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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모르게 눈물이 나더라고요. 기쁘다기보다 안도감이 들었어요."
이번 시즌을 앞두고 아산 우리은행 위비가 FA(자유계약선수) 시장에 나온 김정은을 영입했을 때까지만 해도 반신반의였다. 한때 '연봉킹', '국가대표 에이스' 출신 스타 플레이어인 것에 모두가 동의하지만, 그때의 김정은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고질적인 부상에 대한 불안감과 이제 최전성기를 지난 나이. 오히려 그동안 백업 선수로 알토란 활약을 해줬던 김단비를 보상 선수로 내준 것까지 아쉬워하기도 했다.
우리은행은 위성우 감독 특유의 훈련 시스템으로 인해 처음 들어온 선수가 적응하는데 시간이 걸리는 팀이다. 더군다나 김정은은 2005년 신세계에서 프로에 데뷔한 후 줄곧 신세계-하나은행 한 팀에서만 뛰었기 때문에, 다른 팀에 녹아드는 것이 쉽지 않을 것이라 여겨졌다. 그러나 동료들의 도움과 자신의 의지로 해냈다. 위성우 감독의 기대도 컸다. 올 시즌 목표를 '김정은의 부활'로 설정할만큼 예전 모습을 찾길 바랐다.
우리은행이 이미 완성된 팀이었기 때문에 '굴러온 돌' 김정은의 부담감은 더 컸다. 과거 신세계에서 고참과 막내로 한솥밥을 먹기도 했던 임영희는 "정은이의 부담이 정말 많았을 것이다. 우승팀의 일원이 된다는 것이 쉽지 않았을거라 생각한다. 정은이가 처음 왔을때부터 '내가 와서 우승 못하면 어떡해요 언니'라는 말을 정말 많이 했다. 그때마다 '네가 다시 잘하는 모습만 보여도 된다. 팬들이 봤을 때는 우승보다 옛날 김정은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더 큰 것 같다. 우승은 네가 없어도 하면 하는 거다. 그러니 너무 부담갖지 말라고 했다. 올 시즌 부상도 당하고 힘들었을텐데 이렇게 끝까지 함께 코트에서 우승할 수 있게 돼서 정말 기쁘다"며 뿌듯하게 웃었다.
그래서였을까. 김정은은 자신의 프로 첫 정규 리그 우승이 확정된 후 왈칵 눈물을 흘렸다. 행복한 미소를 지으면서도 손으로 눈물을 쓱쓱 닦았다. 김정은은 "내 부상도 있었고 외국인 선수들도 안좋았기 때문에 어려운 시즌이었다. 또 마지막에 압박감이 심했다. 조금 삐끗하면 다 잡은 것을 놓친다는 생각이 컸다. 우승이 결정되고 나서 기쁘기도 했는데 안도감이 더 컸다. 트로피를 보니까 나도 모르게 눈물이 왈칵 나긴 나더라"며 눈물의 의미를 설명했다.
또 선배 임영희에 대한 고마움도 잊지 않았다. 김정은은 "올 시즌 내 개인 목표는 없었다. 35경기 전 경기를 뛰는 것만 목표였다. 아쉽게 어깨 부상으로 1경기를 못 채웠지만, 90% 이상 달성한 것 같아서 스스로에게 만족한다. 그리고 영희 언니의 존재가 큰 힘이 됐다. 이전 팀에 있을 때는 줄곧 내가 최고참이라 위로받을 곳이 없었는데, 힘들 때마다 언니에게 울면서 이야기를 많이 했다. 그게 참 위로를 많이 받은 것 같다"며 쑥스러운듯 웃었다.
하지만 아직 끝난 것이 아니다. 정규 리그 우승보다 더 중요한, 챔피언결정전이 남아있다. 김정은은 우리은행의 혹독한 훈련을 예시로 들며 "우리은행에 오면 3번의 위기가 있다고 한다. (전지훈련지인) 여수와 일본 그리고 챔피언결정전을 앞두고다. 두번의 고비는 잘 넘겼다. 누가 올라오든 준비 잘해서 열심히 뛰어보겠다"며 그 어느때보다 힘차게 말했다. 통합 우승까지 하면 김정은의 눈물이 더 뜨거워질 것이다.
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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