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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모비딕' 김민희 "다크서클이 심해도 기분 좋던데요?"

이예은 기자

기사입력 2011-06-12 16:37


오랜 연기력 논란을 떨쳐내고 배우로서 성장하고 있는 '모비딕'의 김민희. 홍찬일 기자 hongil@sportschosun.com

"심한 다크서클이 보여도 기분좋은 건 처음이었어요."

시크함의 대명사인 여배우 김민희에게 뭔가 '팍팍해' 보이는 여기자 역할은 언뜻 잘 상상이 가지 않았다. 보통 사회부 기자란 바쁜 일정에 잘 꾸미지 못하는 것은 기본이고, 술자리와 마감시간에 쫓겨 여유라곤 없어 보이는 푸석한 이미지다. 역시 영화 '모비딕'에서 김민희가 연기한 성효관이라는 캐릭터는 '저런 기자가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패셔너블했다. 하지만 예상과 다른 점이 있었다. 분명 멋쟁이 기자이긴 하지만 또한 프로다웠다. 바쁘게 돌아가는 1980년대 신문사 편집국에서 성효관은 따로 놀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 않았다. 이제 김민희는 연기자로서 작품에 녹아들어가는 법을 안 듯한 느낌을 강하게 풍겼다.

이제는 연기를 즐겨요

몇 년 사이 김민희는 끈덕지게 자신을 따라다니던 연기력 논란에서 한결 자유로워졌다. 심하게 말하면 한때 '연기 못하는 스타'의 대명사로 불리기도 했지만, 이젠 그런 비난이 거의 없다. 김민희에 대해서 우려보다는 기대감이 높아진 것. '모비딕'의 박인제 감독 또한 "성효관 역할에는 처음부터 민희씨를 염두에 뒀는데 캐스팅하게 돼 기쁘다"고 밝히기도 했다. 김민희는 "칭찬을 받으면 더 잘 하고 싶다는 아이같은 마음이 있다"며 "언젠가부터 칭찬을 받기 시작했는데, 그때부터 연기가 더 재밌어졌다"고 말했다. 구체적인 시점은 2006년 노희경 작가의 드라마 '굿바이 솔로' 때부터였다고. "한창 칭찬 못 받을 때였는데 노 선생님이 칭찬을 해 주셔서 정말 기뻤어요." 이번에는 특수한 역할에 대한 도전이었지만 김민희는 '기자의 클리셰(cliche:판에 박힌 듯한 문구)'를 보여주고 싶진 않았다고. "소위 '기자 체험'을 하지 않고 하루 동안 신문사를 둘러보고 분위기만 익혔어요. 꼭 진짜 기자처럼 보이는 것 보다는 독특한 한 사람의 모습을 제안하는 게 중요하다고 여겼어요. 여기자라면 뭔가 특별한 게 있다는 상상이 들잖아요. 그런 상상을 캐릭터에서 보여주는 게 중요했죠." '기자 행세'에 중점을 두기보다는 캐릭터의 개성을 짚어내 자신이 잘 할 수 있는 모습을 보여줬다.

제 본연의 모습을 보고 싶다면….

"'모비딕' 중에서 밤새 암호풀이를 할 때의 모습은 정말 제 본연의 모습이에요." 아무리 그래도 기자치곤 너무 아름답다는 칭찬에 김민희가 웃으며 말했다. "이번 영화에서는 아무래도 기자인 만큼 화사한 모습이 거의 없었는데…. 그렇게 보였나요? 술집에 잠입취재할 때 변장하느라고 좀 화려하게 하고 있는 모습이 예뻐 보이는 것 같아요. 그런데 그건 극중에서나 현실에서나 '분장'이에요." 김민희가 말하는 모습은 영화에서 아주 잠깐이다. 그 이외의 장면에선 긴 외투 차림에 수수한 얼굴로 밤을 꼴딱 새기도 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아까 말한 잠입취재 장면 외에는 화장을 거의 안 했어요. 특히 컴퓨터를 앞에 놓고 암호를 풀 때는 정말 제 본래의 모습이었죠. 그 때 감기에 걸려 몸이 안 좋아서 정말 초췌했는데, 그게 영화 분위기에 잘 맞았던 것 같아 만족스러워요. 제가 보니 다크서클도 심하던데, 그런 모습이 기분좋은 건 처음이더라고요."

짙은 화장은 답답해, 잘 씻는 게 중요하죠


김민희는 완벽한 '44사이즈' 몸매를 가지고 있다. 연예계의 대표적인 패셔니스타인 만큼 그 바탕이 되는 몸 관리에 대한 질문도 빼놓을 수 없다. 김민희는 "운동을 정말 싫어하지만 '꾸준히 하자'는 생각으로 하고는 있다"고 말했다. 수영을 좋아하는 편이고, 헬스도 틈틈이 한다고. 데뷔 초부터 별 차이 없어 보이는 피부는 어떨까? 김민희는 모델 출신답지 않게 "짙은 화장은 답답하다"고 한마디로 말했다. "얼굴을 자꾸 만지는 버릇이 있어요. 그런데 화장을 해 놓으면 만지지 못하니까 그게 답답해요. 그래서 촬영 끝나면 부리나케 집에 가서 메이크업을 다 씻어내요. 잘 씻는 게 비법이라면 비법이겠네요."

김민희는 "배우라면 내적인 면도 중요하지만 외적으로도 어떤 역할이든 맡을 수 있게 항상 가꿔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외모가 필요없는 역할을 맡았다면 다 내려놓아도 되겠죠. 하지만 언제 어떤 역할이 올지 모르니까 어느 정도는 '비주얼'을 유지해야 한다고 봐요."

이예은 기자 yeeuney@sportschosun.com


'모비딕'에서 수수께끼의 디스켓에 걸린 암호를 풀고 있는 황정민과 김민희. 사진제공=쇼박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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