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에 이처럼 보기 좋은 스승과 제자가 있을까. 그것도 호랑이 사령탑과 통통 튀는 외국인 선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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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는 2010~2011시즌 외국인 선수 드래프트에서 가장 마지막인 20순위에 kt에 입단했다. 철저히 무명이었던 로드를 발굴한 이가 전 감독이었고, KBL 정상급 외국인 선수로 성장시킨 이 역시 전 감독이었다.
로드도 이 사실을 잘 안다. 팬들의 오해와 달리, 로드는 전 감독을 코트 밖에서 아버지처럼 따른다. 전 감독은 사비를 털어 로드의 아들인 찰스 로드 3세의 돌잔치를 열어주는 등 누구보다 로드를 챙긴다. 지난 크리스마스 때는 로드가 전 감독에게 큰 선물을 안겼다. 매년 크리스마스 카드를 직접 써주는 전 감독에게, 로드는 직접 준비한 골프 용품을 선물했다. 평소 골프를 좋아하는 전 감독의 취향대로 각종 골프 용품을 준비한 것이다. 선물의 이유는, '그냥 크리스마스라서'. 로드 다웠다.
전 감독은 로드에게 이에 대한 말을 꾸준히 한다. 팬들이 원하는 것이라고 얘기해 달래보기도 했다. 하지만 갈등이 있을 수밖에 없다. 전 감독은 5일 모비스전을 앞두고도 "그럼 (골밑에서) 나와서 딱 2개만 던져봐라. 만약 안 들어가면 인사이드에서 플레이해라"고 말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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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로드는 데뷔 처음으로 한 경기 10어시스트를 기록했다. 공을 내주고, 스크린을 걸고. 기본에 충실했다. 로드는 직전 경기였던 3일 삼성전에서 역대 4호 블록슛이 포함된 트리플-더블(21득점 14리바운드 10블록)에 이어 이번엔 어시스트를 포함한 트리플-더블을 기록할 뻔했다. 비록 13득점 10어시스트 9리바운드로 리바운드 1개가 모자라 2경기 연속 트리플-더블에 실패했지만, 성장한 로드의 진가를 확인할 수 있었다.
이날 로드는 종료 16초를 남기고 5반칙 퇴장당했다. 하지만 코트로 들어오며 전 감독과 따뜻하게 포옹을 나눴다. 그리고 자신을 향해 환호하는 부산사직체육관의 팬들에게 90도로 인사를 했다.
경기 후 전 감독은 "로드는 정말 많이 좋아졌다. 사실 내가 원하는 농구와 본인이 원하는 농구의 갈등이 있었다. 오늘도 2개를 던져서 안 들어가면 인사이드 플레이를 하라고 했는데, 골밑에서 굳건하게 리바운드와 블록슛을 해줬다"고 말했다.
전 감독은 로드가 대견하다며 칭찬했다. 그는 "믿음직스럽다. 엊그제 40분을 뒤고, 오늘도 2분 조금 넘게 쉬었을 뿐이다. 그런데도 체력적으로 버텨내 대견한 것 같다"며 활짝 웃었다.
로드도 대기록을 놓쳤지만, "감독님이 좋아해주셔서 나도 좋았다"며 미소지었다. kt로 돌아온 것, 그리고 전 감독과 재회한 게 누구보다 기쁜 그였다. '이제 대견하다'는 스승과 '좋아해줘서 좋다'는 제자. KBL에 '베스트 커플상'이 있다면, 이들에게 줘야 하지 않을까.
부산=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