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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주의 남자'…정치+로맨스사극의 독특한 매력에 빠지다!

김명은 기자

기사입력 2011-07-31 16:39


사진제공=KBS

KBS2 수목극 '공주의 남자'가 안방극장 사극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고 있다.

전통적으로 TV 사극은 1980년대 MBC의 '조선왕조 500년' 시리즈와 같은 궁중사극과 '대원군' '태조왕건' '대조영' '주몽' 등 인물 중심의 영웅사극, '대장금' '상도' '허준' '여인천하' '추노' 등 왕실 주변부 사람이나 민초들의 삶을 그리는 사극 등으로 분류된다.

2000년대 들어 사극과 현대극을 혼합한 퓨전사극의 등장하면서 젊은 시청자들의 관심을 끌어들이며 TV 사극도 다양하게 진화해왔다.

지난해 '추노'가 풍자와 해학을 담아 의식 있는 사극의 장르를 개척했다면 '공주의 남자'는 색다른 감각을 드러내는 작품으로 기억될 만하다.

바로 정치사극과 로맨스사극의 어색한 듯 절묘한 혼합이 가져다 주는 묘한 매력이 안방극장 시청자들에게 전해지고 있다는 것.

'공주의 남자'는 단종의 왕위를 빼앗아 군왕의 자리에 오르려 했던 수양대군(김영철)이 좌의정 김종서(이순재) 등을 제거한 계유정난을 배경으로, 김종서의 아들 김승유(박시후)와 수양대군의 딸 세령(문채원)의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을 그리고 있다.

첫 방송 후 젊은 주연배우들의 연기력이 도마 위에 오른 것과 '추노' 때의 이다해가 치렀던 '민폐 캐릭터' 논란을 문채원이 이어가는 상황도 어찌보면 드라마가 가진 특수성에 기인한 측면이 크다.

이순재 김영철 두 베테랑 연기자들을 중심으로 그려지는 궁중 내 암투와 권력 다툼은 시청자들의 가슴을 옥죄는 듯한 숨가쁜 긴장감을 유발한다.


수양대군과 김종서가 마치 살아돌아와 피비린내 나는 살기 어린 정치적 대결을 벌이고 있는 듯 착각을 일으킬 정도로 강한 감정 몰입을 이끌어낸다. '명품 연기'란 바로 이를 두고 하는 말일 것이다.


스포츠조선DB
그러나 드라마는 숨 죽이고 있던 시청자들의 시선을 갑자기 박시후 문채원, 생기발랄하고 풋풋한 두 젊은 배우들에게 향하게 한다.

그 어떤 사극에서도 사랑 이야기는 빠지지 않는다. 그러나 주인공이 최종 목표를 향해 가는 과정에서 양념처럼 혹은 갈등의 한 축으로 그려지는 게 대부분이다.

'공주의 남자'처럼 두 원수 가문의 남녀가 가슴 아픈 사랑을 한다는 주제를 전면에 내세웠던 예는 드물다. 이 때문에 어색함이 더 클 수 있다.

두 청춘 남녀의 달달한 로맨스만 놓고 보면 한 없이 사랑스럽고 설렘 가득한 장면임에도 중견 연기자들의 묵직한 카리스마 연기와 오버랩되면서 부조화를 이루는 맹점을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기존 틀을 깨고 사극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공주의 남자'는 이미 절반의 성공을 거뒀다고 평가할 수 있다.

천편일률적인 사극에서 벗어나 민간에서 전하는 야사를 바탕으로 새로운 이야기를 써내려갔다는 점도 눈 여겨볼 만한 대목이다.

철저한 고증을 거쳤다 아무리 외쳐도 역사 왜곡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사극은 거의 없다. 역사적 사실에서 모티브를 얻되 이를 새롭게 비틀고 각색하는 묘수를 발휘하는 것 또한 허구의 세계에서는 필요해 보인다. '공주의 남자'의 이 독특한 매력이 시청률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을 지 관심이 모아진다.
김명은 기자 dram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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