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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 코리아(One Korea), 길을 찾다 ③로숙영이 WKBL에 진출한다면?

박상경 기자

기사입력 2018-08-21 09:10


17일 오전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겔로라 붕 카르노(GBK) 바스켓홀에서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여자농구 조별리그 A조 2차전 남북 단일팀과 대만의 경기가 열렸다. 사진은 남북단일팀 로숙영
자카르타(인도네시아)=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2018.08.17/

"이제 숨통이 좀 트이는 것 같네요."

여자프로농구(WKBL) 최고의 스타 플레이어이자 테크니션인 박혜진(28)은 단일팀에 합류한 로숙영(25)의 플레이를 두고 이렇게 말했다. 합류 전까지만 해도 서로 다른 농구 용어와 플레이 스타일 탓에 시너지보다 역효과가 우려됐던 게 사실이다. 그러나 로숙영은 2018 자카르타-팔렘방 첫 경기였던 인도네시아전(22득점)에 이어 대만전(32득점)에서 팀내 최다 득점을 기록했다. 단일팀의 에이스로 거듭났다.

기대 이상의 활약 펼치는 북녀들

로숙영은 지난해 국제농구연맹(FIBA) 여자 아시아컵 때부터 주목받았다. 센터로는 작은 1m81의 로숙영은 6경기서 121점을 넣어 평균 20.2점을 기록, 득점 1위에 올랐다. 또 6.2리바운드, 3.3어시스트를 기록하며 북한대표팀의 에이스 역할을 했다. 아시안게임 단일팀에선 포워드로 나서 공격과 수비에서 좋은 활약이 기대됐다. 이번 대회에서 실력을 입증하고 있다.

로숙영 뿐만이 아니다. 가드 장미경(27)은 지난 인도네시아전에서 빼어난 스피드와 폭넓은 시야를 활용한 패스 등 '리딩 가드'의 전형을 보여줬다. 장미경이 리딩을 맡은 이날 단일팀은 2쿼터에만 33점을 넣어 쿼터별 최다 득점을 올렸다.

그동안 장막에 가려져 있던 북한 농구는 이번 대회를 통해 실체를 드러내고 있다. 왜소한 체격과 국제 경쟁력 미비 등이 약점으로 지적됐으나 뛰어난 실력으로 정면돌파하고 있다. 남북 통일농구, 아시안게임을 지켜본 농구 관계자는 "체격에서는 열세지만 기본기가 좋고 전통적인 농구를 하는 선수들이 많은 것 같다. 충분히 발전 가능성이 있다"고 평가했다.

선수 교류의 길, 이미 열려 있다

단일팀을 통해 높아진 여자 농구를 향한 관심, 눈길은 WKBL로 향한다. WKBL은 수 년 전부터 선수 수급과 경기력, 흥행 등 다양한 문제를 고민해 왔다. 선수 수급에 어려움을 겪기 시작하면서 팀별 '빈익빈 부익부' 현상도 가중되고 있다. 주전-비주전 간 경기력 차이가 좁혀지지 않으면서 매번 비슷한 패턴의 경기 양상이 이어지고, 흥행에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돌파구를 찾고자 하는 논의는 오래 전부터 계속됐지만, 답은 찾지 못하고 있다.


로숙영-장미경 같은 우수한 북한 선수들의 WKBL 참가를 추진한다면 어떨까. 외국인 선수와 별개로 좋은 기량을 갖춘 북한 선수들의 WKBL 참가가 팀간 전력 평준화와 흥행에 일정 부분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장치는 이미 마련돼 있다. 지난 1990년 제정된 남북교류협력법이 적용된다. 국가안전보장, 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해칠 명백한 우려가 없는 경우 통일부 장관 승인을 거쳐 국내 활동이 가능하다. 조총련계로 북한 대표팀을 오갔던 량규사(2001년·울산 현대)와 김명휘(2002년·성남 일화), 안영학(2006~2009년), 정대세(2013~2015년·이상 수원 삼성) 등 재일교포 선수들의 프로축구 K리그 참가가 대표적인 예다. 북한 태생 선수는 이들과 출발점이 다르지만 문화-체육 분야에서의 민간교류인 점을 감안하면 남북교류협력법 적용에 문제가 없을 것으로 기대된다.

가장 쉬운 길, 기폭제가 될 수도

농구는 남북 화해무드에서 가장 주목 받는 스포츠다. '농구광'으로 알려진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영향이 크다. 남북 체육 교류의 첫 주자로 선택되어 통일 농구에 단일팀까지 이어졌다. 그러나 단일팀 이후의 지속적 교류 방안엔 여전히 물음표가 달려 있다. 단체종목인 농구의 특성상 여러 명이 이동하는 팀간 교류 절차는 꽤 복잡하다. 대북제재로 인한 경제적 지원의 한계 등도 걸림돌이다.

북한 선수들의 WKBL 참가는 이런 현실적인 제약을 극복하고 교류의 물꼬를 틀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꾸준한 교류를 이어가면서 지속 가능한 협력의 길을 찾을 수도 있다.

이에 대해 한 농구 관계자는 "북한에 현재 8개팀이 있다고 하더라. 개인간 교류는 당장 실행하기 어렵지만, 팀간 교류는 박신자컵 등 단기 대회에서 충분히 이뤄질 수 있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그는 "WKBL팀과 북한팀이 어우러져 치러지는 대회를 통해 선수 개개인의 실력과 전체적인 구조도 파악이 될 수 있다"며 "이런 교류를 통해 우수 선수들의 WKBL 참가 등을 고려해 볼 만하다. 나아가 대만 등 최근 기량이 성장 중인 국가 선수들을 데려와 아시아쿼터제 등을 도입해 전체적인 판을 키우는 방안도 고려해 볼 만하다"고 덧붙였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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