연으로 이름을 올렸다.

'원톱 주연'의 시대가 가고 '무더기 주연'의 시대가 왔다.


신예 배우 김고은은 '은교'의 주연을 맡아 화제를 모았다.
'의외의 캐스팅' 통했다

올해 개봉한 한국영화 중엔 '의외의 캐스팅'으로 눈길을 끈 경우가 유독 많았다. '은교'의 김고은은 '혜성 같이 나타난 신예'로서 화제를 모았다. 영화 출연 경력이 한 번도 없는 '생짜 신인'을 영화의 주연으로 캐스팅한 건 파격적이었다. 김고은은 17세 소녀 은교 역을 완벽하게 소화해냈다. 이후 각종 광고로부터 러브콜을 받는 등 충무로 최고의 블루칩으로 떠올랐다.

'차형사'의 성유리도 의외의 역할에 캐스팅된 주인공이었다. 까칠한 성격의 디자이너 역. 평소 단아하고 얌전한 이미지였던 그녀가 이 캐릭터에 캐스팅된 것은 의외였다. '5백만불의 사나이'에 박진영이 캐스팅됐던 건 '파격 중의 파격'이었다. 가수로선 최고의 위치에 올랐지만, 배우로선 '초보 중의 초보'다. 드라마에 출연한 적은 있지만, 영화는 처음이었다. '5백만불의 사나이'는 그런 그를 '원톱 주연'으로 내세웠다. 흥행엔 실패했다. 하지만 다양한 배우가 충무로에서 할약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는 일이었다.

이밖에 '코믹 황제' 임창정은 '공모자들'을 통해 진지한 역할을 맡았고, 차태현, 민효린, 이병헌은 데뷔 후 처음으로 사극 영화에 도전하기도 했다. 이와 같은 '의외의 캐스팅'은 한국영화를 보는 또 다른 재미를 줬다.
정해욱 기자 amorr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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