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분석] 타산지석 '빅3', 송교창의 두 가지 숙제

류동혁 기자

기사입력 2017-03-08 10:50


KCC 송교창의 퍼스트 스텝은 군계일학이다. 아시아권에서도 통할 수 있는 스몰 포워드 중 역대급 재능이다. 그 재능을 극대화시키기 위한 두 가지 숙제가 있다. 사진제공=KBL

KCC 송교창은 매우 흥미롭다.

일단 그는 고교 졸업 후 프로에 직행했다.

한국농구는 고질적 문제점이 있다. 뛰어난 자질과 잠재력을 갖춘 신예들이 효과적 지도를 받지 못한다.

기본적으로 아마 농구 지도자의 무능과 시스템 미비에서 기인한다. 때문에 한창 기량이 발전해야 할 때 그러지 못한다.

예를 들어 올 시즌 좋은 활약을 펼치고 있는 신인 '빅3'가 대표적 예다.

모비스 이종현은 고려대 4년 동안 기량이 정체됐다. 경쟁자가 없어 자극을 받지 못했고, 세부적 기술을 발전시키지 못했다. 2년 전 프로-아마 최강전에서 급성장했던 강상재 역시 마찬가지다. 최준용 역시 기본적으로 가진 농구 센스에 의존한다. 대부분 유망주들이 그렇다. 슈팅능력이 떨어지거나, 수비 스텝을 제대로 익히지 못하는 등 치명적인 기본기가 부족한 경우가 많다.

좀 더 거슬러 올라가면, 각광받는 김선형도 마찬가지다. 여전히 수비와 미드 레인지 점퍼 능력이 떨어진다.

성실한 태도를 가지고 있지만, 자신의 약점을 효과적으로 메우지 못했다. 프로 초창기에 플로터, 이후 3점슛 능력을 개발했다. 그러나 실전에서 더욱 중요한 부분은 강한 수비능력과 스피드를 극대화시킬 수 있는 미드 레인지 점퍼였다.


자신이 좋아하는 농구를 했지, 정작 실전에서 팀이 이길 수 있는 능력을 개발하지 못했다. 개인의 문제임과 동시에 전반적 농구 지도자들의 문제이기도 하다.

송교창은 프로 2년 차다. 올 시즌 KCC는 악재가 너무 많았다. 하승진과 전태풍이 부상, 안드레 에밋도 뒤늦게 합류했다.

KCC는 16승32패, 플레이오프 탈락이 확정됐다. 그러나 수많은 부상 변수 속에서 잘 버텼다는 평가. 더욱 중요한 점은 신예들의 기량 자체가 많이 올라오면서 경쟁력을 가진 경기력을 한다는 점이다. 그 중 핵심은 송교창이다.

지난 시즌 평균 8분27초를 뛰었던 그는 올 시즌 32분3초를 뛰고 있다. 11.9득점, 5.7리바운드, 1.8어시스트, 1.0스틸을 기록하고 있다. 외국인 선수 쿼터 확대로 국내 선수들의 비중이 줄어든 상황에서 송교창은 활약은 확실히 인상적이다.

올 시즌을 기점으로 리그 톱 수준의 스몰 포워드로 자리매김했다. KCC 추승균 감독은 "현 시점에서도 송교창과 비교할 수 있는 스몰 포워드가 거의 없다"고 했다.

소속팀 선수의 기량을 후하게 평가한다는 점을 십분 감안한다고 해도 동의할 수 있는 내용이다.

좀 더 디테일하게 보자. 일단 가장 인상적 부분은 그의 운동능력이다. 2m의 큰 키에 뛰어난 스피드를 지녔다.

송교창의 돌파를 보면, 단순하다. 패스를 잡은 뒤 곧바로 스텝을 밟고 골밑으로 돌진한다. 세련된 페이크 동작은 많이 찾아볼 수 없다. 하지만 수비수들은 번번이 송교창의 그런 돌파에 당하는 경우가 많다.

여기에는 이유가 있다. 농구에서도 가장 기본적이면서도 중요한 첫번째 스텝이 너무나 빠르기 때문이다. 드리블을 위해 하는 첫 번째 스텝 스피드가 무시무시하기 때문에 수비수의 반응 속도가 제대로 따라오지 못한다. 결국 쉽게 수비수를 제친 뒤 골밑에서 레이업 슛을 얹어 넣는다. 매우 중요한 요소다. 세련된 페이크는 경험이 쌓이면 충분히 해결할 수 있는 문제지만, 클래스가 다른 퍼스트 스텝은 해결할 수 없는 문제다.

국내 프로리그에서 최고 수준일 뿐만 아니라, 아시아권에서도 스몰 포워드진에서 송교창같은 퍼스트 스텝을 가진 선수를 찾기 어렵다.

KCC 추승균 감독은 이 사실을 잘 알고 있다. 그는 "송교창이 호리호리한 몸매지만, 하체는 매우 좋다. 때문에 그런 스텝이 나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KT 조동현 감독 역시 "송교창의 성장 속도나 자질을 볼 때 2~3년 뒤에는 적수가 없을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했다.


송교창의 두 가지 숙제. 사진에서 곧바로 나온다. 빈약한 상체와 함께 불안정한 슈팅능력이다. 이 두 가지 숙제를 보완하지 않으면 송교창은 에이스가 아닌 그냥 농구 좀 잘하는 선수로 그칠 가능성이 높다. 사진제공=KBL
그러나 그에게는 숙제가 있다. 송교창이 2~3년 뒤 리그 최고의 스몰포워드가 될 자질이 충분하다는 것은 동의한다. 하지만 자신에게 놓여진 두 가지 숙제를 풀어야 가능하다.

일단 상체 근육이다. KCC 추승균 감독은 "하체는 매우 좋은데, 상체의 어깨가 너무 좁다"고 했다.

상체 근육이 좋지 않다는 것은 경기력에 엄청난 악영향을 미친다. 공수에서 제대로 된 공간확보가 되지 않기 때문이다. 7일 KT전에서 송교창은 노련한 김영환에게 여러차례 당했다. 스피드는 김영환을 능가했다. 하지만 결정적인 슛 상황에서 파울을 하거나 놓치는 경우가 많았다. 즉, 상대를 제대로 제어하지 못했다.

가정해 보자. 공격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스페이싱이다. 수비수를 떨어뜨린 뒤 슛을 쏘는 공간을 만들어야 한다. 수비수 역시 그 팀을 주지 않고 밸런스를 흐트러 뜨리기 위해 공이 없는 상황에서 범프 앤 릴리즈(bump and release. 몸을 충돌시켰다가 풀어줬다가 하는 지속적 동작. 수비수가 공격수 밸런스를 흐뜨러뜨리기 위해 하는 일종의 몸싸움. 현대 농구의 필수다)를 계속 한다. 국내 농구 뿐만 아니라 아시아권에서도 항상 일어나는 일이다.

상체가 약하다는 것은 공수에서 공간 창출을 위한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몸싸움이 강한 매치업 상대를 만나면 자연스럽게 경기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송교창은 현재 탁월한 운동능력으로 이런 약점을 메우고 있다. 하지만, 상체를 개조하지 않는 한 약점은 분명히 생길 수밖에 없다.

또 한 가지는 슈팅이다. 기본적으로 경기를 지배하는 에이스가 되기 위해서는 어떤 상황에서도 득점을 올릴 수 있는 능력을 가져야 한다. 특히, 송교창과 같은 운동능력이 뛰어난 선수는 더욱 그렇다. 쉽게 수비수를 제칠 수 있지만, 현재 송교창이 택할 수 있는 선택지는 단 하나. 골밑 돌파 뿐이다. 수비수를 제친 뒤 미드 레인지 점퍼, 2대2 이후 날릴 수 있는 3점슛 등 슈팅능력을 갖추지 못하면 송교창은 에이스가 될 수 없다.

그는 젊다. 아직 대학교 2학년의 나이다. 성장할 기회와 시간이 있다. 앞으로 2~3년이 중요하다. 송교창의 노력과 KCC의 효율적 지원이 필요한 시점이다. 부산=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

현장정보 끝판왕 '마감직전 토토', 웹 서비스 확대출시 스포츠조선 바로가기[스포츠조선 페이스북]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