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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먼의, 사이먼에 의한, 사이먼을 위한 경기였다.
안양 KGC 인삼공사 외국인 선수 데이비드 사이먼은 6강 플레이오프 3차전의 지배자였다. 사이먼은 21일 안양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울산 현대모비스 피버스와의 2017~2018 6강 플레이오프(5전3선승제) 3차전에서 37득점-13리바운드, 3어시스트, 4블록슛으로 맹활약했다.
1쿼터 2분37초를 남겨두고 경기장 안의 모든 시선이 한 선수에게 집중됐다. 안양 KGC의 국가대표 센터 오세근이었다. 오세근은 경기초반 수비를 하다 왼발목을 잡고 쓰러졌다. 상대 선수 발을 밟은 것이다. 오세근은 들것에 실려 코트를 벗어났다. 고통스런 표정이었다. 투지를 불태우며 경기장을 벗어나지 않고 코트에서 치료를 받았으나 좀처럼 몸을 움직이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KGC 김승기 감독의 표정은 한순간 일그러졌다.
김 감독은 경기전 "오늘은 오세근의 몸상태가 아주 좋다. 1,2차전보다 좋은 것 같다"며 적잖은 시간을 뛸 수 있음을 암시했다. 이번 플레이오프는 '오세근 매치'라 불릴 정도로 오세근의 컨디션이 많은 주목을 받았다. 시즌 막판 컨디션 저하로 고생한 오세근이었다. 오세근은 22일 병원검진을 받을 예정이다. 6강 플레이오프 잔여경기 출전이 불투명하다.
KGC는 1쿼터 좋은 흐름으로 경기를 풀어나갔다. 오세근이 나갈 때만해도 KGC에서 현대모비스로 흐름이 확 넘어올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KGC에는 '현대모비스 천적' 데이비드 사이먼이 버티고 있었다.
오세근과의 '더블 포스트'가 아닌 홀로 포스트를 책임졌지만 두 사람 몫을 해냈다. 사이먼은 현대모비스만 만나면 더 잘한다. 시즌 평균 25.7점-11.1리바운드를 기록했지만 현대모비스를 상대로는 31.8점-13리바운드로 날았다. 이번 플레이오프 들어서도 1,2차전에서 경기당 평균 26점을 넣으며 존재감을 과시한 바 있다.
유재학 현대모비스 감독은 "어떻게든 사이먼에게 볼이 투입되는 것을 막을 것"이라고 했고, 김승기 KGC 감독은 "앞선(가드진)에서 실수만 줄이면 살길이 열릴 것이다. 사이먼은 걱정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날 사이먼은 상대의 압박을 의식한 듯 하이포스트까지 올라가서 볼을 잡았다. 상하좌우로 움직이며 부지런히 골밑으로 돌진했다. 골밑슛, 덩크슛, 정확한 미들슛에 3점슛까지 터뜨리니 현대모비스로선 속수무책이었다. 골밑싸움에 능하지 않은 현대모비스 장신 외국인선수 레이션 테리로는 사이먼의 독주를 막기는 어려웠다.
사이먼을 두고 트랩수비나 변칙수비도 여의치 않았다. KGC 외곽이 너무 뜨거웠다. 2차전에서 잠잠하던 슈터 전성현까지 슛감을 찾았다.
사이먼은 1쿼터에서만 팀의 19점 중 10점을 넣었고, 3쿼터까지 35점을 몰아넣었다. KGC는 전성현이 3점슛 5개를 포함해 17점을 넣었고, 이재도는 18점-6어시스트로 활약했다.
현대모비스는 2쿼터 봇물터지던 쏟아졌던 3점포가 이날은 잠잠했다. 결정적으로 사이먼 한명을 막지 못해 팀전체 고전했다. 양팀은 23일 안양에서 4차전을 갖는다.
안양=박재호 기자 jh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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