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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풀기 논란' 제퍼슨 퇴출, LG의 단호한 결정 배경은?

기사입력 2015-03-20 14:47 | 최종수정 2015-03-20 14:47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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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퍼슨이 모비스와의 4강 1차전 직전 애국가가 나오는 도중 스트레칭을 하고 있는 장면. 화면출처=U투브, SPOTV
혼란의 시간은 끝났다. 명쾌하고 단호한 결정. LG 세이커스는 갖가지 물의를 일으키며 팀에 악영향을 끼치던 외국인 선수 데이본 제퍼슨을 퇴출하기로 했다. '애국가 스트레칭' 사건을 일으킨 지 불과 이틀만이다. 20일 오전 보도자료를 통해 "농구팬을 포함한 전국민에게 실망을 안겼고, 구단의 명예까지 실추시켰다"며 제퍼슨에 대한 퇴단 조치를 공식 발표했다.

충분히 수긍이 가는 동시에 놀라운 결단이다. 제퍼슨의 행동은 '퇴출'되기에 마땅하다. 그러나 시기가 상당히 미묘하다. 마침 이날은 모비스와의 4강 플레이오프 2차전이 열리는 날. 이미 1차전에 진 LG로서는 극도로 예민한 시기일 수 밖에 없다. 모든 신경을 2차전에 집중해야 하는 와중에 팀 전력의 핵심인 제퍼슨의 퇴출을 결정하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을 것이다. 하지만 LG는 내부 회의를 통해 망설임없이 제퍼슨을 퇴출하기로 했다.

'읍참마속'의 심정이었다. LG는 원래 '애국가 스트레칭 사건'이 벌어질 때만 해도 제퍼슨의 퇴출까지는 고려하지 않고 있었다. 제퍼슨은 지난 18일 모비스와의 1차전 당시 제퍼슨이 경기전 국민의례 때 귀에 이어폰을 꽂고 스트레칭을 했다. 이 장면은 방송 화면을 통해 안방으로 생중계됐고, 이후 엄청난 비난이 쏟아졌다. 제퍼슨의 행동은 분명히 잘못된 것이었다.

하지만 당시까지도 LG는 제퍼슨의 퇴출까지는 고려하지 않았다. 진정성있는 사과와 자체 징계로 사태가 수습될 수 있을 것이라 판단했다. 하지만 이는 결국 실패로 돌아갔다. 제퍼슨의 악의적 돌출 행동이 계속 이어졌기 때문이다. 개인 SNS를 통해 팬을 향한 손가락 욕설 사진을 올려놓은 것. 특히나 공식 사과 기자회견 불과 3분전에 손가락 욕설사진을 올린 것이 알려지며, 사과 기자회견 자체의 진정성도 무너졌다. 팬들의 비난은 최악으로 치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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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모비스전에서 슛을 날리고 있는 LG 제퍼슨. 사진제공=KBL
사태가 이렇게 악화되자 LG 구단도 좌시할 수만은 없었다. 제퍼슨이 분명 전력의 핵심이지만, 이런 식의 안하무인 행동은 오히려 팀워크를 무너트리기만 할 뿐이라고 판단했다. 선수단도 자체적으로 회의를 벌여 "제퍼슨과 함께 할 수 없다"는 입장을 굳인 것으로 전해졌다. LG 관계자는 "사실 애국가 스트레칭 사건 하나만 가지고 퇴출 결정을 한 건 아니다. 이미 오래전부터 제퍼슨이 벌여온 잘못들을 종합해 내린 결론"이라면서 "스트레칭 사건 이후 제퍼슨이 진정으로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길 바라고 있었는데, 구단에서도 상당히 큰 실망과 배신감을 느꼈다. 그냥 넘어갈 수 없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관계자는 제퍼슨을 퇴출했다고 해서 4강 플레이오프를 포기하는 건 아니라는 점을 확고히 밝혔다. 그는 "6강 플레이오프 5차전이나 4강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도 제퍼슨의 활약이 그리 크진 않았다. 오히려 자꾸 문제를 일으키는 제퍼슨을 없애는 게 팀워크를 강하게 만들 수도 있다"면서 "감독님께서 많이 힘드시겠지만, 선수들을 분명 잘 이끌어주실 것이라고 믿는다"고 밝혔다. 과연 제퍼슨을 퇴단시킨 LG가 4강 플레이오프에서 새로운 힘을 보여줄 수 있을 지 주목된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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