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시탈' 일본 순사 역 윤봉길의 속사정?

박종권 기자

기사입력 2012-08-14 15:28


KBS 2TV 수목드라마 '각시탈'에 등장한 배우 윤봉길이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했다. 이름 때문에 실제 윤봉길 의사 기념 사업회에 가입하기도 했던 윤봉길은 아이러니하게도 '각시탈'에서는 일본인 경찰로 등장, '아베 신지'라는 이름을 갖고 있다.
사진=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

'윤봉길이 일본 순사 역을 하고 있다?'

일제에 맞서 투쟁한 대표적인 애국지사 윤봉길이 일본 순사 역을 연기한다고 하니 참 아이러니하다. KBS2 인기 드라마 '각시탈'에 출연중인 배우가 바로 그 문제의 주인공 윤봉길이다. 종로경찰서 순사 아베 신지 역을 연기 중인 배우 윤봉길의 본명이 바로 윤봉길이다.

"독립운동가의 이름인데 일본 순사 역이라 처음엔 욕도 많이 먹었어요. 속도 많이 상했죠. 그래도 아베 캐릭터가 인간적인 부분이 있어서 제가 잘 하면 시청자들이 예쁘게 봐줄 거라는 확신은 있었어요. 다행히 지금은 많이 좋아해주세요. 외모랑 캐릭터 때문에 '각시탈의 귀요미', '허각 닮은 아베', '강호동' 라는 별명도 생겼어요. 요즘은 심지어 '배트맨 앤 로빈'처럼 '아베 로빈설'이 돌고 있어요. '빨리 아베에게 하회탈을 씌어라'라는 요구도 있고요."

아베 신지 역은 주인공인 이강토(주원)의 수족 같은 부하로 일본 순사이지만, 조선인에 대한 연민이 많아 시청자들이 미워할 수 없는 캐릭터다. 특히 투박하지만 어리바리하면서도 귀여운 외모로 시청자의 마음을 더욱 사로잡았다. 주원과 딱딱 맞는 호흡을 자랑하며 '각시탈'의 신스틸러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깜짝 스타처럼 주목을 받고 있는 배우 윤봉길은 실은 2002년부터 모델 활동을 하며 꾸준히 준비를 해 온 연기자다. 2005년 연기자로 정식 데뷔해 많은 드라마와 영화에서 다양한 조단역을 거치며 연기력을 쌓아왔다. '각시탈'의 아베 신지 역도 오디션을 통해 당당하게 자신의 힘만으로 잡은 역할이다. 주인공 주원과 함께 끊임없이 출연하는 중요한 조연이라 치열한 경쟁을 통했다고 한다.

"'각시탈' 연출인 윤성식 감독님과 전에 단막극에서 인연이 있었어요. 솔직히 예전에 윤 감독님이 '남자 이야기' 연출하실 때 내심 캐스팅을 기대했는데, 그 때 오디션에서 바로 떨어졌어요. 공적으론 냉정하시거든요. 이번 오디션에서 당당히 1등을 하면서 역할을 따냈죠. 혹독하고 냉정하게 훈련을 받은 셈이죠. 이번에 연기하면서 처음으로 칭찬도 듣고, 박수도 받았어요."

탄탄한 연기력으로 강한 인상을 남기고 있는 윤봉길은 이미 차기작을 고를 정도로 러브콜이 쇄도하고 있다.

최근 윤봉길은 유명세를 타면서 실제로 '매헌 윤봉길의사 기념사업회'의 정식 회원이 되었다. 사업회 측에서 먼저 연락이 와서 앞으로 정식으로 함께 활동을 하기로 약속을 했다.

"사업회 측에서 저를 계속 지켜보고 있었더라고요. 특히 전에는 인터넷 검색을 하면 윤봉길 의사가 먼저 나왔는데, 지금은 제가 먼저 나와요. 아무래도 이런 거 때문에 처음엔 조금 안 좋게 생각도 하셨대요. 저도 좀 걱정을 했었거든요. 그래서 제가 먼저 포털 회사에 전화해 '순서를 바꿀 수 없냐?'고 요구를 했는데, 그쪽에서도 마음대로 바꿀 수 있는 게 아니고 클릭 시스템에 따라 바뀌는 거라고 어쩔 수 없다고 하더라고요. 지금은 제 진정성을 알아주셔서 사업회 측에서 더 잘해주세요. 오히려 제가 윤봉길 선생님 이름을 빛내기 위해 더 활동도 열심히 하고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앞서죠."


배우 윤봉길의 이름은 아버지가 윤봉길 의사처럼 큰 사람이 되라고 한자까지 똑같이 지어준 이름이다. 어린 시절엔 놀림의 대상일 수밖에 없어서 원망도 있었지만, 지금은 오히려 감사하다. 지금의 배우 윤봉길이 존재할 수 있는 것도 모두 이름 덕분이었다.

"배우로서 더 성장하고 더 좋은 일을 많이 해야겠다는 생각입니다. 윤봉길이란 이름에 자부심과 긍지가 더 생겼어요. 가치관도 바로 섰고요. 만약 제가 잘못하면 정말 국민적으로 크게 혼날 거예요. 제가 더 잘 해야만 선생님 이름에 조금 도움이 되겠죠."


박종권 기자 jkp@sportschosun.com


KBS 2TV 수목드라마 '각시탈'에 등장한 배우 윤봉길이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했다.
사진=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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