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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AG] 쿼터별 분석, 조성민과 양희종이 끝냈다

류동혁 기자

기사입력 2014-09-27 15:48


27일 오후 인천 삼산월드체육관에서 2014 아시안게임 남자 농구 한국과 필리핀의 경기가 열렸다. 4쿼터 종료 직전 양희종의 3점슛에 한국 선수들이 환호하고 있다.
인천=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 2014.09.27.

한국이 극적으로 필리핀을 잡았다.

한국은 27일 인천 삼산월드체육관에서 열린 8강리그(H조) 2차전에서 97대95로 필리핀을 격파했다. 2승을 거둔 한국은 4강 진출을 확정했다. 반면 전날 카타르에게 패한 필리핀은 4강에서 탈락했다.

한국은 28일 8강 리그 조 1위를 두고 카타르와 일전을 벌이게 됐다. 조 1위가 되면 이란과의 준결승을 피할 공산이 커진다.

1쿼터=일찍 꺼내든 3-2 드롭존 카드

필리핀은 귀화선수 마커스 다우잇을 선발 멤버로 기용하지 않았다. 전날 카타르에게 68대77로 충격적 패배를 당했던 필리핀. 다우잇의 느슨한 움직임이 1차적인 원인.

경기가 끝난 뒤 빈센트 레이예스 필리핀 감독은 "다우잇이 뮤직비디오를 보는 등 경기에 대한 준비가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 쓸모없는 선수였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그는 경기가 끝난 뒤 '다우잇없이 한국전을 대비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노 코멘트"라고 말했지만, 결국 다우잇을 1쿼터 내내 기용하지 않았다.

필리핀은 여전히 강했다. 지난해 아시아선수권대회에서도 다우잇이 없는 필리핀이 한국에게 더 무서웠다. 외곽의 2대2 공격에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1쿼터 초반부터 필리핀은 빠른 패스와 코트를 넓게 쓰면서 개인기를 발휘했다. 결국 1쿼터 4분43초 앨런 챈에게 3점슛을 허용하며 7-17까지 끌려갔다.

그러자 곧바로 유재학 감독은 문태종을 투입했다. 수비를 3-2 드롭존으로 바꿨다. 필리핀전을 대비해 추가한 수비 전술이었다.

필리핀은 당황했다. 1쿼터 5분부터 약 3분간 무득점에 그쳤다. 하지만 한국은 문태종의 연속 5득점으로 추격을 시작했다. 결국 18-22, 4점 차로 뒤진 채 1쿼터를 마쳤다.

2쿼터=필리핀 가드진의 반격

2쿼터 초반에도 필리핀은 3-2 드롭존을 전혀 공략하지 못했다. 앞선에서 활동력이 제한된 필리핀 가드진은 골밑으로 파고드는 전략을 사용했다. 하지만 번번이 림이 외면했다.

그러자 한국이 힘을 냈다. 김태술의 뱅크샷과 김종규의 가로채기에 의한 속공 덩크가 나왔다. 2쿼터 7분19초를 남기고 문태종이 상대반칙과 함께 3점슛을 성공시키며 '4점 플레이'에 성공했다.

28-27, 한국의 1점 차 리드. 문태종의 패스에 의한 오세근의 골밑슛과 조성민의 3점포까지 터지면서 33-28로 리드를 잡았다.

하지만 필리핀은 만만치 않았다. 계속되는 3-2 드롭존의 파해법을 파악하기 시작했다. 특유의 개인기를 이용, 파고들면서 좌우 코너로 패스를 길게 빼줬다. 스크린의 작은 빈틈을 이용, 그대로 3점포를 터뜨리기도 했다.

짐 알라팍이 3개의 3점포, 앨런 챈이 2개의 3점포를 터뜨렸다. 그 과정에서 한국은 테크닉의 부족을 드러냈다. 이종현이 골밑슛을 놓쳤고, 김종규의 스크린 파울, 조성민의 공격자 파울이 연달아 나왔다. 결국 2쿼터 1분50초를 남기고 39-48, 9점차 리드를 당했다. 수비에서 혼란스러워지자, 한국의 공격력에도 영향을 미쳤다. 문태종만이 3점포와 자유투 5개를 얻으며 분전했다.

3쿼터=김태술이 바꾼 흐름

필리핀의 기세는 더욱 강해졌다. 한국은 수비에서 혼란이 왔다. 3-2 드롭존은 너무 오래썼다. 결국 필리핀 가드진이 완전히 파악했다.

한국이 수비 재정비를 하는 틈을 놓치지 않았다. 알프레드 테노리오와 앨런 챈의 3점포가 연속으로 터졌다. 결국 3쿼터 6분을 남기고 49-65, 16점 차까지 뒤졌다. 최대의 위기였다.

체력부담이 큰 문태종에게는 타이트한 대인마크가 붙은 상황. 한국 벤치에서는 수비로 승부를 걸었다. 양희종을 투입했다. 공격의 활로를 뚫는 3점포를 터뜨렸다.

양동근과 교체된 김태술이 공격을 이끌었다. 3점포를 포함한 연속 5득점. 오세근도 골밑에서 보이지 않는 활약을 했다. 63-70으로 뒤진 3쿼터 1분29초를 남기고 양희종이 투지넘치는 팀 인을 성공시켰다. 이어 김태술이 가로채기에 이은 속공 레이업슛을 성공시켰다.

3쿼터 21초를 남기고 조성민의 3점포까지 터졌다. 결국 71-72, 1점차로 뒤진 채 3쿼터를 마쳤다.

4쿼터=조성민의 포스트업 역습

치열한 힘대결이 이어졌다. 4쿼터 초반은 필리핀의 페이스. 필리핀 센터 준 파자도의 연속 득점으로 78-71로 앞서갔다.

하지만 한국은 김태술과 문태종의 3점포로 79-82로 추격했다. 여기에서 한국은 발상의 전환이 있었다. 조성민이 필리핀 가드진에게 포스트업을 시도했다.

상대적으로 키가 큰 조성민이 밀고 들어오자, 필리핀은 더블팀을 들어갈 수밖에 없었다. 이 상황에서 조성민은 문태종에게 두 차례 패스를 연결, 연속 5득점을 만들어냈다. 결국 4쿼터 5분36초를 남기고 84-82로 역전. 곧이어 조성민이 스스로 포스트 업으로 골밑슛을 성공시키며 86-82까지 앞서갔다.

하지만 필리핀의 가드진은 여전히 강했다. 짐 알라팍이 교묘하게 골밑을 파고들며 득점을 만들어냈다.

결국 88-88 동점. 테노리오가 얻은 자유투를 2개 중 1개만 성공시켰다. 88-89로 뒤진 상황. 1골 차의 승부.

양희종이 해결사 본능을 발휘했다. 양희종은 적극적인 골밑돌파로 2득점, 한국은 역전에 성공했다. 곧이어 경기종료 31.9초를 남기고 승부에 쐐기를 박는 3점포까지 작렬시켰다.

기세가 오른 한국 선수들은 온 몸으로 코트에서 하이파이브를 했다. 극성스러울 정도로 열정적인 응원을 펼친 필리핀 관중들은 순간 침묵에 빠졌다.

곧바로 한국은 필리핀 가드진을 막기 위해 스몰라인업으로 수비를 바꿨다. 필리핀의 두 차례 3점포는 모두 림을 외면했다. 지난해 아시아선수권대회 뼈아픈 패배를 극적으로 설욕하는 순간이었다. 인천=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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