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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KGC, 거함 SK전 승리의 의미는

노재형 기자

기사입력 2015-01-20 11:14


KGC는 지난 19일 선두 SK를 꺾고 7연패의 사슬을 끊었다. 이동남 감독대행은 최근 팀이 어수선한 분위기에서 승리를 따낸 것에 대해 큰 의미를 부여했다. 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프로농구 10개 구단 가운데 사령탑이 대행이라는 꼬리표를 달고 있는 팀은 안양 KGC가 유일하다.

지난 시즌 막판 이상범 감독의 뒤를 이어 지휘봉을 잡은 이동남 감독대행이 이번 시즌에도 팀을 이끌어가고 있다. 지난해 3월 정규시즌이 끝난 뒤 KGC는 이 대행 체제를 그대로 유지할 것인지와 다른 인사를 감독으로 선임할 것인가를 두고 고민을 하다 이 대행을 선택했다. 당시 KGC는 "도전적인 농구 부활의 신호탄이다. 5년간 코치 역할을 성공적으로 수행하며 리더십을 쌓았고 외국인 코치들과 함께 하며 선진 농구를 간접 경험하기도 했다. 2014-2015시즌을 잘 이끌면 당연히 그에 대한 재평가는 이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꼬리표'가 붙은 상황에서 이 대행은 2014~2015시즌을 야심차게 시작했다. 그러나 불안정한 전력 속에 KGC는 1라운드서 2승7패의 부진을 보이며 하위권으로 처졌다. 2,3라운드서는 강호 SK와 모비스를 한 차례씩 꺾는 등 각각 5승4패로 선전하며 중위권으로 뛰어오르기도 했다. 그러나 상승세는 오래가지 못했다. 4라운드서 KGC는 7연패를 포함해 1승8패의 부진을 보이며 다시 하위권으로 떨어졌다.

주축 센터 오세근의 부상이 결정적이었다. 시즌 개막도 함께 하지 못했던 오세근은 지난해 11월 28일 SK와의 경기에서 왼쪽 발목 복숭아뼈를 다쳐 오랫 동안 치료와 재활에 매달렸다. 그가 복귀한 것은 올스타 브레이크 직후인 지난 14일 전자랜드전이다. KGC는 오세근이 없는 상태에서 무려 22경기를 버텨야 했다. 1라운드와 4라운드의 부진은 오세근이 빠진 탓이었다.

오세근 뿐만이 아니었다. 새해 들어서는 강병현과 양희종이 동부전에서 부상을 입어 팀을 떠나있어야 했다. 다행인 것은 두 선수 모두 부상이 길지 않았다는 점. 강병현은 지난 7일 LG전서 복귀했고, 양희종은 오세근과 함께 후반기 첫 경기였던 14일 전자랜드전서 돌아왔다. 그러나 공백이 있었던만큼 이들이 경기 감각을 찾는데는 다소 시간이 걸리는 상황이다. 체력을 쌓고 손발을 제대로 맞추려면 시간이 필요할 수 밖에 없다.

여기에 최근에는 구단 내부적으로 불미스러운 일까지 벌어졌다. 포워드 장민국의 아버지인 배구 스타 출신 장윤창씨가 KGC 구단 사무실에서 아들의 거취를 놓고 소동을 벌이다 불구속 입건됐다. 장민국이 출전기회를 꾸준히 얻지 못하자 KGC 구단에 트레이드를 요구하는 등 논란을 일으키다 극단적인 행동까지 벌인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KGC는 반등의 기회를 잡기는 어려웠다. 연패가 길어질 수 밖에 없었다.

지난 17일 KGC는 울산에서 열린 모비스전에서 패한 뒤 다시 서울로 올라왔다. 19일 선두 SK를 만났다. 이전까지 6연승을 달리던 SK였다. 누가 봐도 KGC의 승산은 희박했다. 그러나 KGC는 1쿼터에서 철저한 밀착수비로 SK의 공격을 차단하며 15-10의 리드를 잡은 뒤 경기를 장악해 나갔다. 시간이 흐를수록 페이스는 KGC로 흘렀고, 결국 69대58로 여유있는 승리를 따냈다. 단 한 번도 동점 또는 역전을 허용하지 않았다. 5라운드 첫 경기에서 승리하며 7연패의 사슬을 끊었다.

이동남 감독대행은 "내부적 혼란으로 선수들이 신경쓰이는 상황에서도 게임에 집중한 것이 고맙다. 부상 선수들이 돌아와서 5라운드 첫 경기를 이기고 연패를 끊은 것이 큰 의미가 있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날 경기에 앞서 이 대행은 장민국을 집으로 돌려보내 당분간 안정을 취하도록 했다. 당장 장민국의 거취를 결정할 수는 없는 입장인 이 대행으로서는 심리적 안정이 최선이라는 결론을 낼 수 밖에 없었다. 이 대행은 "민국이는 멘붕이 온 상태라 집으로 돌려보냈다. 일단 정신적 안정을 취해야 한다"고 했다.


이 대행 스스로도 스트레스가 많은 상황이다. 하지만 마냥 힘들어할 수만은 없는 게 사령탑의 운명. 이 대행은 "요즘 상황에서 사람관계나 일처리 부분에서 배우는게 있다고 생각한다. 나중에 되돌아보면 좋은 경험이 될 수도 있지 않겠나. 지금 가장 걱정스러운 것은 선수단이 흔들릴 수 있다는 것이다. 구단에서 민국이 문제도 확실하게 입장 정리가 됐으면 한다"고 밝혔다.

KGC는 6강 플레이오프 진출이 사실상 힘들어졌다. 이날 현재 6위 KT와의 승차가 4게임이나 된다. 하지만 이 대행은 "3라운드 중반부터 치고 올라갈 생각이었는데, 부상 선수들이 많이 나왔다. 어쨌든 프로니까 끝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SK전은 앞으로 KGC가 어떻게 나아가야 할 지를 보여준, 여러 의미가 담긴 경기였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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