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으로 간 드라마들, 감칠맛 나네

김표향 기자

기사입력 2012-08-02 14:29 | 최종수정 2012-08-03 08:30


사진제공=MBC

'영화의 도시' 부산이 조만간 '드라마의 도시'라는 타이틀을 하나 더 추가하게 될 것 같다. 부산을 주무대로 삼아 부산만의 독특한 공간성과 지역색을 내세운 드라마들이 잇달아 안방극장을 찾고 있다. MBC '골든타임'에 이어 6일엔 KBS2 '해운대 연인들'이 '부산 출신 드라마' 대열에 합류한다. 공교롭게도 둘 다 해운대가 주무대인데다 월화극에 맞편성됐다. 화요일에 두 드라마가 끝난 뒤 채널을 돌리면 tvN '응답하라 1997'이 방송된다. 월화 안방극장에선 경상도 사투리가 표준어인 셈이다.

중증외상환자를 치료하는 의사들의 고군분투를 그린 '골든타임'은 제작진과 출연진 100여명이 부산에서 머물며 올로케이션으로 촬영하고 있다. 응급실 장면은 기장군에 설립된 전용세트장에서 찍고 병원로비와 CT실 장면은는 해운대 백병원을 이용한다. 경북 출신 이성민, 부산 출신 송선미는 자연스러운 사투리를 구사한다. 세트를 얼마나 잘 지었는지 진짜 병원인 줄 알고 찾아오는 환자들도 간혹 있다.

외상센터를 갖춘 해운대 백병원에서 사전 취재를 한 것이 그대로 작품으로 이어졌다. 김진만 CP는 "취재를 시작한 곳에서 촬영하는 게 좋겠다고 판단했다"며 "세트를 지을 곳이 마땅치 않아 부산 지역 인근을 알아보다가 마침 기장군에서 적당한 곳을 찾게 돼 올로케이션을 결정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래서 '골든타임'에는 촬영 테이프가 없다. 파일 형태로 서울 편집실에 전송해 후반작업을 진행한다.

연출을 맡은 권석장 PD는 "처음부터 지방 촬영을 고집한 건 아닌데 실제로 취재를 해보니 지방의 병원들은 규모나 시설 면에선 서울 못지않지만 인력이 많이 부족했다. 지방병원을 배경으로 하면 열악한 외상의료 시스템, 인턴의사들의 성장 등 부족함을 채워가는 과정이 더 잘 표현될 거라 생각했다"고 말했다.


사진제공=SSD / TIMO E&M
조여정과 김강우가 출연하는 '해운대 연인들'은 기억을 잃은 검사와 전직 조직폭력배의 딸이 함께 생활하면서 벌어지는 에피소드를 그린 로맨틱 코미디물이다. '골든타임'처럼 부산 올로케이션이다. 해운대 해변, 항구, 고깃배 등 부산만의 독특한 광경이 여름 안방극장에 청량함을 전한다. 대본을 집필한 황은경 작가가 해운대 여행을 갔다가 이색적인 멜로물을 구상하게 된 것이 이 작품의 출발점이다. '해운대 연인들'의 송현욱 PD는 "부산 해운대를 가면 사람들이 대로변에서 비키니를 입고 돌아다니고 대형마트에서 수영복 차림으로 쇼핑하는 사람도 있다. 우리나라에서 보기 드문 이국적인 풍광이 많다"고 부산의 매력을 꼽았다.

H.O.T와 젝스키스로 대변되는 1990년대 아이돌 팬덤 문화를 통해 동갑내기 친구들의 성장담을 그린 '응답하라 1997'에서 부산은 '제2의 주인공'이다. 이 드라마의 관계자는 "1990년대 복고 정서를 더 드라마틱하게 표현하기 위해 지방을 배경으로 선택했다"며 "대본을 집필하는 이우정 작가가 경상도 출신이라 기획할 때 부산의 정서에서 영감을 얻었다. 맛깔스러운 사투리도 드라마의 재미를 더하는 요소"라고 말했다. 부산 출신인 은지, 호야, 이일화, 울산 출신 서인국 등 주조연 배우 캐스팅에도 경상도 출신을 우선 순위로 고려했고, 1990년대 느낌을 살리기 위해 골드톤으로 색보정을 하는 등 후반 작업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하지만 부산 촬영은 많지 않은 편. 대신 과거의 느낌이 살아 있는 곳을 찾아 서울, 경기도, 대전, 강원도 등 전국 각지를 돌아다니고 있다.

부산의 최대 장점은 역시 촬영 여건이다. '해운대 연인들'의 송현욱 PD는 "국제영화제를 개최하는 도시이고 영화를 많이 찍는 곳이어서 그런지, 무작정 카메라를 들고 해운대로 촬영을 갔는데도 시민들의 적극적인 협조 덕분에 좋은 그림이 담겼다. 부산시도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골든타임' 또한 해운대 백병원의 의료진이 의학 자문을 담당할 뿐만 아니라 수시로 세트장을 방문해 수술 동작 등을 조언하고 있다.

그밖에도 울산의 선박회사를 배경으로 MBC '메이퀸'이 촬영 중이고, 하반기에는 조선 최초의 여성 사기장의 삶을 그린 MBC '불의 여신 정이'가 부산에서 만들어진다. MBC플러스미디어와 부산 MBC는 드라마 기획 및 제작에 참여하며, 기장군은 세트장 부지 제공 및 행정 지원을 할 예정이다.
김표향 기자 suzak@sportschosun.com


사진제공=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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