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경민, 선수단에 사과...DB는 어떤 결정 할까

김용 기자

기사입력 2018-02-19 13:55


서울 SK와 원주 DB의 2017-2018 프로농구 경기가 5일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렸다. DB 두경민이 SK 헤인즈의 수비를 피해 골밑슛을 시도하고 있다.
잠실학생체=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18.01.05/

사과는 했다. 결단만 남았다. 원주 DB 프로미 두경민 사태는 또 어떤 방향으로 흐르게 될까.

꼴찌 후보에서 우승 후보가 된 DB. 이번 시즌 남자프로농구 최대 화두다. 그런데 최근에는 안좋은 내용으로 이슈의 중심이 됐다. DB 돌풍을 일으킨 가드 두경민의 돌출행동이다.

두경민은 지난 10일 울산 현대모비스 피버스전 이후 자취를 감췄다. 당시 2점슛 1개만 시도하고, 자유투로 단 1득점을 했다. 이후 4경기에 출전하지 못했다. 아예 엔트리 등록조차 안됐다. 천사같던 이상범 감독도 독설을 쏟아냈다. 이 감독은 "그만한 그릇이 되지 않는 선수를 에이스로 지목했다면 내 실수"라고 했다.

두경민이 뛰지 못하는 데 대한 소문이 무성했다. 공교롭게도 연예인 출신 여자친구와의 결혼 사실이 세상에 알려진 시점 이후다. 그리고 SNS 상에서 여자친구에 대한 악성 댓글을 단 네티즌과 고소 여부를 두고 설전을 벌인 건 이미 세상에 알려졌다. 또, 챔피언결정전 기간으로 잡힌 날짜에 결혼을 강행하겠다는 내용의 인터뷰도 문제가 있었다. 이 내용들만 해도 프로선수로 자질을 의심하게 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DB 코칭스태프가 화난 건 이 때문이 아니다. 이상범 감독도 "결혼은 농구선수 이전 한 남자의 중대사"라며 갈등의 큰 원인은 아니라고 넌지시 밝혔다.

결국 중요했던 건 현대모비스전 태업성 플레이 문제였다. 에이스로 떠받들어지며 디온테 버튼과의 은근한 신경전이 벌어졌다. 두 사람이 지나치게 공격 욕심을 내자 팀 미팅에서 두경민에게 수비에도 집중해주기를 바라는 충고가 나왔다. 그리고 나서 현대모비스전 슈팅을 하지 않는 플레이가 나왔다. 태업을 했는 지의 여부는 두경민 본인만 알 수 있는 것이기에 조심스럽지만, 농구계 많은 이들이 이 장면에서 이 감독이 폭발했다고 보고있다. 이밖에도 외국인 선수들과 사이가 틀어졌다, 훈련 분위기를 망치는 돌출 행동을 했다는 소문들이 계속해서 터져나왔다.

이 감독은 경기가 이어졌지만 말을 아꼈다. 공교롭게도 팀은 두경민 없이도 연승을 달렸다. 계속 졌다면 이 '두경민 사태'에서 두경민이 힘을 받을 수 있었겠지만, 두경민 없이 똘똘 뭉쳐 뛴 DB 선수들이었다. 농구 잘하는 선수 대신 자신들을 믿고 기용해준 감독에 대한 보답이었다. 이를 보며 가장 속이 탔을 선수는 오직 한 명, 두경민이었다.

결국 두경민이 사과를 했다는 후문이다. 19일 국가대표팀에 합류하기 이전, 코칭스태프 및 동료들에게 정식으로 사과를 했다. 사과 자리에서 어떤 말을 했는지, 어떤 약속을 했는지는 파악하지 못했지만 이전보다는 확실히 자중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한다.


결국 이상범 감독과 코치들, 그리고 선수들의 결단이 남았다. 이런 두경민을 다시 동료로 받아들일 준비가 됐다면 기회를 줄 수 있다. 하지만 그럴 필요가 없다고 느낀다면, 굳이 중요한 경기들을 앞두고 팀 분위기를 해칠 가능성이 있는 선수를 받아줄 필요가 없다. 일단 대표팀 브레이크 기간이 있기에 이 감독이 고민을 할 것으로 보인다. 돌아와 당장 어떤 결정을 내리지 않고, 두경민의 행동을 더 지켜볼 가능성도 있다.

두경민은 이번 시즌 이 감독과 새 동료들을 만나 새로운 농구 인생을 펼칠 수 있었다. 이 감독은 '에이스' 칭호를 붙여줬고, 버튼이 있었기에 두경민이 외곽에서 더욱 활발하게 플레이 할 수 있었다. 농구도, 개인사도 모두 잘풀려 너무 기분이 좋아 잠시 경거망동 했을 수 있겠지만, 주변의 도움이 없었다면 지금의 자신이 없었다는 걸 잊어서는 안된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스포츠조선 바로가기[스포츠조선 페이스북]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