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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수 효과'가 여자농구 막판 순위의 핵심 키워드가 되고 있다. 정규시즌을 넘어 플레이오프의 판도까지 뒤흔들 기세다.
KB스타즈는 특급 신예 박지수가 비로소 제 역할을 하기 시작하면서 최하위에서 일약 3위로 급부상했다. KB스타즈 안덕수 감독이 지난해 10월 신인선수 드래프트에서 박지수를 뽑은 후 기쁜 마음에 큰절 세리머니를 펼쳤는데, 결코 '오버'가 아니었음을 증명하고 있는 셈이다.
무엇보다 눈에 띄는 기록은 단연 11개의 어시스트였다. 자신에게 몰리는 수비의 허를 찌르는 패스 능력은 팀 동료들의 득점력과 사기까지 높여주고 있다. 박지수는 골밑 돌파력이 좋은 외국인 선수 피어슨이 뛰어들 때는 컷인 플레이를 주로 하고, 카라와 짝을 이룰 때는 더블 포스트로서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 여기에 강아정과 심성영, 김가은 등에도 적절히 공을 배분, 외곽포의 정확도까지 높이는 역할을 하고 있다. 이들이 외곽포를 날릴 때는 골밑을 든든히 지켜 리바운드를 따내는 것도 역시 박지수의 몫이다.
박지수는 19일까지 경기당 10.17리바운드로 존스(우리은행) 윌리엄즈(신한은행) 등 2명의 외국인 선수에 이어 당당히 3위를 달리고 있다. 시즌 중반부터 투입, 경기수 부족으로 정규기록 경쟁에선 빠져있기는 하지만 신인상 수상은 경쟁자가 없을 정도다.
초반 자신의 위치를 제대로 찾지 못한데다 골밑에서 소극적인 플레이로 일관하던 박지수가 독해지기 시작한 것은 올스타 브레이크 이후다. 골밑에서 상대 수비로부터 집중 견제를 받을 때 밀려나기만 했던 모습을 탈피, 거친 몸싸움을 마다하지 않으면서 팀의 성적도 동반 상승을 시작했다. KB스타즈는 올스타 휴식이 끝난 지난달 18일 이후 펼쳐진 10경기에서 7승3패의 놀라운 뒷심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시즌 첫 연승의 시작이 된 지난 3일 우리은행전에서는 2차 연장전까지 가는 접전 끝에 승리를 따내며 강한 승부 근성을 보여주기도 했다. 이날 박지수는 30득점-21리바운드로, 지난 2000년 삼성생명 센터 정은순 이후 국내 선수 첫 30득점-20리바운드를 기록하기도 했다. 박찬숙과 정은순 등의 특급 센터 계보를 잇는다는 찬사가 그냥 나온 것이 아님을 스스로 입증한 셈이다. 안덕수 감독은 "현재 박지수의 몸 상태나 컨디션은 60% 정도라고 본다. 시즌이 끝난 후 이를 보완한다면 내년 시즌에는 더욱 기대를 해도 좋은 것 같다"고 말했다.
어쨌든 박지수를 등에 엎은 KB스타즈의 요즘 기세라면 플레이오프에 나가 2위를 확정지은 삼성생명과도 충분히 해볼만한 상황이다. 단기전 승부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높이이기 때문이다. 22일 두 팀의 시즌 마지막 맞대결이 더욱 볼만해졌다.
남정석 기자 bluesk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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