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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농구 우리은행 한새가 2년 연속 통합우승을 차지했다. 지난 2012~2013시즌엔 삼성생명을, 이번엔 신한은행을 챔피언결정전에서 격파했다. 일부에선 지난 시즌 첫 통합우승 때 우리은행의 행보를 좀더 지켜보자고 했다. 하지만 이번 2연속 통합 우승으로 우리은행은 명실공히 여자농구의 최강임을 증명해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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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은행 구단주(이순우 회장)가 패배주의에 젖은 팀을 개혁하기 위해 칼을 뽑아들었다. 그 첫 번째 작업이 제대로 된 장수(감독)를 찾아오라는 것이었다. 실무진에 한 가지 오더를 내렸다. "명성 같은 거 보지 말고 감독이 하고 싶어 미칠 것 같은 사람을 찾아라"였다. 외압은 구단주가 다 막아주기로 약속했다. 실제로 외부에서 청탁이 많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은행 구단 실무진은 감독 후보 리스트업을 했다. 그 첫 번째 인물이 위성우 감독이었다. 위성우 감독은 동양(현 오리온스)과 모비스에서 수비전문선수로 활약했지만 이름값은 거의 없었다. 선수 은퇴 이후 신한은행 임달식 감독 밑에서 많은 우승을 경험했다.
우리은행 실무진이 위성우 감독이라면 성공할 수 있다고 본 세가지 이유가 있다. 여자농구판의 내면을 누구 보다 잘 알고 있다는 것, 그리고 성공한 팀에 있었다는 것, 마지막으로 스캔들 없이 농구에만 많은 시간을 투자한다는 걸 이유로 꼽았다. 이 점은 사령탑을 찾지 못해 고민하는 다른 조직에서도 참고할만한 사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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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농구팀은 조직 규모는 크지 않지만 관리를 잘못하면 사공이 많아서 배가 산으로 갈 위험이 크다. 그만큼 훈수를 두는 주변인들이 많다는 얘기다. 현재 6팀 모두 금융권 팀이라 경영진들끼리 경쟁이 치열하다. 그러다보니 회사 간부들이 서로 여자농구팀에 지원과 격려를 해주고 싶어한다. 그러다보니 부작용이 생긴다. 훈수의 정도가 지나칠 수 있다. 이럴 때 감독이 중심을 잡지 못하고 흔들릴 수 있다.
우리은행은 이런 잘못된 연결고리를 차단했다. 구단주가 나섰다. 보고 체계를 간소화했다. 또 선수단에 대한 모든 책임을 감독에게 맡겼다. 죽이 되든 밥이 되든 감독과 선수가 알아서 하라고 지시했다. 대신 사무국과 지원 스태프는 그들이 원하는 걸 지원만 할 수 있도록 해주었다. 그렇다고 방치하는 건 아니다. 먼 발치에서 항상 뭘 하는 지 유심히 지켜봤다.
이순우 구단주의 이 말이 인상적이다. "위 감독이 자꾸 나한테 중요한 선택을 할 때 물어봐요. 그러면 나는 이렇게 얘기합니다. 당신이 알아서 하고 책임도 당신이 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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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은행 선수들이 하나같이 하는 얘기가 있다. "경기가 없는 시간이 더 괴롭다. 차라리 경기를 하게 해달라." 우리은행은 정규리그 우승을 하고 챔피언결정 1차전까지 약 1주일 이상의 시간 동안 체력훈련에 가장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우리은행 구단 관계자들 조차 위성우 감독의 이 훈련 방식을 두고 의문을 달 정도였다. 가장 중요한 챔프 1차전을 앞두고 전술훈련이 아닌 체력을 끌어올리는데 열중했다.
선수들의 입에서 단내가 나게 뛰게 만들었다. 여자농구판에서 우리은행의 훈련 강도는 강하기로 정평이 나 있다. 간판 스타 박혜진은 "올스타전 휴식기가 싫었다"고 말했다. 양지희는 "우리는 이렇게 강하게 훈련을 해야 실전에서 이길 수 있다는 걸 몸이 알게 됐다"고 말했다.
다른 팀들은 이제 우리은행을 강한 체력의 팀으로 인정한다. 그래서 우리은행을 상대할 때 부담을 갖고 있다. 이건 싸우기도 전에 우리은행에 지고 들어가는 것과 마찬가지다.
다른 팀들은 이번 시즌을 준비하면서 우리은행 처럼 훈련 강도를 높이는데 주력했다. 하지만 그 누구도 우리은행을 넘어서지 못했다. 이미 우리은행은 체력적으로 따라올 수 없는 단계에 가 있기 때문이다.
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