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변의 연속이다. 2015 KCC 프로-아마 최강전에서 내로라하는 프로팀들이 대학팀에게 연이틀 대패를 당했다. 지난 17일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린 경기에서 2014~2015 시즌 정규리그 2위팀 동부는 고려대에 55대69로 졌다. 한 번쯤 일어날 수도 있는 '이변'이라고 여겨졌다. 하지만 18일에 또 비슷한 일이 벌어졌다. 이날 연세대가 SK를 96대84로 물리쳤다. SK 역시 지난 시즌 정규리그 3위에 올랐던 강팀이다. 이틀 연속 프로 강팀들이 대학팀에 10점차 이상 대패를 당한 것. '이변'이 반복되면 '트렌드'다. 도대체 왜 이런 현상이 일어나게 된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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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프로팀의 입장에서는 썩 달갑지는 않은 대회다. 아마추어 대학팀들이 포함된 대회에서 우승한다고 해서 크게 명예로울 것이 없는데다가 무엇보다 2015~2016 정규리그 개막이 코앞으로 다가왔기 때문. KBL은 2015~2016 정규시는 개막을 예년보다 한 달이나 빠른 9월로 앞당겼다. 프로팀들은 이 대회를 치른 뒤 20여일 뒤면 본격적으로 정규리그에 돌입해야 한다. 그래서 총력전을 펼치기 어려운 입장이다. 선수들의 부상도 우려되고, 전력이 노출될 수도 있기 때문. 특히 각 팀에 새로 합류한 선수들의 경우에는 공수 패턴을 제대로 다지지 못한 상태다.
그래서 프로팀들은 이번 대회에 다소 편안한 마음으로 나섰다. 일종의 '연습 경기' 개념으로 들어온 셈이다. 몸이 좋지 않은 선수들의 경우에는 아예 경기에서 제외됐다. 17일 고려대전에 동부의 간판 선수인 김주성과 윤호영이 빠진 것이 대표적인 케이스다.
결국 이런 입장 차이는 경기력에 그대로 반영될 수 밖에 없다. 동부는 사실상 팀 전력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김주성과 윤호영이 빠진 순간 승리 가능성이 희박해져 있었다. 더구나 고려대는 대학 최강팀이다. 이종현과 강상재의 대표팀 더블 포스트가 건재하고, 포워드 문성곤 가드 이동엽 최성모 등이 모두 프로급 실력을 갖추고 있다. 전력 면에서는 약체 프로팀과 비교해도 밀릴 게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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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노련미나 한 시즌을 장기적으로 끌고가는 능력 면에서는 프로팀에 비해 부족한 게 사실이다. 하지만 토너먼트 방식으로 치러지는 단기전이라면 이야기가 다르다. 상대적으로 젊고 힘이 넘치는 대학 선수들이 총력으로 맞붙는다면 프로팀도 부담스럽다.
이는 18일 연세대-SK전에서도 마찬가지로 나왔다. 이날 SK는 주전가드 김선형을 선발 베스트 5에 넣지 않았다. 이현석 최원혁 등 2년차 가드진을 내세웠다. 다분히 이 경기를 일종의 '시험 무대'로 삼았다는 걸 알 수 있다.
특히나 이번 대회에는 프로팀과 대학팀이 맞붙을 때 외국인 선수의 출전을 금지해놨다. 근본적으로는 이 규정이 '이변'의 직접적인 원인이라고 할 수 있다. 한국 프로농구에서 외국인 선수의 비중이 얼마나 큰 지를 잘 보여준다. 외국인 선수가 있을 때와 없을 때의 전력 차이는 실제로 엄청나게 컸다. 만약 동부도 김주성과 윤호영이 빠졌지만, 외국인 선수가 출전했다면 다른 결과를 받아들였을 수도 있다.
프로팀들은 외국인 선수의 플레이를 기본적으로 가정하고 공격과 수비 패턴을 만든다. 다른 국내 선수의 특성과 구성에 따라 전술은 조금씩 달라진다. 외국인 선수가 어떤 유형인지도 중요하다. 이런 면을 감안해 각 팀의 감독들이 팀별로 맞춤 전략을 만들고 그에 따라 훈련을 해서 팀을 만들어나간다. 그런데 갑작스럽게 외국인 선수가 빠지게 되면 팀 전술도 그간 연습해온 것과는 크게 달라질 수 밖에 없다.
그래서 이번 대회에 참가한 프로팀 감독들은 외국인 선수가 없을 때 팀이 어떻게 움직이고, 선수들이 어떤 플레이를 해야 하는 지 관찰하려 한다. 그걸 바탕으로 시즌 대비 전략을 구상하기 위해서다. 결국 '승부'에 초점이 맞춰져있지 않을 수밖에 없다. 모교인 연세대에 패한 SK 문경은 감독은 "시간적인 여유가 없어 존디펜스에 대한 연습을 많이 못하고 경기를 하느라 대응이 좋지 못했다. 앞으로 남은 20여일 간 그런 부족한 점들을 과제로 보강해 나가겠다"고 했다. 결국 프로-아마 최강전은 프로팀 입장에서는 정규시즌을 위한 '예행연습'일 뿐이다. 대학팀이 프로를 잡은 이변은 그래서 나왔다. 이원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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