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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단비 딜레마' 재확인 한 우리은행, 결국 다른 선수들이 해줘야 한다

남정석 기자 영문보기

기사입력 2024-12-05 12:11


'김단비 딜레마' 재확인 한 우리은행, 결국 다른 선수들이 해줘야 한다
우리은행 김단비(왼쪽)가 4일 부산사직체육관서 열린 '하나은행 2024~2025 여자 프로농구' BNK전에서 이명관과 얘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제공=WKBL



"순위만 2등일뿐, 우리는 진짜 상위팀이 아니다!"

허탈과 분노 그리고 어이없음, 4일 부산사직체육관서 BNK와 맞섰던 우리은행 위성우 감독의 표정에는 만감이 교차해 보였다.

이 경기에서 우리은행은 4쿼터 내내 무득점에 그치다가 종료 18초 전 변하정의 단독 돌파 레이업슛으로 무득점이라는 '망신'을 겨우 면했다. 당연히 50대69로 완패. 후반전만 보면 1위와 2위팀의 대결이라 보기에도 민망한 수준이었다. 경기당 턴오버가 8.3개로 이 부문에서 가장 실수가 적은 팀이었던 우리은행은 이 경기에서만 무려 16개의 턴오버를 저지르며 자멸했다.

위 감독이 경기 후 "우리는 결코 상위팀이 아니다. 모두 나사가 빠진 것 같다"고 작심 토로를 할만큼 올 시즌 최악의 경기력이었다. 사실 우리은행은 시즌 3분의 1이 지나는 현재까지 기대 이상으로 선전을 거듭하고 있다. 김정은 박혜진 최이샘이 FA로 다른 팀으로 이적했고, 박지현이 해외 리그로 나가면서 지난해 우승 멤버 주전 중 사실상 김단비 혼자 남으면서 애시당초 2연패는 커녕 상위팀으로 꼽기도 힘들 정도였던 것을 감안하면 더욱 도드라진다.

하지만 이날 경기만큼은 우리은행이 가진 최대 약점이 고스란히 드러났고, BNK는 이를 집요하게 파고 들었다. 그것은 역시 에이스 김단비 마크였다.

김단비는 지난 11월 2일과 21일 BNK전에서 각각 34득점과 30득점을 기록, 말 그대로 공격을 '쏟아' 부었다. 신한은행에서 사실상 홀로 경기를 책임지며 '단비은행' 혹은 '소녀가장'이라는 결코 반갑지 못한 별명으로 불렸을 때와 비슷한 상황이다. 다만 지난달 21일 경기에선 이명관이 15득점으로 뒤를 든든히 받치면서 연장까지 경기를 끌고 갔고, 끝내 승리를 거둘 수 있었다.

이를 새삼 확인한 박정은 BNK 감독은 4일 시즌 3번째 맞대결에선 박혜진 이소희 김소니아에게 돌아가며 김단비 수비를 맡겼다. 여기에 변칙적인 도움 수비와 지역 방어로 혼란을 줬고 이는 주효했다. 김단비의 득점이 17점으로 무려 절반가량 줄어든데다, 포인트 가드 역할까지 한 김단비에서 파생되는 공격 루트가 차단되자 우리은행은 좀처럼 힘을 내지 못했다. 체력이 빠진 김단비가 4쿼터 시작 후 어이없는 패스 미스를 저지른데다, 연속된 2개의 슛이 모두 빗나가자 경기가 6분여가 남았음에도 위 감독은 미련없이 김단비를 벤치로 불러들였고 무득점이 계속됨에도 다시는 코트에 세우지 않았다.

어쨌든 BNK와 마찬가지로 다른 팀들도 '김단비 딜레마'를 역이용할 것이고, 우리은행으로선 다른 선수들이 뒤를 받쳐줘야 이를 타개할 수 있다는 간단하지만 간단치 않은 결론이라 할 수 있다. 그래도 이날 경기에선 김단비가 부진하자 이명관(16점)과 김예진(11점)이 내외곽에서 득점에 가세하며 나름의 희망을 줬다고 할 수 있다. 여기에 한엄지가 골밑을, 심성영과 함께 일본인 가드 듀오 모모나와 나츠키가 리딩에서 더욱 제 역할을 해야 김단비의 부담을 덜 수 있는 것은 분명하다.


우리은행은 7일 공동 2위에 올랐고, 무려 7연승의 상승세를 탄 삼성생명과 용인에서 만난다.


남정석 기자 bluesk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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