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두 명 모두 김 감독에게서 영화를 배웠다. 스스로 찾아가 제자가 됐다. 김기덕 사단 안에서 거쳐온 성장 과정도 닮은꼴이다.
장 감독은 '빈집 '(2004), '활'(2005)의 연출부와 '시간'(2006)의 조감독을 거쳤다. 2008년 '영화는 영화다'로 장편 데뷔했다. 전 감독은 '시간'과 '숨'(2007)에서 연출부로 일했다. '비몽'(2008)에서는 조연출을 맡았고, 그해 '아름답다'로 감독 데뷔했다. 두 감독의 장편 데뷔작은 모두 스승이 제작, 시나리오로 지원했다. 그런데 장 감독은 '풍산개'를 준비하던 도중 김 감독의 곁을 떠났다. 송강호, 강동원 주연의 두번째 영화 '의형제'로 흥행 대박을 터뜨렸다.
김 감독은 충격에 빠졌다. 폐인이 됐다는 소문도 나돌았다. 지난 5월 칸국제영화제에서 처음 발표된 '아리랑'에서 장 감독의 실명을 거론하며 원색적으로 비판했다. 장 감독을 "자본의 유혹을 받아 떠난 기회주의자"라고 힐난했다. 이 영화는 '주목할만한 시선상'을 수상했다.
장 감독은 제작발표회에서 "'고지전'의 후반 작업을 하면서 '아리랑'의 예고편을 봤다. 많이 힘들었고 아직도 그렇다"고 토로했다. 이어 "김기덕 감독님은 여전히 나의 스승이다. 제자로서 굉장히 죄송하고 여전히 사랑한다"고 몸을 낮췄다. 논란이 더 확대되는 걸 원치 않는 속내도 드러냈다. "'아리랑'으로 감독님 마음이 편해지셨으면 한다"고 말했다
전 감독은 장 감독이 준비하던 '풍산개'를 이어받았다. 얄궂은 인연이다. 시사회에 장 감독을 초대했지만, 그는 참석하지 않았다. 김 감독은 "전 감독은 나를 마지막으로 지켜주는 사람이다. 아마 전 감독이 없었다면 나는 일어서지 못했을 것이다"고 애정을 나타냈다. 그런데 '풍산개'의 포스터에 김기덕 사단 대표작으로 '영화는 영화다'가 들어있는 점이 흥미롭다.
블록버스터vs저예산 영화
상반된 현재 입장만큼이나 영화 내용이나 장르도 대조적이다.
'고지전'은 100억원의 제작비가 투입된 전쟁 블록버스터다. 올 여름 시장을 겨냥한 대형 프로젝트다. 포탄이 터지고, 화염이 치솟고, 비명이 난무하는 스펙터클한 전투 장면 비중이 높다. 고수, 신하균, 김옥빈 등이 출연한다.
'풍산개'의 제작비는 겨우 2억원이다. 윤계상, 김규리 증 배우와 스태프들이 노개런티로 출연했다. 영화 내용 역시 남북 대치상황이 배경이다. 휴전선을 넘어 서울과 평양을 3시간만에 오가는 미지의 사나이, 전향자와 그의 애인 등을 통해 분단의 아픔을 형상화한다. 전 감독은 시사회에서 "한국영화계에 돈만으로 만드는 영화만 있는 게 아니라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고 뼈있는 말을 했다. 김 감독도 "'풍산개'는 자본과 시스템을 대체할 첫 영화"라고 소개했다. 다분히 '고지전'을 의식한 발언들이다.
드라마vs액션, 코미디, 멜로
'고지전'과 '풍산개'는 남북전쟁 혹은 분단상황을 바탕에 깔고 있다.
'고지전'은 한국전쟁 끝무렵이 배경이다. 1951년 6월 전선 교착 이후 25개월간의 상황을 그린다. 서로 싸우는 이유조차 잊은 채 전쟁이 끝나기만을 바라며 싸우다 죽어간 병사들 이야기다. 장 감독은 "전쟁영화를 해보고 싶었는데 일찍 기회가 왔다"고 말했다. "감독이나 스태프가 전쟁을 경험하지 않아서 조심스럽게 접근했다"고 설명했다. '풍산개'는 한국전쟁의 결과물인 휴전선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런데 장르의 차이가 분명하다. '고지전'은 드라마다. 60년 전 상황을 정공법으로 다룬다. '풍산개'는 코미디와 액션, 멜로를 넘나든다. 김기덕 감독이 제작하고 시나리오를 쓴 기존 영화와 많이 다르다. 현재 시점인 것도 다르다. 임정식 기자 dad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