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원하늘숲길트레킹

스포츠조선

피말리는 서바이벌 홍수, 시청자는 피곤하다

고재완 기자

기사입력 2011-06-15 15:54


'키스앤크라이'에 출연중인 개그맨 김병만. 스포츠조선DB

서바이벌 리얼리티 열풍이 식을 줄을 모르고 있다. 재방송까지 포함하면 'TV만 켜면 나온다'고 말할 정도로 서바이벌 리얼리티의 홍수 속에 살고 있다. 이제는 보기 싫어도 억지로 봐야하는 상황이다. 이 과정에서 시청자들은 "피말리는 서바이벌에 피곤할 지경"이라는 목소리까지 내고 있다.

주말 시청자들은 긴장하라

지난해까지만해도 주말 저녁은 편안하게 웃으며 휴식을 취하는 시간이었다. MBC '무한도전'에서는 어딘가 부족한 7명의 남자들이 좌충우돌하는 모습으로 웃음을 줬고 KBS2 '1박2일'에서는 전국 방방곡곡을 찾아다니며 아름다운 강산을 안방에 소개했다. 하지만 올해 들어 '안방극장'은 '무한경쟁'시대에 돌입했다. 여기저기서 경연을 벌이고 탈락자를 양산해내고 있다.

서바이벌은 금요일 저녁부터 시작된다. MBC '댄싱 위드 더 스타'에서는 스타와 전문 스포츠댄스선수들이 조합된 11팀이 등장해 치열한 댄스 경쟁을 펼친다. 토요일이 되면 KBS2 '불후의 명곡2'에서 아이돌 가수들이 가창력 대결을 펼치며 탈락자를 가리고 SBS '놀라운대회 스타킹'에서는 세계마술대회에 나갈 마술사를 뽑는다. 늦은 밤이 되면 KBS2 '톱밴드'에서 아마추어 밴드들이 모여 자웅을 겨루고 케이블 채널 tvN '코리아 갓 탤런트'에서는 일반인들이 장기를 들고 나와 경쟁을 펼친다.

일요일 저녁이 되면 '전쟁'은 극에 달한다. SBS '일요일이 좋다-김연아의 키스 앤 크라이'(이하 키앤크)에서는 스타들이 본업도 아닌 피겨스케이팅에 도전해 실력을 평가 받는다. 채널을 돌려 MBC를 본다면 더 심각하다. '논란 투성이'인 '나는 가수다'(이하 나가수)에서는 가수들이 매번 피말리는 경쟁을 벌인다. 가수들이 탈락하면 이제 '신입사원'에서 방송사의 아나운서를 뽑아줘야할 시간이다.


'불후의 명곡2' 출연자들. 스포츠조선DB
똑같은 포맷의 연속, 피곤해

이같이 너도나도 서바이벌 리얼리티 프로그램에 뛰어들자 처음에는 재미있게 봤던 시청자들도 하나둘씩 등을 돌리고 있다. 회사원 이희영씨(32)는 "처음에는 '나가수'를 정말 열심히 봤다. 하지만 늘 피말리는 경쟁에다 하루가 멀다하고 논란이 터져나와 이젠 가수들의 무대에 집중하기가 힘들다. 지금은 보고만 있어도 피곤하다"고 성토했다.


'키앤크'도 마찬가지다. 세계 최고의 실력을 가진 김연아의 공연을 봐오던 시청자들은 어설픈 연예인들의 피겨스케이팅 실력에 헛웃음을 짓고 있다. 게다가 이아현 김병만 등이 피겨스케이팅을 배우다 부상에 시달리는 모습을 보고는 '도대체 왜 연예인들이 피겨스케이팅을 하다 다쳐야 하나'라는 의문까지 품게 됐다.

대중문화 관련 마케팅 컨설팅 기업을 운영하고 있는 김명훈 컨설턴트는 "'슈퍼스타K' 열풍이 분 지난해 이후 서바이벌 리얼리티 프로그램은 대부분 '복제품' 수준이다"라고 못박았다. 그는 "때문에 시청자들은 똑같은 포맷의 프로그램들에 피곤함을 느낄 수 밖에 없다. 게다가 서바이벌 리얼리티의 특성상 긴장감을 계속 유지해야 하고 그것으로 인해 시청자들이 느끼는 피로도는 높아진다"고 지적했다.

'나가수' 시청률의 하락세나 '키앤크'의 기대에 못미치는 시청률만 봐도 서바이벌 리얼리티의 한계를 느낄 수 있다. 하지만 방송가에서는 아직도 서바이벌 리얼리티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열풍을 지나 피곤함을 주는 서바이벌 리얼리티를 시청자들은 언제까지 참고 봐야할지 의문이다.
고재완 기자 star77@sportschosun.com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