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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G 3X3] 눈 앞에서 놓친 금메달, 그래도 실패가 아니다

김용 기자

기사입력 2018-08-26 23:29


25일 오후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의 겔로라 붕 카르노(GBK) 3X3 농구장에서 남자 3X3 농구 한국과 방글라데시의 경기가 열렸다. 방글라데시에 승리한 한국 선수들이 하이파이브를 나누고 있다.
자카르타(인도네시아)=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2018.08.25/

목표로 했던 금메달은 아니지만, 정말 값진 은메달이었다.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3X3 농구 남자대표팀이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대표팀은 대표팀은 26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GBK 3X3 농구장에서 열린 중국과의 결승전에서 연장 접전 끝에 18대19로 패하며 아쉬움을 삼켜야 했다. 17-15로 앞서던 경기 종료 직전 김낙현이 상대 2점 시도 때 통한의 반칙을 해 자유투를 내줬고, 이 자유투가 모두 들어가며 경기가 연장으로 접어들었다. 먼저 2점을 넣는 팀이 승리. 1골씩을 주고 받은 가운데 마지막 득점의 주인공은 중국이었다.

안영준(서울 SK 나이츠) 양홍석(부산 KT 소닉붐) 김낙현(인천 전자랜드 엘리펀츠) 박인태(창원 LG 세이커스)로 구성된 한국 대표팀. 26일 오후부터 이어진 8강-4강-결승전의 힘겨운 스케줄에도 끝까지 집중력을 잃지 않았다. 8강에서 카자흐스탄에 17대13으로 승리한 한국은 4강에서 난적 태국을 상대로 20대16 신승을 거두며 은메달을 확보했다.

한국 대표팀의 거침 없는 질주는 결승에도 이어졌다. 우승 후보 중국을 상대로 주눅들지 않고 투지 넘치는 플레이를 펼치며 상대 간담을 서늘케 했다.

3X3 농구는 이번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 신설된 종목. 쉽지 않은 여정이었다. 처음 생긴 종목에 어떤 선수들이 출전할 지 감도 잡히지 않았다. 23세 이하 선수들만 출전할 수 있다는 대회 규정에 프로 유망주 선수들이 부랴부랴 팀을 만들었다. 3X3 대회가 익숙지 않은 가운데 국내 선발전에 참가해 우승을 차지하며 대회 출전 기회를 잡았다. 이 때까지만 해도 '대회 출전에 의의를 두자'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국내에서 훈련과 연습 경기를 하고, 경쟁 국가들 전력을 파악하며 충분히 해볼 만 하다는 자신감을 갖게 됐다. 대회 전에는 허 재 감독이 이끄는, 국내 농구 스타들이 모인 5대5 농구 대표팀에만 관심이 쏠렸다. 8강-4강-결승전까지 1경기도 타 경기에 밀려 TV 중계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예선에서 예상 외의 단단한 경기력으로 전승을 거둔 3X3 대표팀에도 조금씩 기대감이 모아졌다. 지원 스태프 1명 없이 즉석밥에 라면을 먹어가며 투혼을 발휘했다. 악조건 속에 값진 은메달을 선물하며 국민들을 기쁘게 했다.

지난 시즌 프로 무대에 데뷔, 신인상을 차지하며 팀을 우승으로 이끈 안영준은 대표팀 에이스로 중심을 잡았다. 예선전 상대에 안면을 가격 당해 이가 흔들렸고, 4강전에서도 상대 팔꿈치에 얼굴을 맞고 쓰러졌지만 다시 일어섰다. 결승전에서도 히어로가 될 뻔 했다. 엄청난 활약이었다. 유일한 가드 자원인 김낙현은 대회 전 가장 걱정되는 선수로 꼽혔으나, 8강과 4강전에 최고의 활약을 펼치며 '반전남'이 됐다. 결승전 마지막 파울이 아쉬울 뿐이었다. 다재다능한 양홍석은 보이지 않는 수비에서 공헌을 했으며, 센터 박인태도 공-수에서 궂은 일을 마다하지 않았다. 이 네 사람의 팀워크로 만들어낸 은메달이었다.

아직 병역 의무를 마치지 않은 23세 이하의 선수들. 이번 금메달로 병역 혜택까지 받았다면 금상첨화일 수 있었다. 하지만 병역 혜택 여부를 떠나, 농구 선수로서 한 단계 더 발전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는 것만으로도 큰 소득일 수 있다.


한편, 예선 전승을 거둬 8강에 올랐던 여자 대표팀은 8강에서 난적 대만에 11대15로 패하며 대회를 마감했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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