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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구는 센터 놀음?
농구는 높이를 앞세운 스포츠다. 선수들의 키가 크면 클수록 유리하다는 게 정설이다. 3점슛의 확률은 아무리 좋아도 40%. 골밑슛은 막는 사람만 없다면 거의 다 넣을 수 있다. 그래서 좋은 센터 1명만 있으면 쉽게 농구할 수 있다는 얘기가 많았다. 원주 DB 프로미가 김주성을 앞세워 십수년 간 강호로 군림한 것도 이 이치다.
이종현이 있으면 리바운드 10개 정도는 수월하게 추가된다. 받아먹는 득점 8~10점 정도만 해줘도 큰 플러스 요소로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숨겨진 악재도 있었다. 골밑이 주 활동 무대인 함지훈과 활동 반경이 겹쳤다. 이종현이 서있으면 든든하면서도, 뭔가 팀플레이적으로 삐걱대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이종현이 빠지니, 함지훈도 살고 내외곽을 넘나드는 플레이를 하는 두 외국인 선수도 살아났다. 높이의 열세를 극복하기 위해 5명이 줄기차게 뛰는 현대모비스 농구가 오히려 상대팀들을 어렵게 만든 격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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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국가대표팀도 마찬가지다. 대표팀은 최근 리카르도 라틀리프가 귀화해 합류했다. 천군만마의 느낌이었다. 중국, 뉴질랜드 등 높이가 좋은 강팀들을 상대하는데 센터 자원이 꼭 필요한 상황이었다. 그런데 라틀리프 합류 후 열린 홈 2연전에서 대표팀은 뉴질랜드에 패했다. 지난 원정 경기에서 외곽포가 터지며 잡았던 뉴질랜드였다. 당시 코리 웹스터의 몸이 안좋아 많이 뛰지 못한 영향도 있었지만, 5명이 조직적인 움직임으로 외곽 찬스를 만들던 그 때와 이번 홈경기 움직임은 달랐다. 대표팀에 참가했던 한 선수는 "라틀리프가 들어와 안정감은 생긴 것 같으면서도, 라틀리프에게 공이 가면 나머지 선수들이 다 서있는 느낌이었다"고 했다. 한국 프로농구의 현실이 그대로 보여진 것이다. 외국인 선수에게 공을 던져주면, 나머지는 구경꾼이 된다. 조직적인 움직임으로 외곽 찬스를 만들어 살리는 게 한국 농구가 국제무대에서 통하는 길이었는데, 결국 라틀리프 합류로 이도저도 아닌 농구가 됐다는 의미다.
이 두 사례를 종합해보면 프로팀이나 대표팀이 나아가야 할 길이 보인다. 가장 먼저 언급했던 것처럼 농구는 센터가 있으면 유리한 스포츠다. 그 센터를 잘 활용해야 한다. 나머지 선수들과 어우러질 수 있는 농구를 해야 그 센터가 빛을 발할 수 있다. 센터도 그냥 서있는 게 아니라, 팀 플레이에 녹아들어 적극적으로 움직여야 한다. 센터가 기록하는 눈에 보이는 득점, 리바운드에 만족했다가는 나머지 4명의 선수가 죽을 수 있다는 걸 명심해야 한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