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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농구 순위 싸움이 한창이다. 시즌 소화만으로도 선수단, 프런트는 정신없다. 그런데 최근 각 구단 프런트는 다른 작업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 바로 다음 시즌 외국인 선수 영입전이다. 한국농구연맹(KBL)은 리그 흥미를 배가시키겠다며 다음 시즌부터 외국인 선수 2명의 동시 출전을 결정했다. 당연히 새 얼굴 찾기를 해야한다. SK LG 동부 오리온스 삼성 모비스 관계자들이 최근 미국 캘리포나이주 산타크루즈에서 열린 D리그(NBA 하부리그) 쇼케이스에 다녀왔다.
구단들에 내려진 특명 '제2의 맥도웰 찾아라'
하지만 KBL의 예상과는 다른 방향으로 판세가 흘러가고 있다. 각 팀들은 '제2의 맥도웰'을 찾기에 바쁘다. 맥도웰은 97년 한국무대에 데뷔해 2004년까지 뛴 장수 외국인 선수. 1m94로 큰 키는 아니었지만 탄탄한 체구를 바탕으로 탱크같은 플레이를 펼쳐 사랑받았다. 맥도웰 시절 현대 걸리버스(전주 KCC 전신)는 최강팀으로 군림했다.
냉정히 말해 맥도웰은 테크니션 스타일이 아니다. 전형적인 언더사이즈 빅맨이다. 그의 투박한 플레이가 현대를 이끌었다. 아무래도 농구는 화려한 외곽 플레이보다는 골밑, 미드레인지에서의 득점 확률이 높은 스포츠. 당연히 맥도웰과 같은 스타일의 선수가 효율적이다. 승리가 지상 과제인 구단들 입장에서는 당연히 제2의 맥도웰을 찾아 나설 수밖에 없다. 구단들이 비슷한 유형의 선수를 찾는다면, 화려한 테크니션들이 한국에 올 확률은 줄어든다. 오히려 2명의 외국인 선수가 주야장천 골밑 득점만 노리는 재미없는 농구가 될 수도 있다. 그 속에서 토종 빅맨들이 설 자리를 잃는 것은 더한 악재다.
포웰은 더 이상 못보는가
인천 전자랜드 엘리펀츠 리카르도 포웰은 팀 내 최고 스타다. 3시즌 연속 활약하며 외국인 선수임에도 불구하고 주장 자리에 오르고, 쇼맨십도 화려해 팬들이 좋아한다. 화려한 플레이는 기본이다. 이런 스타 선수들이 늘어나야 농구 인기도 올라간다.
그런데 다음 시즌 포웰을 볼 수 있을까. 세상 일에 100% 확률은 없다지만, 그 확률이 매우 떨어진다. 단신 외국인 선수 영입 규정 때문에 각 팀들은 무조건 나머지 1장의 카드를 장신 센터로 뽑으려 할 것이다. 99% 그럴 수밖에 없다. 포웰이 2옵션으로 가면 된다고? 그럴 수 없다. 포웰은 키가 1m97이다. 1m93을 넘는다. 1명의 테크니션형 선수를 보유해야 하는 상황에서, 골밑 자원을 포기하면서까지 포웰을 데려갈 팀은 거의 없을 것으로 보인다. 포웰이라는 인기 아이템을 이런 규정 때문에 잃는 것은 프로농구의 큰 손해다. (물론, 3시즌 연속으로 한 팀에서 뛰면 재계약 할 수 없다는 규정 때문에 포웰은 무조건 전자랜드를 떠나야 하는 점도 아쉬운 부분이다.)
포웰에 비해 확률은 떨어지지만 서울 SK 나이츠 애런 헤인즈의 존재도 애매해질 수 있다. 물론 헤인즈는 2m1로 키가 더 크고, SK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워낙 커 재계약 확률도 분명 있겠지만 SK 입장에서는 고민을 할 수밖에 없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