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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라도 한번쯤은 루소의 사회계약론에 대해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배우지 못했다 하더라도, 국가가 국민의 일반의지, 주권을 위해 존재한다는 것은 누구나 인지하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 주변을 둘러보면 국가를 위해 개인이 희생되는 일은 비일비재하다.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은 징역형을 받아 옥살이를 하고, 민간인은 정부기관에 의해 사찰당하기도 한다. 영화 '음모자'는 이렇게 국가에 의해 음모자라고 지목되어 희생된 두 자녀의 어머니, 메리 서랏을 바라보고 있다.
영화는 최대한의 사실을 담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했다고 한다. 1865년 당시의 수많은 다큐멘터리와 문헌을 조사해 만들어진 '음모자'는 그토록 사실적이기에 현재를 사는 우리에게 더 많은 생각을 던져준다. 개인을 위해 만들어진 국가가 그 자체의 존립을 위해 개인을 희생시키는 것이 만연해 있는 현대사회에서 우리는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과연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것이 옳은 것인지, 나 또한 대의를 위해 누군가를 희생시키고 있는 것은 아닌지, 혹은 내가 희생당하고 있으면서도 그 희생이 당연하다고 여기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볼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 장면에는 변호사 에이컨이 그녀의 변호를 마지막으로 진실과 정의에 회의를 느껴 변호사직을 그만두고 워싱턴포스트에서 사회부 기자생활을 한다고 짤막하게 자막으로 표시된다. 영화에서는 중간 중간 신문을 활용하였는데, 신문은 암살 음모자들이 잡히는 과정을 간략하게 표현하기도 하면서 이 상황에 대해 분노하는 국민과 정부의 모습들을 나타냈다. 사실만을 나타낸 것뿐이지 진실은 보이지 않았고, 진실을 규명하려는 노력도 보이지 않았다. 이러한 신문들 틈에서 신문 기자가 된 에이컨은 어떤 기사를 써냈을까? 그의 신념 그대로 진실과 정의를 위한 글을 썼을까? 궁금증이 생긴다. 영화는 에이컨의 행보를 나타내고, 이와 더불어 재판에 대한 은근한 반전을 선사하면서 끝이 난다. '음모자'는 요즘과 같은 장마에 씁쓸한 현실과 어우러져 당신에게 많은 생각을 던져줄 것이다. 진보미 청룡시네마 명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