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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농구 10개 구단 가운데 사령탑이 대행이라는 꼬리표를 달고 있는 팀은 안양 KGC가 유일하다.
주축 센터 오세근의 부상이 결정적이었다. 시즌 개막도 함께 하지 못했던 오세근은 지난해 11월 28일 SK와의 경기에서 왼쪽 발목 복숭아뼈를 다쳐 오랫 동안 치료와 재활에 매달렸다. 그가 복귀한 것은 올스타 브레이크 직후인 지난 14일 전자랜드전이다. KGC는 오세근이 없는 상태에서 무려 22경기를 버텨야 했다. 1라운드와 4라운드의 부진은 오세근이 빠진 탓이었다.
오세근 뿐만이 아니었다. 새해 들어서는 강병현과 양희종이 동부전에서 부상을 입어 팀을 떠나있어야 했다. 다행인 것은 두 선수 모두 부상이 길지 않았다는 점. 강병현은 지난 7일 LG전서 복귀했고, 양희종은 오세근과 함께 후반기 첫 경기였던 14일 전자랜드전서 돌아왔다. 그러나 공백이 있었던만큼 이들이 경기 감각을 찾는데는 다소 시간이 걸리는 상황이다. 체력을 쌓고 손발을 제대로 맞추려면 시간이 필요할 수 밖에 없다.
지난 17일 KGC는 울산에서 열린 모비스전에서 패한 뒤 다시 서울로 올라왔다. 19일 선두 SK를 만났다. 이전까지 6연승을 달리던 SK였다. 누가 봐도 KGC의 승산은 희박했다. 그러나 KGC는 1쿼터에서 철저한 밀착수비로 SK의 공격을 차단하며 15-10의 리드를 잡은 뒤 경기를 장악해 나갔다. 시간이 흐를수록 페이스는 KGC로 흘렀고, 결국 69대58로 여유있는 승리를 따냈다. 단 한 번도 동점 또는 역전을 허용하지 않았다. 5라운드 첫 경기에서 승리하며 7연패의 사슬을 끊었다.
이동남 감독대행은 "내부적 혼란으로 선수들이 신경쓰이는 상황에서도 게임에 집중한 것이 고맙다. 부상 선수들이 돌아와서 5라운드 첫 경기를 이기고 연패를 끊은 것이 큰 의미가 있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날 경기에 앞서 이 대행은 장민국을 집으로 돌려보내 당분간 안정을 취하도록 했다. 당장 장민국의 거취를 결정할 수는 없는 입장인 이 대행으로서는 심리적 안정이 최선이라는 결론을 낼 수 밖에 없었다. 이 대행은 "민국이는 멘붕이 온 상태라 집으로 돌려보냈다. 일단 정신적 안정을 취해야 한다"고 했다.
이 대행 스스로도 스트레스가 많은 상황이다. 하지만 마냥 힘들어할 수만은 없는 게 사령탑의 운명. 이 대행은 "요즘 상황에서 사람관계나 일처리 부분에서 배우는게 있다고 생각한다. 나중에 되돌아보면 좋은 경험이 될 수도 있지 않겠나. 지금 가장 걱정스러운 것은 선수단이 흔들릴 수 있다는 것이다. 구단에서 민국이 문제도 확실하게 입장 정리가 됐으면 한다"고 밝혔다.
KGC는 6강 플레이오프 진출이 사실상 힘들어졌다. 이날 현재 6위 KT와의 승차가 4게임이나 된다. 하지만 이 대행은 "3라운드 중반부터 치고 올라갈 생각이었는데, 부상 선수들이 많이 나왔다. 어쨌든 프로니까 끝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SK전은 앞으로 KGC가 어떻게 나아가야 할 지를 보여준, 여러 의미가 담긴 경기였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