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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숨통이 좀 트이는 것 같네요."
때문에 단일팀을 이끄는 이문규 감독은 아예 이 경기를 '연습 세션'처럼 활용했다. 선수 교체 정도 외에는 특별한 지시를 내리지 않으며 '팀 코리아'의 전력을 최대한 숨기려고 했고, 여러 선수들을 기용하면서 선수들이 운동을 통해 컨디션을 조절했다.
그러나 이렇게 여유있는 팀 운용에도 불구하고 낭중지추 격으로 눈에 띄는 선수들이 꽤 나왔다. 무엇보다 대회 시작 전부터 이문규 감독이 "WKBL에 와도 당장 상위급 선수가 될 것"이라고 높이 평가한 로숙영의 기량이 만천하에 드러났다.
경기를 보니 박혜진이 왜 "숨통이 트이는 것 같다"고 했는 지 쉽게 이해가 됐다. 로숙영은 마치 '탱크'처럼 거침없었다. 터프 하면서도 빨랐다. 게다가 자신만의 득점을 고집하는 것도 아니었다. 골밑에서 다른 선수들에게 득점 기회를 제공하거나 적극적으로 리바운드에 가담하는 모습까지 보였다. 결국 이날 로숙영은 혼자 22득점 8리바운드 4가로채기 2블록슛 5어시스트를 기록했다. 그가 득점만 고집하지 않았다는 게 기록으로 확연히 드러난다.
박혜진이 "숨통이 트이는 것 같다"고 한 건 바로 이런 면 때문이다. 현재 단일팀은 빅맨이 사실상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박지수가 WNBA 소속팀 경기 일정 때문에 합류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공격이 단조로워질 우려가 있었다. 하지만 로숙영이 이런 의문을 지워버렸다. 골밑에서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는 게 확인됐다. 덕분에 앞으로 그에 대한 기대치와 활용도는 계속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남북 단일팀에는 좋은 일이다.
자카르타(인도네시아)=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