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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크엔드 스토리]남다른 농구 DNA 허 재-허 웅-허 훈 허씨 삼부자, 실책 비교해보면?

권인하 기자

기사입력 2017-11-09 21:46


허 재-허 웅-허 훈(왼쪽부터) 삼부자는 아버지에 이어 잘하는 아들로 유명한 농구계의 삼부자다. 스포츠조선 DB,KBL제공

스포츠 스타 아버지를 따라 같은 종목에 도전한 아들 중에 성공한 이들이 몇이나 될까. 데뷔할 땐 'OO의 아들'로 불리며 스포트라이트를 받지만,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하고 조용히 사라지는 2세가 대다수다. 최고였던 아버지의 피를 물려받았다고 해도, 아버지의 명성 때문에 오히려 기를 펴지 못한다.

올해 프로야구에선 '야구천재' 이종범(47)의 DNA를 물려받은 넥센 히어로즈 외야수 이정후(19)가 화제가 됐다. 휘문고를 졸업한 고졸루키 이정후는 올시즌 각종 신인기록을 경신하는 맹활약을 펼치고, 신인왕을 차지했다.

남자 프로농구에서도 이런 우월한 농구 DNA를 뽐내는 집안이 있다. 바로 '농구 대통령' 허 재 대표팀 감독(52)과 두 아들이다. 아버지의 뛰어난 농구 DNA를 잘 물려받았다. 대학 때 소속팀의 에이스로 활약하다가, 둘 다 신인 드래프트 1라운드에 지명됐다. 최근 둘째인 허 훈(22)이 신인 드래프트 1라운드 1순위로 부산 kt 소닉붐에 입단해 화제가 됐다. 그가 프로 데뷔전에서 좋은 플레이를 펼치면서 '농구 대통령 집안'이 다시 한번 큰 주목을 받고 있다.

일단 아버지가 한국 농구 최고의 스타 플레이어였다. 화려한 테크닉과 지칠 줄 모르는 체력, 부상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악착같이 뛰는 승부욕은 그를 한국을 대표하는 선수로 만들었다. 모두가 인정한 '농구 대통령'이었다. 그가 현역에서 은퇴한 뒤 10여년이 흘렀고, 이제 그의 두 아들이 한국 농구의 중심에 섰다.

장남인 허 웅(24)은 2014∼2015년에 프로의 문을 두드렸다. 이승현 김준일 김지후에 이어 신인 드래프트 1라운드 4순위로 원주 DB 프로미에 지명됐다. 당시 3순위 지명권을 가진 전주 KCC 이지스는 허 재 감독이 지휘하고 있었는데, 아들을 뽑을 것인가에 관심이 집중됐다. 당시 허 웅이 대학랭킹 3위로 평가받고 있었다. 아버지는 이런 관심에 대한 부담 때문에 아들을 뽑지 않아 부자가 같은 팀에서 함께 하지는 못했다.

3년이 지나고 둘째 아들 허 훈이 신인 드래프트에 나왔다. 부산 kt는 주저없이 허 훈을 1라운드 1순위로 지명했다. 허 훈이 이번 시즌 최고 신인이라는 얘기다.

허 웅이 상무에 입대해 형제간의 맞대결은 2018∼2019시즌에나 이뤄질 전망이다. 아직은 아버지 허 감독이 두 아들의 맞대결을 걱정하며 볼 일은 없다.

허 훈은 지난 7일 선두를 질주하고 있는 서울 SK 나이츠와의 원정경기에서 데뷔전을 치렀다. 프로 데뷔전에서 '역시 1순위 선수답다'는 평가를 받았다. 1쿼터 44초를 남기고 코트에 나서 23분21초를 뛰며 3점슛 1개를 포함해 15득점-7어시스트-2스틸을 기록했다. 신인으로는 뛰어난 활약이었다. 프로 데뷔전이라 긴장이 됐을 텐데도 어시스트를 7개나 했다는 것은, 그만큼 시야가 넓고 여유가 있었다는 뜻이다. 상대팀인 SK 문경은 감독은 "신인이 맞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고 했고, kt 조동현 감독은 "자기 몫을 다했다"고 칭찬했다.


허 재 감독은 1997년 프로 원년에 이미 32세였다. 첫 경기에서 11득점-3어시스트-3스틸을 기록했다. 첫째 허 웅이 프로 첫 경기에서 3점슛 1개에 5득점-2리바운드- 3어시스트를 기록했으니, 둘째가 아버지와 형보다 좀 더 좋은 데뷔전을 치른 셈이다. 아버지와 형이 갖지 못한 신인왕 타이틀까지 차지할 수도 있다.

허 웅의 장점은 슈팅능력. 가드 중에서도 리딩 가드보다는 슈팅 가드가 더 어울린다. 그는 원주 DB 프로미에서 3시즌을 뛰면서 평균 10득점-2.8 어시스트-2.0리바운드를 기록했다. 지난 8월 레바논에서 열린 아시아컵 뉴질랜드와의 3∼4위전에서 3점슛 5개를 성공시키는 등 20득점을 올리며 대표팀의 주포 역할을 했다.

허 훈은 득점력도 뛰어나지만 리딩 능력이 좋다는 평가를 받는다. 여유가 있고, 공을 다루는 능력과 패스 센스가 탁월하다. kt가 허 훈을 1순위로 뽑은 것은 팀에서 가장 필요한 리딩 가드를 소화할 수 있는 능력을 갖췄기 때문이다.

농구인들은 두 아들의 장점을 모으면 아버지인 허 재 감독의 현역 시절 모습이 된다고 한다. 그만큼 허 감독의 농구 센스는 특별했다. 경기를 조율해 동료들에게 찬스를 만들어주고, 여의치 않으면 스스로 해결을 했다. 남다른 승부근성은 삼부자가 모두 갖춘 공통요소다.

삼부자는 곧 한 팀이 된다. 2019 FIBA 농구 월드컵 아시아-오세아니아지역 예선대회 1차라운드 최종 엔트리 12명에 형제가 모두 뽑혔다. 아버지 허 감독과 아들이 한 팀이 된 것은 지난해 7월 존스컵 출전 때였다.

대표팀은 13일 소집돼 일주일간 강화훈련을 한 뒤 20일 출국한다. 23일 뉴질랜드와 원정 경기를 갖고, 24일 귀국해 26일엔 중국과 홈경기를 치른다.

허 감독과 두 아들이 대표팀에 어떤 시너지 효과를 낼까. 삼부자의 활약이 한국 농구의 활성화에도 도움이 되길 농구인들은 바라고 있다.
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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