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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동혁의 이슈분석] "거지같다"고 한 김승기 감독. 친정팀 KGC 저격 작심발언 2가지 배경

류동혁 기자

기사입력 2022-10-17 01:19 | 최종수정 2022-10-17 06:20


김승기 감독과 KGC 양희종. 사진제공=KBL

[스포츠조선 류동혁 기자] 왜 그랬을까.

김승기 고양 캐롯 감독은 직격탄을 날렸다. 2015년부터 지난 시즌까지 지휘봉을 잡은 친정팀 안양 KGC와의 맞대결 이후 공식 인터뷰에서 그랬다.

16일 안양실내체육관. 캐롯과 KGC의 경기는 많은 화제를 품고 있었다. 지난 시즌까지 지휘봉을 잡은 김승기 감독이 이끄는 캐롯과 친정팀 KGC와의 맞대결. 게다가 FA로 이적한 간판 슈터 전성현과 KGC 핵심 수비수 문성곤과의 매치업 대결도 흥미를 끌었다

경기 전부터 김 감독은 특유의 직설화법을 가동했다. 그는 친정팀과의 첫 맞대결 소감에 "난 잘렸는데, 뭔 말을 하겠냐"고 뼈 있는 농담을 던졌다.

이날 캐롯은 62대73으로 패했다.

김 감독은 경기가 끝난 뒤 "그 흔한 홍삼(건강음료) 하나도 주지 않고. 거지같다"며 "고생하고 나간 사람이 다시 찾아왔는데, 흔한 홍삼 드링크라도 하나 주면서 다독여주면 어디 덧나냐"고 말하기도 했다.

이날 경기 시작 전 KGC 측은 김 감독과 전성현에게 꽃다발을 전달하며 훈훈한 이벤트를 진행하기도 했지만, 소용없었다.

김 감독은 왜 이런 발언을 했을까.


이유가 있다. "잘렸다"는 말에는 배경이 있다. 2020~2021시즌 김 감독은 KGC를 챔피언결정전 우승으로 이끌었다. 계약이 만료된 그는 KGC와 2년 재계약을 체결했다. 우승 감독 치고는 상당히 '박한' 대우였다.

연봉도 연봉이었지만, 2년 계약은 사실상 1+1 계약이었다. 벌금 500만원 이상 받지 않는 조건부 1+1 계약. 2020년 1월11일 KGC와 LG전에서 나온 연장전 경기 포기 논란으로 김 감독은 1경기 출전 정지와 1000만원의 벌금을 받았다. 팀 이미지 실추를 우려한 KGC 고위 수뇌부의 일종의 '보험 장치'. 단, 당시 KGC는 단장 주도로 '감독 계약은 2년 이상은 하지 않는다'는 이상한 내부 원칙을 만들어 시행하고 있는 상태였다. 2가지 조건이 교묘하게 합성되면서 우승한 김 감독의 재계약 조건이 만들어졌다.

결국 재계약 1년이 지난 올해 여름 다시 재계약을 논의했다. 김 감독은 3년 이상의 재계약을 원했고 잔류를 원했다. KGC의 이상한 내규 때문에 받아들일 수 없는 조건. 양 측은 결별했다. 고양 캐롯의 불안한 재정상태를 알고 있는 김 감독은 가급적 KGC에 잔류하고 싶었지만, 재계약 조건은 너무 가혹했다. 결국 친분이 두터운 허 재 대표가 있는 캐롯으로 팀을 옮겼다. 김 감독이 "잘렸다"고 표현한 배경이다.

'홍삼'을 언급한 이유도 있다. KGC는 김승기 감독 시절 막판 경비를 줄이기 위해 홍삼 등 건강음료 뿐만 아니라 선수단 지원을 대폭적으로 줄였다. 게다가 주전 선수들의 연봉 계약에서 과도한 옵션 조항을 넣었다.

예를 들어 주전들의 평균 출전시간을 옵션으로 넣었는데, 그 기준이 팀 경기력에 지장을 줄 수 있는 수준이었다.

정규리그 동안 주전 의존도가 과도해질 수 있고, 부상과 혹사 위험이 있는 옵션을 넣었다. 김 감독은 이같은 사정을 고려해 팀 운영을 할 수밖에 없었다.

물론, KGC는 새로운 고위 수뇌부가 들어오면서 이같은 불합리한 행정은 대부분 사라졌다. 때문에 "예전에는 안 그랬는데 (KGC가) 지금은 투자를 많이 하는 것 같다"고 말한 이유. 과거 김 감독이 겪은 불합리한 상황에 대해 작심발언을 한 것이다.

김 감독은 항상 과감한 인터뷰를 한다. 때로는 긍정적 이슈몰이를 하기도 하고, 2~3년 전에는 '실언'에 가까운 말을 하기도 했다. 적어도, 이번에는 '실언'은 아니다. 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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