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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류동혁의 이슈분석] 실종된 심판배정 원칙, 여농 챔프전 판정 '합리적 의심'

류동혁 기자

기사입력 2019-03-22 19:50


새로운 심판이 등장했다. 그런데, 그 심판도 문제가 있다. 단지, 우연의 일치일까, 아니면 의도된 배정일까.

'합리적 의심'이 계속 든다.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 KB와 삼성생명의 챔피언결정전이 한창인 여자프로농구 얘기다.

의문이 꼬리에 꼬리를 문다. KB가 완승을 거뒀던, 챔프 1차전 초반 판정도 납득이 가지 않는 부분이 많다. 승패는 선수와 코칭스태프가 결정해야 하는데, '판정'이 자꾸 가로막는다는 '의심'이 든다. 논리적 근거를 살펴보자.

원칙없는 심판 배정

심판 배정은 비밀에 부쳐진다. 경기 본부 고유의 권한이다. 모두가 인정하는 권한이다. '공정한 판정'은 명승부의 필수불가결한 요소다. 각 팀 이해관계와 상관없이 철저한 검증 속에서 이뤄진다.

특수한 사정을 알고 있기 때문에, 경기 전까지 '극비사항'에 속한다. 심판 배정에 대한 경기 본부 고유 권한을 인정한다.

하지만, 큰 틀에서 배정의 명확한 기준과 원칙은 있어야 한다. 통상, KBL과 WKBL은 심판진의 풀을 구성, 상황에 맞게 심판 배정을 한다. 보통 베테랑 심판 중심이며, 경기에 필요한 심판 수의 1.5배 정도를 선정해 배정한다.


그런데, WKBL 올 시즌 플레이오프 심판 배정은 좀 특수하다. 단 4명의 심판이 돌아가면서 주, 부심, 대기심을 했다. 최우수 심판상을 받은 김민석, 베테랑 류상호, 신동재, 문석진 심판이다.

문제가 있다. 신동재 심판은 정규리그 3라운드 삼성생명이 제기한 심판 설명회의 장본인이다. 그 여파로, 4라운드 모든 잔여경기 출전금지라는 중징계를 받았다. 그런데, 플레이오프 1, 2차전에서 신동재 심판이 연이어 코트에 등장했다. 1, 2차전 판정 기준은 불명확했다.

당연히 '합리적 의혹'이 제기됐다. 박찬숙 경기본부장은 "4명은 베스트 심판이다. 신동재 심판의 경우, 징계를 받았지만, 각 라운드 평점이 매우 좋았다"고 배정 기준을 설명했다.

기자는 '여농 PO 무너진 판정기준, 왜 2000년대 KBL 생각날까'라는 제목으로 불명확한 판정기준과 심판 배정 문제에 대해 문제제기를 했다.

이때까지, 여자프로농구는 구체적으로 밝히진 않았지만(심판 배정 문제에 대한 대원칙도 사실 불분명하다) '베스트 심판을 플레이오프에 집중 투입한다'는 심판 배정의 대원칙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논란이 일자, 신동재 심판은 챔프 1차전에서 배정되지 않았다. 1차전 경기가 끝나고 만난 박 본부장은 "얘기들이 많아서 일단 1차전에서 배제했다"고 했다.

구체적 논리나 원칙은 없었다. 그런데, 신동재 심판 '대타' 격으로 들어온 이원석 심판도 문제가 있다. 신 심판과 함께, 삼성생명 심판설명회에서 똑같이 징계를 같이 받은 인물이다.

공교롭다. 이원석 심판의 배정에 대해 박 본부장은 "이원석 심판 역시 베스트 심판이기 때문에 배정한 것"이라고 했다.(WKBL은 올 시즌 심판 평가를 외부에 공개하지 않는다)

일단 올 시즌 PO 심판 배정의 암묵적 대원칙(베스트 심판을 플레이오프에서 집중 투입한다)이 깨진 상태. 여기에 삼성생명과 '특수관계'인 심판을 연달아 기용했다는 의혹까지 생겼다.


1쿼터 배혜윤이 레이업 시도. 박지수와 충돌 장면. 사진제공=KBSN 스포츠 캡처

1쿼터 박하나에게 밀착마크하는 박지수. 박지수의 손이 박하나의 실린더를 침범했고, 박하나가 쓰러진다. 사진제공=KBSN 스포츠 캡처

KB 쏜튼의 돌파 장면. 하킨스가 일찌감치 자리를 잡고 있다. 이후, 쏜튼의 저돌적 돌파에 두 선수는 정면충돌한다. 사진제공=KBSN 스포츠 캡처

김한별과 강아정이 서로 팔을 끼고 있는 장면. 리바운드 자리싸움 시작부터 양 선수는 팔을 끼고 있었다. 그런데 김한별은 파울 트러블에 걸려 있었다. 더블 파울이나 그냥 넘어가야 하는 장면. 하지만, 심판진은 강아정의 파울을 불었고, 결국 안덕수 감독은 강한 항의로 테크니컬 파울 경고를 받았다. 사진제공=KBSN 스포츠 캡처
챔프 1차전, 납득할 수 없는 오심

이번 챔프 1차전은 확실히 특수하다. 물론 모든 챔프전에서 '1차전'은 매우 중요하다. 기선 제압 뿐만 아니라 실제적 1승을 얻을 수 있다.

그런데, 이번 챔프전 1차전의 중요성은 더욱 커졌다. 좀 더 정확히 말하면 '1차전 전반'이 이번 시리즈 결정적 변수였다.

이유가 있다. 객관적 전력이 KB보다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는 삼성생명이 플레이오프 3차전까지 가는 사투를 치르고 올라왔기 때문. 기세는 상당히 날카롭지만, 체력적 부담감이 있다. 반면 KB는 오랜 휴식으로 경기 감각이 떨어진 상태다. 자칫 전반 삼성생명의 기세에 밀려 1차전을 내주면, 시리즈 내내 고전할 가능성이 있었던 상황.

결과는 KB의 대승이었다. KB는 1차전 승리의 자격이 있었다. 준비가 철저했고, 선수들의 컨디션이 좋았다. 삼성생명은 후반 체력이 급격히 떨어지면서 한계를 드러냈다. 하지만, 전반전 판정은 납득할 수 없는 장면이 많았다.

일단 박지수의 파울성 플레이 2장면이다.

1쿼터 28초 배혜윤이 골밑을 파고든다. 이때 박지수가 스텝을 옮기면서 충돌이 일어난다. 레이업슛은 들어갔고, 휘슬은 울리지 않는다. 몸싸움을 최대치로 허용한다고 해도 박지수의 파울이다. 심판 재량 문제를 벗어난 명확한 반칙성 플레이. 이후, 1쿼터 53초 박하나가 왼쪽 사이드에서 박지수의 밀착마크를 받는다. 박지수의 손이 박하나의 실린더를 명확히 침범한다. 박하나는 이내 쓰러진다. 파울이다. 손이 명확히 실린더에 들어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파울이 울리지 않는다.

박지수의 수비 디테일이 떨어지기 때문에 생긴 장면이다. 박지수가 1쿼터 1분만에 2개의 파울로 트러블에 걸리면 KB는 비상이 걸린다. 즉, 전반전 삼성생명이 절대적 유리한 고지에 오른다. 하지만, 이 장면은 휘슬없이 그대로 지나갔다. KB 입장에서는 시리즈를 좌우할 수 있는 절체절명 위기에서 벗어난다. 1쿼터 35초를 남기고 또 다시 명확한 오심이 잡힌다. 쏜튼이 돌파 시, 일찌감치 하킨스가 골밑에서 자리를 잡고 있다. 그대로 부딪친다. 공격자 파울이다. 휘슬은 울리지 않는다. 삼성생명 선수들이 다시 한번 심판진에게 얘기하지만,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전반 승부처를 넘긴 KB는 후반 강력한 힘을 발휘하며, 삼성생명을 압도하기 시작한다. 후반, 김한별은 쓸데없는 파울로 4반칙에 일찌감치 걸린다.(김한별의 4개 반칙은 명확한 파울이다. 쓸데없는 파울이 많다. 김한별이 파울 트러블로 고생하는 핵심적 이유. 김한별 박하나 등 삼성생명 핵심 선수들은 스틸을 많이 시도하는데, 이때 손이 실린더를 침범하면서 파울에 걸릴 위험성을 극대화한다. 개개인의 수비가 좋지 않다.)

이후, 3쿼터 2분53초를 남기고 김한별과 강아정이 리바운드 자리다툼을 한다. 경기 영상을 보면, 두 선수는 서로 유리한 위치를 점령하기 위해 팔을 낀 채 리바운드 다툼을 한다. 강아정이 리바운드를 잡았지만, 휘슬이 울린다. 더블 파울이 유력한 상황. 혹은 두 선수 모두 잘못이 있기 때문에 '노 콜'로 넘어갈 수 있는 장면. 그런데, 엉뚱하게 강아정의 파울이 불린다. 김한별이 파울 트러블이었기 때문이다.

즉, 전체적으로 보면, 원칙없는 심판 배정과 거기에 따른 판정 콜에 '의혹'을 제기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휘슬이 KB에 유리한 지, 삼성생명에 유리한 지를 밝히는 게 이 기사의 목적이 아니다.

중요한 것은 심판이 경기를 지배하지 말아야 한다는 점이다. 판정의 대원칙 '불편부당'을 위해서, 심판 배정이 투명해야 하고, 거기에 따라 휘슬을 공평하게 불어야 한다. 하지만, 올 시즌 플레이오프와 챔프전은 좀 이상하다. 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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