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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다시 만난 이상범 감독과 김태술의 '이심전심'

김가을 기자

기사입력 2019-06-03 17:10


이상범 감독(오른쪽)과 김태술. 사진제공=KBL

[원주=스포츠조선 김가을 기자]"아버지와 아들 같이 나오는 것 아닌가요."

3일, 원주DB의 실내 훈련장. 이상범 DB 감독의 웃음소리가 체육관에 '쩌렁' 울려 퍼졌다. '애제자' 김태술(35)과 마주한 이 감독은 흡족한 듯 연신 미소 지었다.

두 사람의 인연은 깊다. 지난 2011~2012시즌에는 안양 KGC인삼공사 소속으로 챔피언결정전 정상에 올랐다.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에서도 금메달을 함께 목에 걸었다. 이 감독은 "생각해보니 태술이와 함께 우승한 기억이 많다"며 웃었다.

하지만 두 사람이 만든 전성기는 그리 길지 않았다. 각자의 길을 걸었다. 이 감독은 DB에 터를 잡았고, 김태술 역시 전주 KCC와 서울 삼성에서 뛰었다. 그렇게 5년이 흘렀다. 돌고 돈 두 사람은 새 시즌을 앞두고 DB에서 재회했다. 이 감독은 삼성과의 사인 앤드 트레이드를 통해 김태술을 품에 안았다.

이상범 감독의 애틋함 "이름을 찾아야죠"

이 감독이 김태술에게 원하는 것은 하나다. "자기 이름을 찾아야죠. 태술이도 자기 이름을 잃어 버리고 있었으니까요."

이 감독과 김태술은 전성기를 함께 보낸 사이다. 하지만 이후 김태술은 내리막길을 걸었다. 팬들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경기력을 보였다. 지난 다섯 시즌 동안 두 팀을 돌았지만, 마음에 드는 성적표를 받아들지 못했다. DB가 김태술을 영입한다고 했을 때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 이유다.

이 감독은 "태술이를 이대로 보내는 것은 아깝다고 생각했어요. 각 팀마다 스타일이 다르기 때문에 태술이 활용법에 대해서는 뭐라고 말할 수 없어요. 하지만 저는 태술이가 어떤 스타일인지, 무엇을 하려하는지 잘 알고 있잖아요. 우리팀에서는 그 능력을 활용할 수 있을 것 같아서 불렀어요. 물론 전성기 시절의 플레이를 100% 보여줄 수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그때보다 시간이 흘렀잖아요. 하지만 60~70%만 되도 될 것 같아요. 해낼 것 같아요"라고 믿음을 드러냈다.


김태술은 전형적인 포인트가드다. 빅맨과의 2대2 플레이를 통해 득점 기회를 만든다. DB는 올 시즌 자유계약(FA)을 통해 '국가대표 센터' 김종규(28)를 영입했다. 김태술과 김종규의 플레이에 관심이 모아지는 이유다.

이 감독은 "김종규에게 기회를 만들어 줄 수 있는 선수는 태술이에요. 종규는 아직 1대1 능력이 원만하지 않아요. 앞으로 그 능력을 만들어가야 하는데, 단시간에 이루기는 쉽지 않죠. 종규가 잘하는 것을 살려줘야 하는데, 태술이는 그걸 해줄 수 있는 가드라고 믿어요. 그리고 한 가지 더. 태술이는 그동안의 경험 등을 통해 팀이 흔들릴 때 잡아줄 수 있는 베테랑이라고 생각해요. 리드를 지켜줄 수 있는 선수"라고 말했다.


사진제공=KBL
김태술의 이심전심 "감독님, 부응하고 싶습니다"

DB의 새 가족이 된 김태술은 아직 낯설고 어색한 듯했다. 그는 "잠을 설쳤어요. 감정이 '복잡미묘'하다고 해야할까요. 기대 반, 설렘 반이었거든요. 사실 (현역 생활을) 삼성에서 마무리할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아직 저를 필요로 해주는 팀이 있다는 것에 정말 감사해요. 진짜 몸 열심히 만들고, 감독님이 시키는 것만 하면 될 것 같아요"라며 웃었다.

김태술은 자신을 둘러싼 시선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그는 "KGC인삼공사에서 이적한 뒤 힘든 시간이 많았어요. 물론 무엇을 설명해도 핑계로만 들린다는 걸 알아요. 어떤 상황에서도 프로선수로서 보여줘야 한다는 것을 알거든요. 하지만 아쉬움이 남았어요. 잘하는 플레이에 조금 더 집중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그런 생각이요"라며 고개를 숙였다.

이 감독과의 조우는 새 출발이자, 아름다운 마무리를 향향 도전이다. "감독님은 늘 웃으면서 말씀하세요. 그런데 참 무서워요. 감독님께서 화 내시기 전에 제 역할을 제대로 하면 될 것 같아요. 이제 농구 선수로서의 인생이 길지 않은 시기인데, 아직 제 위치에서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있다고 생각해요. 동료들에게 기회를 만들어주고, 팀에서 선배로서 제 역할을 하고 싶어요. 감독님과 함께했을 때의 좋았던 기억을 다시 만들 수 있도록 똑바로 해야죠. 부응하고 싶어요."

영광의 시대를 함께 누렸던 이 감독과 김태술. 돌고 돌아 다시 만난 두 사람이 제2의 전성기를 위해 다시금 손을 맞잡았다.


원주=김가을 기자 epi17@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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