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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화평공주 체중감량사' 단막극 희망 쐈다…유진 '뚱녀' 변신에 시청자 호평

김표향 기자

기사입력 2011-06-27 14:53


'화평공주 체중감량사' 사진제공=KBS

'잘 만든 단막극 하나, 16부작 미니시리즈 안 부럽다.'

26일 방송된 KBS 드라마스페셜 '화평공주 체중감량사'가 단막극으로선 이례적으로 8.2%(AGB닐슨미디어리서치)라는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며 시청자들의 호평을 받았다. 최근 방영 중인 몇몇 미니시리즈와 비교해도 손색 없는 성적이다. 게다가 일요일 오후 11시대 방영이라는 핸디캡 속에 이뤄낸 것이라 그 성과가 더욱 값지다.

'화평공주 체중감량사'는 백제 시대를 배경으로 선왕의 늦둥이 막내딸 화평공주의 눈물 겨운 다이어트와 진실한 사랑 찾기를 그린 작품이다. 일찍 부모를 여읜 탓에 오라버니인 왕의 귀여움을 독차지하며 자란 화평공주가 결혼 첫날밤 자신을 소박 맞힌 남편에게 충격을 받고 각고의 노력 끝에 체중 감량에 성공, 미모의 여인으로 거듭나는 이야기를 재치 있는 설정과 대사로 맛깔나게 버무려냈다.

방송이 나간 후 시청자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유진과 류승수 등 주연배우의 연기력이 돋보였다" "재미와 감동을 모두 안겨줬다" "한 편의 영화 같았다"는 시청평과 함께 명장면을 캡처한 사진이 인터넷 게시판에 올라오고,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상위권에도 랭크됐다.

특히 '뚱녀' 변신을 감행한 유진의 연기는 단연 발군이었다. 유진은 첫 사극이자 첫 단막극 출연인 이번 작품에서 4시간씩 걸리는 전신 특수 분장을 하고 하루 10시간 넘도록 촬영하는 노력을 기울였다. 뚱녀에서 미녀로 다시 뚱녀로 '3단 변신'을 하는 외모뿐만 아니라 지혜롭고 순수한 화평공주의 내면도 훌륭히 그려냈다. 화평공주의 몸짱 및 교태 트레이너 지책사로 나온 류승수는 진지함과 코믹함을 자유자재로 오가는 연기로 극을 안정적으로 이끌었다.

재치 있는 상황 연출과 대사도 돋보였다. 왕이 죽기 전에 늦둥이 막내 공주에게 많이 먹이라고 유언하는 장면이나 나무에서 떨어지는 공주를 귀족집안 자제 모진(최대철)이 받아 안자 땅이 푹 꺼져버리는 장면, 첫 사랑 모진에게 소박 맞은 화평공주가 "왜 하루에 여섯 끼를 먹였냐"며 구슬피 우는 장면 등은 두고두고 명장면으로 꼽힐 만했다. 놀이터의 회전놀이기구처럼 원판을 사람이 직접 돌리고 그 위에서 달리기를 할 수 있게 고안된 백제시대판 런닝머신은 단연 압권. 식탐을 참지 못하는 공주에게 지책사가 최면을 걸며 "붉은 태양"이라 외치는 모습은 '레드 선'이라는 최면구호를 생각나게 했다. S.E.S의 노래를 배경 음악으로 사용한 뮤직비디오 같은 엔딩도 센스가 넘쳤다.

사실, '화평공주 체중감량사'는 제작비의 제한 때문에 시대 배경을 조선에서 백제로 바꾼 경우다. 사극에 어쩔 수 없이 따르는 추가비용을 줄이기 위해 대하사극 '근초고왕'의 소품을 활용하기 위해서다. 일주일에 5000만원 정도 하는 특수분장 비용도 3000만원으로 확 깎았다. 하지만 이런 제약과 어려움에도 작품성과 재미를 동시에 잡아냈다. 2010년 KBS 극본공모에서 우수상을 받은 김은령 작가의 탄탄한 대본과 '전우' '청춘예찬' 등을 만든 송현욱 PD의 연출력, 그리고 어려운 상황에서도 꿋꿋하게 단막극을 이어온 KBS 드라마국의 뚝심 덕이다.

KBS 드라마스페셜을 담당하고 있는 함영훈 프로듀서는 "연출자들은 물론 많은 배우들이 단막극의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다. 단막극은 새로운 소재와 장르의 드라마를 인큐베이팅할 뿐만 아니라 미니시리즈의 가능성을 점쳐보는 파일럿의 통로가 된다"며 단막극의 의의를 설명했다. '화평공주 체중감량사'는 이런 단막극의 존재 이유를 다시 한번 입증한 수작으로 꼽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김표향 기자 suzak@sportschosun.com


'화평공주 체중감량사' 사진캡처=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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