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CC의 투혼은 놀라웠다. 하지만 모비스는 너무나 강했다.
시즌 초반 NBA 오클라호마시티 선더와 휴스턴 로케츠는 인상적인 경기력을 보였다. 오클라호마는 케빈 듀란트와 러셀 웨스트브룩이 모두 부상으로 빠진 상황. 여기에 듀란트의 대체 카드인 페리 존스마저 부상으로 이탈했다. '부상이 부상을 낳는다'는 속설은 한국이나 미국이나 똑같다. 그러나 오클라호마는 수준급 경기력을 유지했다. 수비를 탄탄히 하면서 '적게 먹고 적게 넣는' 농구를 했다. 휴스턴 로케츠는 최근까지 드와이트 하워드, 테런스 존스 등이 모두 부상으로 빠져 있었다. 결국 리그 최고의 슈팅가드 제임스 하든의 의존도가 심화됐다. 그러면서 수비강화를 했다. 두 팀 모두 '진흙탕 농구'를 하면서 약점을 최소화했다.
이 싸움에서 필수적인 요소들이 있다. 강한 수비력의 밑바탕에는 투철한 희생정신이 있다. 팀 조직력을 다지기 위해 한 발 더 뛰는 처절함이 있어야 한다.
1쿼터 KCC는 9-4로 리바운드 싸움에서 앞섰다. 모비스는 리그에서 가장 강한 센터 라틀리프와 함지훈 문태영 등이 있는 팀. 하지만 KCC는 철저한 박스아웃으로 리바운드 싸움에 우위를 점했다. 게다가 강한 몸싸움으로 결국 1쿼터 스코어로 나타났다. 예상을 뒤엎고 KCC가 21-18로 앞서나갔다.
●2쿼터=히든 카드 이대성
2쿼터 시작부저가 울리자, 울산 동천실내체육관은 갑자기 환호성으로 뒤덮혔다. 약 8개월 만에 나온 이대성 때문이었다.
1m93의 대형 가드 이대성은 뛰어난 공격 테크닉과 강한 수비력을 지닌 차세대 에이스. 8개월의 공백이 있었지만, 움직임은 어색하지 않았다. 몸상태가 100%는 아니었지만, 순간적인 움직임과 순발력은 살아있었다.
2쿼터 1분34초, 첫 득점을 성공시켰다. 6분12초를 남기고 함지훈에게 절묘한 2대2 패스를 연결했다. KCC는 집중력이 약간 흐트러졌다. 신명호의 패스미스가 나왔다. 모비스는 함지훈을 중심으로 한 확률높은 공격을 했다. 결국 모비스는 역전에 성공했다. 39-35로 전반전이 끝났다.
●3쿼터=격렬한 몸싸움의 복선
하프타임 휴식을 마치고 돌아온 KCC는 더욱 더 강렬한 몸싸움을 펼쳤다. KCC의 기세에 밀린 모비스는 공격작업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았다. 문태영의 개인기에 의한 득점만이 간간이 나왔다.
반면 KCC는 강한 수비에 의한 공수전환에서 속공으로 반격했다. 세트 오펜스 상황에서는 빠른 패스게임으로 외곽 찬스를 만들었다. 정민수의 3점슛 2개가 폭발했고, 김지후와 정희재의 속공이 성공했다.
분위기는 완전히 KCC가 잡았지만, 문제는 점수 차였다. 모비스는 3쿼터 중반부터 냉정한 경기운영을 했다. KCC의 최대 아킬레스건인 라틀리프에게 간견한 패스로 공격 찬스를 만들었다. KCC는 골밑에서 육탄방어를 했다. 파울 트러블에 일찍 걸리면서 자유투를 많이 헌납했다. 결국 3쿼터 역시 모비스는 끝내 62-61, 1점 차의 리드를 지켰다.
여기에 봐야 할 부분은 몸싸움의 후유증이다. 모비스는 1쿼터 초반을 제외하고 문태영과 함지훈을 동시에 기용하지 않았다. 4쿼터 승부처를 위해다. 부상자가 많은 KCC는 많은 움직임으로 체력적 부담이 점점 더 심해지는 상황이었다.
●4쿼터=윌커슨의 결정적 실수
KCC는 3쿼터까지 훌륭한 전투력을 보여줬다. 하지만 모비스는 무너지지 않았다. 선두팀다운 냉정함과 강인함이 있었다.
처절한 힘 싸움이 이어졌다. KCC는 많이 불리했다. 더욱 강한 집중력과 활동량이 필요했다. KCC 공격의 중심은 윌커슨이었다.
그런데 결정적 실수가 있었다. 경기종료 6분을 남겨놓은 상황. 67-65, 모비스의 살얼음판 리드. 윌커슨이 라틀리프를 앞에 두고 포스트 업을 시도했다. 파워가 부족한 윌커슨은 공격이 여의치 않자, 골밑으로 파고들던 신명호에게 비하인드 백패스를 시도했다. 하지만 수비수 2명이 지키고 있던 상황. 결국 모비스로 공격권이 넘어갔다. 윌커스는 터털터털 걸어갔다. 이미 라틀리프는 상대 코트로 넘어간 상태. 노련한 양동근은 그대로 롱 패스, 라틀리프의 골밑슛으로 연결됐다. KCC의 기세가 꺾이기 시작했다. 이대성의 시즌 첫 3점슛이 터졌다.
KCC는 포기하지 않았다. 모비스의 파울 트러블을 이용했다. 날카로운 움직임으로 반칙을 얻어냈고, 윌커슨과 정민수가 자유투 4점을 보탰다. 경기종료 2분12초를 남기고 75-73, 여전히 모비스 2점 차 리드.
하지만 모비스의 뒷심은 너무 강했다. 문태영의 2득점. 그리고 KCC 김효범은 양동근의 볼을 가로챈 뒤 몸에 맞는 공을 유도했다. 하지만 양동근은 그 공을 바로 잡은 뒤 곧바로 골밑의 문태영에게 패스, 또 다시 2득점. 문태영은 경기종료 1분3초를 남기고 쐐기를 박는 3점포까지 터트렸다. KCC 입장에서는 어쩔 수 없었다. 울산=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