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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으로 인상적인 장면이었다.
전자랜드가 이 공을 동부 구단에 전달한 것은 기록 달성에 대한 배려와 동업자 정신을 느끼게 하는 대목이다. 대부분의 팀들은 '승운이 빠져 나간다'는 이유로 홈경기때는 공인구 외부 반출을 무척이나 꺼린다. 그러나 전자랜드는 김주성을 위해 주저없이 축하의 행동을 보여줬다. 이 공은 동부 구단이 보관할 예정이다. 이 뿐만이 아니다. 유도훈 감독은 하프타임 때 코트로 나가 김주성에게 직접 꽃다발을 전달하며 악수까지 건넸다. 김영만 감독과 나란히 서서 3명이 함께 기념 촬영을 하기도 했다.
전자랜드는 이미 전날 김주성의 리바운드 기록 달성에 대한 행사를 준비했다. 이익수 단장 주재로 자체 회의를 열어 행사 내용을 계획하고 동부 구단과도 협의를 했다. 기본적으로 김주성이 기록을 달성할 시 어떤 형식으로든 표출하기로 했고, 해당 공인구를 동부에 건네주고 김주성의 소감 코멘트도 진행하는 것으로 행사 내용을 정리했다. 덧붙여 유 감독이 하프타임에 직접 축하의 꽃다발을 전달하고, 한국농구연맹(KBL) 심판진에게도 기록이 달성된 직후 첫 데드타임때 행사를 진행할 수 있도록 시간 요청까지 해놨다. 모든 것이 계획대로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홈팀이 이처럼 대대적으로 상대팀을 위해 축하 행사를 열어주는 것은 지극히 이례적인 일이다.
전자랜드 김성헌 사무국장은 "이전에 주희정 케이스도 있었고 해서 어제 전체적으로 회의를 했다. 사실 홈팀이 원정팀 기록을 위해 행사를 주도적으로 계획하는 것은 거의 없는 일이다. 만일 경기에서 지기라도 하면 그 부담이 크다. 그래도 어제 이겨서 다행이다"고 밝혔다.
프로농구 뿐만 아니라 야구에서도 원정팀 선수의 기록 달성 행사를 홈팀이 주도적으로 계획하는 일은 거의 없다. 보통 전광판과 장내 아나운서를 통한 노출, 꽃다발 전달 등의 기본적인 형식만 갖춘다. 경기 도중 인터뷰를 진행하고 김주성이 공인구에 사인까지 할 수 있도록 배려한 전자랜드의 조치는 참으로 신선하고 주목을 받을 만했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