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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너스 통장' 인생 김장훈, 이 남자가 사는법은?

백지은 기자

기사입력 2012-04-21 16:52 | 최종수정 2012-04-24 16:00


그래픽: 김변호기자 bhkim@sportschosun.com

가수 김장훈의 집을 급습했다. 일정이 없는 날이면 소파에 누워 야구나 바둑 채널을 시청한다는 그는 실제로 집안에서 휴식을 취하는 모습을 시연해 보였다. 특히 "어제 사온 뻥튀기인데 하루 만에 반이나 먹었다"며 과자를 집어먹는 포즈가 예사롭지 않았다. 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선행천사' '콘서트킹' 등 '연예인' 김장훈을 설명할 수 있는 단어는 많다. 하지만 '인간' 김장훈에 대해서는 알려진 것이 많지 않다. '해마다 억 대 기부를 하며, 공연에서 열정을 불사르는 김장훈의 진짜 모습은 어떨까?' 하는 궁금증에서 서울 마포구 상암동에 있는 그의 집을 찾아갔다.


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고대광실 같은 럭셔리 하우스를 기대했건만, 뜻밖에 김장훈의 집은 소박했다. 30평짜리 아파트에는 밴드나 댄서들의 의상과 잘 입지 않는 옷을 정리해 놓은 방이 하나, 침실 하나, 드레스 룸이 하나, 욕실이 두 개 자리 잡고 있었다. 살림살이도 거의 없었다. 냉장고와 소파, 침대, 식탁, 컴퓨터, TV,홈시어터와 화분 몇 개가 전부였다. 15년을 사용한 뒤에야 바꿨다는 냉장고에는 한 번 먹을 만큼 밥을 덜어놓은 공기 그릇과 밑반찬 조금, 싸이의 아내가 보내준 고기, 이장 친구가 보내줬다는 옥수수, 엄마표 홍삼, 팩, 담배가 들어차 있었다. 일주일에 두 번씩 도우미 아주머니가 와서 음식을 준비해주긴 하지만 요즘엔 밥을 먹기도 귀찮아져서 과자와 씨리얼로 끼니를 대신한다고. 스케줄이 없을 때면 소파에 누워 야구나 바둑 채널을 돌려보면서 시간을 보낸단다. 이쯤 되면 '연예인'이라기 보다는 '노총각'의 집에 가까운 모습이다. 하지만 정작 본인은 "이 정도면 됐지. 혼자 사는 집인데"라며 웃는다.


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정치? 난 전국구 스타

김장훈은 대표적인 소셜테이너다. 서경덕 교수와 함께 독도 문제에 앞장서고 있으며, 꾸준히 기부활동도 해오고 있다. 또 SNS를 통해 정치 사회적인 문제에 대한 목소리를 내기도 한다. 인지도와 인기, 영향력까지 고루 갖춘 그의 역량을 탐내고 접촉을 해온 정당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정치 입문에 대해 묻자마자 "난 전국구 스타다. 정치인은 지역구인데 미쳤어요?"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김장훈은 스타다. 그래서 전국 8도 어디를 가도 사람들은 그를 알아보고 반겨준다. 하지만 정치인은 다르다. 지역색이나 당색에 따라 호불호가 갈린다. 지금의 위치를 뒤로하고 듣지 않아도 될 비난을 받을 이유는 없다는 것. 김장훈은 "사람 일은 모른다고 확언하지 말라 했는데 정치는 확실히 말할 수 있다. 정치엔 관심이 있지만 정치인에는 관심 없다"고 밝혔다.


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돈? 30억~40억 원씩 벌지만 난 마이너스 통장 인생

김장훈의 자산 규모는 어마어마할 것이란 생각이 있었다. 꽃 사업도 궤도에 올랐고, 공연은 매회 전석 매진을 기록하며 흥행하고 있다. 이밖에 광고 모델 수익과 음원 및 음반 판매 수익, 행사비, 저작권료 등도 있다. "은행에 가본 적도 거의 없고 은행 거래를 할 줄도 모르는데다 계산조차 하지 않기 때문에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1년에 30억~40억 원은 버는 것 같다"는 설명. 하지만 현실은 마이너스 통장 신세란다.

생활비와 기부금을 합하면 한 달에 1억 원의 고정지출이 생긴다. 직원들의 월급과 보너스, 공연이 끝난 뒤에 스태프에게 주는 보너스가 1년 이면 5억 원가량 된다. 독도 관련 사업에 드는 비용도 있다. 중간 중간 밥차와 같이 예상치 못한 사건이 발생하면 즉흥적으로 기부하기도 한다.


그래서 수중에 남은 재산이 없다고. 김장훈은 "지금 가진 모든 재산을 정리해보라고 한다면 마이너스 몇억 원일 것이다. 하지만 걱정은 없다. 어떻게든 채워지더라. 나는 내가 부자 같다"고 말했다. 또 지난해 노후보장 연금보험까지 들었기 때문에 더더욱 걱정이 없어졌단다.


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결혼? 2세 욕심도 없다

1967년생이니 김장훈도 이제는 40대 중반이다. 자타공인 노총각 반열에 오른 셈이다. 주변에서 결혼에 대한 압박이 들어올 시기다. 더욱이 친분이 있는 싸이나 박경림 등도 모두 결혼해 가정을 꾸리고 있는 만큼, 이들의 모습을 보면서 결혼에 대한 생각이 들 법도 하다. 하지만 정작 본인은 관심이 없다.

김장훈은 "어제도 엄마를 만났는데 한동안 말이 없더니 또 결혼 얘기를 슬슬하시더라. '대는 이어야 하지 않겠느냐'고 하시는데 '왕손도 아닌데 대를 왜 이어야 하느냐. 순리대로 살면 된다'고 대답했다"고 밝혔다.

2세 욕심도 없단다. 지금이야 활발하게 활동을 전개하고 사람들을 만나니 외로움을 느낄 시간도 없다. 하지만 나이가 들고 활동을 하기 어려워졌을 때는 적적해지지 않을까? 그는 "2세 욕심은 없지만 나이를 먹으면 50채 정도 규모의 타운을 만들어서 댄스팀, 밴드팀들과 같이 살고 싶다. 시간이 많아지면 TV를 보면 되고, 하루에 한 번씩만 밥해달라 그러고"라며 웃었다.

사실 최근 '김장훈 플라워' 꽃사업을 시작하게 된 데는 지인들과 함께하는 노후를 준비하기 위한 것도 있었다. 오프라인 매장을 오픈하면 측근들에게 하나씩 점포를 맡겨 노후 자금을 모을 수 있도록 하고 싶다고. 김장훈은 "가수를 한다면 직원 복지는 보장해줘야 한다. 댄스팀 친구들에게 올해부터 500만 원씩 보험을 들어줬다. 페이 전부가 아니라 250만 원만 받아가면 내가 250만 원을 채워서 2배로 보험을 들어주겠다고 했다. 그렇게 5년이면 8000만 원은 모인다. 그 돈으로 꽃집을 열 수 있도록 해줄 생각이다"고 설명했다.


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히트곡? 항상 인기가수이고 싶다

'난 남자다' '나와 같다면' '세상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등 수많은 히트곡을 발표했다. 이제는 한 템포 쉬어갈 마음이 들 수도 있을 텐데 아직도 김장훈은 히트곡에 집착한다. 순위는 중요하지 않다. 누구나 자신의 노래를 알고 있다면 공연 분위기가 좋아질 것이란 기대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 가요계는 예전과는 많이 달라졌다. 아이돌그룹이 장악한 탓에 트렌드가 급변하고 있다. 기존 가수들이 활동할 수 있는 영역은 매우 줄어든 셈이다. 김장훈 역시 이런 현상에 대한 고민이 많았다. 변화와 진화 사이에서 갈등도 했다. 고뇌 끝에 생각해낸 해결책이 바로 '12금 프로젝트'와 '19금 프로젝트'다. '12금 프로젝트'에서는 변화를 추구했다. 김희철 등 아이돌 멤버들과 콜라보레이션 작업을 하면서 랩과 같은 새로운 시도도 했다. 반면 '19금 프로젝트'에서는 자신이 해왔던 음악을 업그레이드 시키는 식이다. 이에 대한 대중의 평가도 좋았다. 알리와 함께 부른 듀엣곡 '봄비'는 싸이월드 인기 컬러링 순위에서 2주 연속 1위를 차지했으며 각종 음원차트에서도 상위권을 기록했다. 이 기세를 몰아 6월에 싱글 앨범을, 가을에 정규 10집을 발표할 계획이다. 200여 곡을 받아 곡 선정에도 공을 들이고 있지만, 무엇보다 놀라운 것은 뮤직비디오 예산으로 12억 원을 책정했다는 것. "음악에는 타협이란 없다. 그 노래를 정말 잘 전달할 수 있다고 생각되는 마케팅 방법이 있다면 이 정도의 제작비는 투입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음악은 개인의 노력으로 성장시킬 수 있다. 하지만 인기는 그렇지 않다. 대중의 호응이 있어야 인기도 올라간다. 그래서 창의성을 발휘해 여러 가지 아이디어를 내기도 하고, 방송에도 열심히 출연한다. 미디어에 많이 노출될수록 그 사람에 대한 관심도가 상승해 작품에도 관심을 두게 되기 때문.

김장훈은 "내가 좋아했던 가수의 인기가 떨어지는 것을 보면서 굉장히 슬펐다. 내 팬들에게는 그런 기분을 느끼게 하고 싶지 않다. 그래서 팬들에게도 '내가 너희에게 줄 수 있는 가장 큰 선물은 인기'라고 말한다"고 털어놨다. 이어 "나는 추억의 가수가 되고 싶지 않다. 끝까지 당대의 인기가수로 남고 싶다"고 전했다.
이정혁 기자 jjangga@sportschosun.com 백지은 기자 silk781220@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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