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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현-라틀리프...센터 있다고 다가 아니다

김용 기자

기사입력 2018-03-05 10:12


서울 SK와 울산 현대모비스의 2017-2018 프로농구 경기가 11일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렸다. 모비스 이종현이 SK 최준용의 수비를 피해 골밑슛을 시도하고 있다.
잠실학생체=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18.01.11/

농구는 센터 놀음?

농구는 높이를 앞세운 스포츠다. 선수들의 키가 크면 클수록 유리하다는 게 정설이다. 3점슛의 확률은 아무리 좋아도 40%. 골밑슛은 막는 사람만 없다면 거의 다 넣을 수 있다. 그래서 좋은 센터 1명만 있으면 쉽게 농구할 수 있다는 얘기가 많았다. 원주 DB 프로미가 김주성을 앞세워 십수년 간 강호로 군림한 것도 이 이치다.

그런데 최근 이 공식이 조금씩 깨지는 느낌이다. 울산 현대모비스 피버스를 보면 그렇다. 현대모비스는 김주성의 대를 이을 센터로 지목된 이종현을 시즌 도중 잃었다. 아킬레스건 파열 중상. 위기일 줄 알았다. 그런데 현대모비스는 이종현이 다친 경기를 시작으로 9연승을 달리고 있다. 이종현 입장에서는 발도 아픈데 마음도 아플 것이다. 자신이 빠지니 팀 농구가 너무 원활하게 돌아가는 걸 봐야하기 때문이다.

이종현이 있으면 리바운드 10개 정도는 수월하게 추가된다. 받아먹는 득점 8~10점 정도만 해줘도 큰 플러스 요소로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숨겨진 악재도 있었다. 골밑이 주 활동 무대인 함지훈과 활동 반경이 겹쳤다. 이종현이 서있으면 든든하면서도, 뭔가 팀플레이적으로 삐걱대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이종현이 빠지니, 함지훈도 살고 내외곽을 넘나드는 플레이를 하는 두 외국인 선수도 살아났다. 높이의 열세를 극복하기 위해 5명이 줄기차게 뛰는 현대모비스 농구가 오히려 상대팀들을 어렵게 만든 격이 됐다.


23일 잠실실내체육관에서 '2019 중국 농구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한국과 홍콩의 경기가 열렸다. 라틀리프가 레이업을 시도하고 있다.
잠실실내체=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18.02.23/
이는 국가대표팀도 마찬가지다. 대표팀은 최근 리카르도 라틀리프가 귀화해 합류했다. 천군만마의 느낌이었다. 중국, 뉴질랜드 등 높이가 좋은 강팀들을 상대하는데 센터 자원이 꼭 필요한 상황이었다. 그런데 라틀리프 합류 후 열린 홈 2연전에서 대표팀은 뉴질랜드에 패했다. 지난 원정 경기에서 외곽포가 터지며 잡았던 뉴질랜드였다. 당시 코리 웹스터의 몸이 안좋아 많이 뛰지 못한 영향도 있었지만, 5명이 조직적인 움직임으로 외곽 찬스를 만들던 그 때와 이번 홈경기 움직임은 달랐다. 대표팀에 참가했던 한 선수는 "라틀리프가 들어와 안정감은 생긴 것 같으면서도, 라틀리프에게 공이 가면 나머지 선수들이 다 서있는 느낌이었다"고 했다. 한국 프로농구의 현실이 그대로 보여진 것이다. 외국인 선수에게 공을 던져주면, 나머지는 구경꾼이 된다. 조직적인 움직임으로 외곽 찬스를 만들어 살리는 게 한국 농구가 국제무대에서 통하는 길이었는데, 결국 라틀리프 합류로 이도저도 아닌 농구가 됐다는 의미다.

이 두 사례를 종합해보면 프로팀이나 대표팀이 나아가야 할 길이 보인다. 가장 먼저 언급했던 것처럼 농구는 센터가 있으면 유리한 스포츠다. 그 센터를 잘 활용해야 한다. 나머지 선수들과 어우러질 수 있는 농구를 해야 그 센터가 빛을 발할 수 있다. 센터도 그냥 서있는 게 아니라, 팀 플레이에 녹아들어 적극적으로 움직여야 한다. 센터가 기록하는 눈에 보이는 득점, 리바운드에 만족했다가는 나머지 4명의 선수가 죽을 수 있다는 걸 명심해야 한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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