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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로 평범한 3점슈터가 되게 놔둘 것인가."
이승현은 이번 시즌 33경기 평균 9.85득점 5리바운드 1.5어시스트를 기록하고 있다. 신인 치고는 절대 나쁘지 않은 개인 성적이다. 하지만 분명 어딘가 모르게 아쉬움이 남는다. 전체 1순위 선수로서의 확실한 존재감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2순위 신인 김준일(서울 삼성 썬더스)의 활약이 더욱 부각되고 있다.
이유가 있다. 프로농구 A 감독은 이승현에 대해 "한계가 분명하다. 지금 역할은 단순 3점슈터다. 처음 이승현이 데뷔할 때 이 모습을 기대한 것은 아닐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이승현의 플레이를 보면 포스트보다는 외곽 위주의 플레이가 주를 이룬다. 그것도 스스로 만드는 슛이 아니다. 외곽에 있다 받아먹는 3점슛이 대부분이다. 이승현은 이번 시즌 경기당 평균 1.45개의 3점슛을 성공시키고 있다. 이 부문 전체 11위. 각 팀 간판 슈터들과 경쟁 중이다. 팀 선배이자 리그 수준급 슈터인 허일영(1.55개)와도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문제는 이 역할을 맡기기 위해 이승현을 뽑은게 아니라는 점. 리바운드가 수치상으로는 좋지만 골밑 존재감이 아직 부족하다. 추 감독이 '이승현으로 우승을 노릴 수 있다'라는 말이 성립되려면, 이승현이 골밑과 외곽을 오가는 전방위적 역할을 해줄 때다. A 감독은 "스스로 득점을 만들 수 있는 역할이 필요해 보인다. 이승현쪽에서 득점, 파생 공격이 나와야 오리온스가 더 강해질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오리온스의 최근 행보를 보면 딱 맞는 말. 오리온스는 개막 후 8연승을 달렸다. 신인 이승현도 잘해줬지만, 외국인 선수 길렌워터의 역할이 매우 컸다. 하지만 지금은 17승16패 5할 승률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다. 길렌워터가 상대 전력 분석망에 걸려들었고, 최근 몸상태까지 좋지 않다. 길렌워터 효과가 줄어들며 오리온스의 팀 성적도 추락하고 있다. 현재 다른 포지션에서 오리온스의 힘이 더 커질 가능성은 크게 없어 보인다. 잠재력을 갖춘 이승현 자리에서 파괴력을 길러내야 한다. 그동안 이승현은 길렌워터 파괴력, 신인의 한계 등 여러 복합적인 요인으로 인해 한정된 역할 만을 해왔다. 이번 시즌 추 감독이 받아든 가장 큰 숙제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