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남자농구서 교훈 얻는 KB스타즈, 더욱 무섭다

이명노 기자

기사입력 2015-03-18 08:51


뜨겁게 달아오른 남자프로농구 플레이오프, 여자프로농구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KB스타즈 서동철 감독은 여자프로농구 감독 중 가장 최근까지 남자프로농구를 경험하고 온 사령탑이다. 고양 오리온스 코치로 있던 지난 2013년 2월 KB스타즈 지휘봉을 잡았다. 사령탑으로 풀타임을 보낸 건 지난 2013~2014시즌이 처음. 서 감독은 당시 스피드를 앞세운 농구를 선보이며 새로운 바람을 일으켰고, 3위로 팀을 플레이오프에 진출시켰다.


신한은행과 KB스타즈의 2014-2015 여자프로농구 플레이오프 1차전 경기가 15일 인천도원체육관에서 열렸다. KB 서동철 감독이 변연하를 투입시키고 있다.
인천=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15.03.15/
하지만 첫 플레이오프는 그에게 쓰디쓴 패배만을 안겼다. 1승도 거두지 못하고 2패로 고개를 숙였다. 와신상담한 서 감독은 올 시즌 외국인 선수로 신장을 높였고, 이번엔 화끈한 3점슛을 앞세운 새로운 팀 컬러를 선보였다. 그리고 1년만에 플레이오프에서 신한은행을 2연승으로 제압하며 설욕에 성공했다.

가장 최근까지 남자 농구를 경험해서 일까. 그는 팀 상황에 맞는 작전을 만들어내는데 능하다. 두 시즌 동안 다른 팀 컬러를 선보인 것도, 올 시즌 플레이오프에서 신한은행의 높이에 대응하기 위해 완전히 새로운 '1-1-3 존 디펜스'를 꺼낸 것도 그러한 특징을 보여준다.

오리온스가 보여준 농구의 흐름, 서동철 감독이 얻은 교훈

사령탑 제안을 처음 받았을 때, 오리온스 추일승 감독은 시즌 중임에도 서 감독이 팀을 옮겨 지휘봉을 잡을 수 있도록 배려를 했다. 이후 두 감독은 꾸준히 서로의 경기를 모니터링해주며 조언을 하고 있다.

17일 열린 플레이오프 2차전을 앞두고 서 감독은 전날 6강 플레이오프 최종 5차전에서 패배한 오리온스 얘기를 꺼냈다. 오리온스는 패배했지만, 한때 19점차까지 밀리다 막판에 역전까지 해내는 저력을 보였다.


12일 오후 경기도 고양체육관에서 2014-2015 프로농구 6강 플레이오프 3차전 LG와 오리온스의 경기가 열렸다. 오리온스 추일승 감독이 선수들에게 지시를 내리고 있다.
일산=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 2015.03.12.
서 감독은 "오리온스의 5차전에서 많은 교훈을 얻었다. 농구는 흐름이 있는 스포츠다. 우리 흐름이 왔을 때 꽉 잡아야 하고, 상대 흐름일 때 따라붙는 집중력이 필요하다"며 "우리도 앞서고 있을 때 쉽게 점수차가 좁혀지는 팀이다. 경기 내내 집중력을 잃지 않는 게 관건"이라고 밝혔다.


이는 그대로 현실이 됐다. 시종일관 앞서던 KB스타즈는 3쿼터 중반 역전을 허용하더니 9점차까지 뒤졌다. 하지만 서 감독과 선수들은 포기하지 않았다. 3차전을 고민해야 할 상황에서 끝까지 집중력을 놓지 않았다.

전자랜드의 업셋 시리즈, KB스타즈와 많이 닮았다

인천 전자랜드 역시 서 감독에게 많은 감명을 준 팀이다. 1년 선배인 유도훈 감독과는 상무 선수 시절 1년을 빼고는 선수나 지도자로 한솥밥을 먹은 적이 없다. 하지만 이번 플레이오프에서 전자랜드와 KB스타즈는 많이 닮아있었다. 하위팀이 상위팀을 잡는 '업셋 시리즈'를 선보였고, 패배 없이 연승으로 다음 라운드로 진출했다. 원정에서 먼저 치른 경기에서 기선을 제압한 뒤, 홈에서 축포를 터뜨렸다.

팀을 하나 하나 뜯어 놓고 봐도 비슷한 점이 많다. 전자랜드 역시 KB스타즈처럼 높이의 열세를 외곽포로 극복하는 팀이고, '포주장' 리카르도 포웰의 리더십처럼 베테랑 변연하가 주장으로 선수들의 귀감을 사고 있다.


인천 전자랜드와 서울 SK의 프로농구 6강 플레이오프 2차전 경기가 11일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렸다. 76-75 극적인 역전승을 거둔 전자랜드 선수들이 환호하고 있다.
잠실학생체=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15.03.11/
서 감독은 "비슷한 점이 많아서 인지 전자랜드의 6강 플레이오프 1차전을 보고 감동을 받았다. 유 감독님도 계시고, 전자랜드가 우리와 컬러가 비슷하다고 생각해 평소에도 자주 경기를 보는데 플레이오프는 엄청 났다"고 말했다.

우리은행 위성우 감독은 꼴찌였던 팀을 맡아 두 시즌 연속 통합우승을 시키고, 올해도 챔피언결정전에서 상대를 기다리고 있다. 7년 동안 신한은행 코치로 활약한 위 감독은 지휘봉을 잡자마자 '준비된 지도자'의 위력을 과시했다. 하지만 여자농구 삼성생명에서 6년을 보내고, 상무와 삼성, 오리온스를 거치며 10년 동안 남자농구판에서 지도자 경력을 쌓은 서 감독도 만만치 않다.

서 감독은 "위성우 감독은 정말 대단한 업적을 남긴 사령탑이다. 감독으로서 도전의식이 생길 수밖에 없다. 기회가 왔는데 반드시 우승하고 싶다. 상대도 강하지만, 우리도 강하다는 걸 느꼈다. 그런 자신감을 갖고 하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


신한은행과 KB스타즈의 2014-2015 여자프로농구 플레이오프 1차전 경기가 15일 인천도원체육관에서 열렸다. KB가 54대51로 승리했다. 경기 종료 후 기쁨을 나누는 KB스타즈 선수들의 모습.
인천=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15.0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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