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조선 최만식 기자] '숨은 승자는 따로 있다.'
프로농구 FA시장에서 '대어급'의 거취가 주요 관심사인 가운데 조용히 실속을 챙기는 선수도 있다. 주전급이 아닌 데도 소리없이 강한, '숨은 승자'다.
작년 FA시장의 경우 대표적인 숨은 승자는 김상규(현대모비스·2m1)와 최현민(KCC·1m95)이었다. 종전 연봉 1억1000만원이던 김상규와 1억원이던 최현민은 FA시장에 나와 각각 4억원의 대박을 터뜨렸다.
외국인선수 신장제한 폐지-1명 출전으로 제도가 바뀌어 '빅맨' 선호도가 높아지면서 수혜를 입은 케이스다.
올해 FA시장에서도 장재석과 이대성이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가운데 진정한 숨은 승자는 누가 될지 관심사다. 이 대목에서 유독 눈길을 끄는 선수가 SK의 백업센터 송창무(38·2m3)다.
"이번에도 잘 될 것 같아요. 팀에서는 놓칠 생각이 없는데 다른 곳에서 더 좋은 조건을 제시할 것 같아 (FA협상을 위해)말을 걸기도 조심스럽네요." SK 관계자들은 송창무가 이번에 또 어느 팀으로 나갈지 궁금하기도 하다는 반응이다.
이런 반응이 나온 데에는 독특한 이력 때문이다. 프로 13년차 송창무는 FA와 트레이드를 거치면서 원소속팀에서 나갈 때마다 대박을 터뜨렸다.
2007년 신인 드래프트 17순위, 연봉 4000만원을 받고 LG에 입단한 송창무는 백업센터로 착실하게 성장하면서 2012∼2013시즌 연봉을 1억1500만원까지 끌어올렸다. 2013∼2014시즌에 연봉 7500만원으로 내려간 뒤 2014년 첫 FA 자격을 얻었다.
당시 김종규(DB)가 신인 입단하는 바람에 입지가 좁아졌지만 FA시장에서 '빈손'으로 끝날 뻔했던 삼성의 러브콜을 받고 연봉 2억3200만원에 계약했다. 인상률 209,3%는 KBL 역대 첫 200%대 기록이었다.
하지만 삼성이 송창무를 영입한 그 해 신인 '대어' 김준일(2m2)을 데려오면서 송창무의 몸값은 다시 하락했다. 2015∼2016시즌 1억1000만원으로 깎인 그는 계약기간이 1시즌 남았는데도 조건없이 SK로 트레이드됐다.
SK에서 연봉 7000만원에 2016∼2017시즌을 보낸 송창무는 두 번째 FA가 됐고 다시 대박을 터뜨렸다. 이승현-장재석의 군 입대로 센터 보강이 필요했던 오리온이 송창무에게 1억8000만원을 제시한 것. 157.1%의 인상률이다. 이로 인해 KBL 역대 연봉 인상률 '톱10'에 자신의 이름을 유일하게 2번 올린 선수가 됐다.
하지만 송창무는 오리온에 정착하지 못하면서 2018∼2019시즌에 연봉 8000만원으로 다시 내려갔고, 2018년 11월 22일 함준후와 트레이드돼 SK로 복귀했다. 당시 SK는 최준용 김민수 안영준이 줄부상을 하는 바람에 송창무가 필요했다.
송창무는 지난 2시즌 동안 다시 자신의 가치를 끌어올렸다. 최부경 김민수 등 주전 빅맨들 사이에서도 특유의 성실함과 수비 공헌도로 2019∼2020시즌 SK가 공동 1위를 하는데 숨은 역할을 했다. 요즘 FA시장에서 가성비 높은 '백업맨'으로 송창무의 평가가 올라가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동안 송창무가 들락날락한 것은 다른 팀에 가서 못하거나, 그 팀이 송창무를 활용하지 못해서가 아니다. '기술자' 애런 헤인즈같은 스타일의 용병이 있으면 송창무의 활용도가 높아진다는 게 주변의 평가다.
지난 시즌 1억400만원을 받다가 세 번째 FA를 맞이한 송창무. 이번에도 몸값 올려서 이적하는데 성공할지 관심이 모아진다.
SK 관계자는 우스개 이야기로 "선수 개인에겐 잘 되어서 나간다면 좋은 일이다. 대신 언제 돌아올지 모르니 대비해야 할지 모른다"고 말했다.
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
무료로 알아보는 나의 운명의 상대
눈으로 보는 동영상 뉴스 핫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