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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수들만 혈투를 펼치는 게 아니었다. 팬들의 신경전도 치열했다.
안양 KGC와 서울 삼성 썬더스의 챔피언결정전 5차전이 열린 30일 안양실내체육관. 이날 경기를 앞두고 KGC 주장 양희종과 슈터 이정현이 구단 사무국을 찾았다. 그리고 부탁을 했다. 안양 홈팬들이 상대 이관희에 대한 야유를 하지 못할 방법을 찾아달라고 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안양에서 열리는 5차전을 앞두고 안양팬들 사이에서 이관희에게 그대로 야유를 돌려줘야 한다는 여론이 만들어졌다. 물론, 상대가 한다고 해서 야유를 따라하지 말자는 의견도 나왔지만, 분위기상 거센 앙갚음이 예상됐었다.
그래서 KGC 선수들이 이러한 분위기를 감지하고, 야유를 막기 위해 구단에 얘기를 한 것이다. 장내 아나운서는 경기 전부터 특정 선수에 대한 야유를 안해줬으면 한다고 수차례 말했다. 그러나 1쿼터 이관희가 코트에 등장하자마자 엄청난 야유 소리가 몰아쳤다. 장내 아나운서는 계속해서 야유를 하지 말아달라고 했지만, 야유 소리에 그 코멘트가 제대로 들리지 않을 정도였다.
장내 아나운서가 계속해서 강조를 하자, 야유 소리는 처음보다 조금 줄어들었지만 이관희가 공을 잡거나 등장할 때 야유는 끊이지 않았다. 벤치에서 쉬던 양희종이 관중석을 향해 두 팔을 X자로 만들어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성난 안양 팬심은 흔들리지 않았다.
이제 양팀은 2일 삼성의 홈인 잠실에서 6차전을 치른다. 분위기상 삼성도 클린 응원을 하자고 함께 외칠 것이다. 그러나 삼성팬들도 가만히 있을 수 없는 분위기가 돼버렸다. 잠실에 가면 또 이정현이 고통을 감수해야 한다.
안양=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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