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룡영화상후보작

스포츠조선

전창진 감독 퇴장, 선수 심리에 미치는 영향

류동혁 기자

기사입력 2014-03-22 18:02 | 최종수정 2014-03-23 06:01


감독의 퇴장. 코트의 선수들에게는 어떤 심리적인 효과를 가져올까. 아이러니컬한 부분이 많다. 4강 1차전 김도명 심판에게 거칠게 항의, 퇴장당한 전창진 감독의 모습. 사진제공=KBL

1차전의 가장 큰 변수. KT 전창진 감독의 1쿼터 퇴장.

경기 분위기를 완전히 뒤바꾼 메가톤급 변수였다. 창원에서 열린 4강 플레이오프 1차전 1쿼터 5분11초. 조성민이 골밑 공격리바운드를 잡는 과정에서 LG 데이본 제퍼슨이 공격리바운드를 잡기 위해 조성민을 향해 뛰어올랐다. 결국 충돌, 조성민은 그대로 떨어지면서 머리와 허리에 충격을 받았다. 전창진 감독은 충돌지점에 가장 가까이 있던 김도명 심판을 향해 돌진하면서 강하게 어필했다. 그 과정에서 전 감독은 여러차례 몸으로 김 심판을 밀었고 결국 퇴장했다.

전 감독은 "자제했어야 했는데, 순간 참을 수 없었다. 6강부터 심판 콜이 이상했다"고 말했다. 플레이오프에서 김 심판과의 심리적 충돌이 있었다는 의미. 6강 4차전에서 전 감독은 김도명 심판에 대해 계속 항의를 했다. 경기 후반에는 판정에 대해 트레이드 마크같은 '야유'섞인 박수를 쳤다. 플레이오프 최다승(41승) 사령탑인 전창진 감독이 순간적으로 흥분했다는 해석은 너무 단편적이다. 객관적인 전력이 LG에 비해 좋지 않은 KT. 판정에 대한 불리함에 대해 강한 어필로 분위기 전환하려는 복합적인 의미가 숨겨져 있다.

1쿼터 LG는 KT를 완전히 압박했다. 파틸로 공격에 대한 김종규의 블록슛과 문태종의 블록슛으로 KT의 6강 상대인 전자랜드와 수준이 다른 높이의 위력까지 보여준 상태.

9-2로 리드를 잡은 LG. 전 감독의 퇴장으로 4개의 자유투까지 얻었다. 문태종은 모두 넣으며 확실한 기선제압에 성공했다.

그런데 여기에서 반전이 일어났다. 한때 16점 차까지 벌어졌던 점수를 KT가 야금야금 추격했다. 26-30으로 전반전을 마친 KT는 3쿼터 초반 전태풍의 자유투 3개, 송영진의 연속 3점슛, 아이라 클라크의 골밑슛을 묶어 37-30으로 역전까지 했다.

결국 전 감독의 퇴장이 경기에 엄청난 반전을 가져왔다. 이성적으로 생각해보면 점수차가 벌어진 상황에서 감독까지 퇴장당했다. 당연히 LG가 절대적으로 유리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경기는 KT의 분위기였다.

왜 그럴까. 두 가지 이유가 있다. 모두 심리적인 부분이다. 코트에서 경기를 하는 것은 선수들이다. 단기전의 특성상 플레이오프는 분위기에 매우 민감하다. 부담을 많이 가지고 경기를 하기 때문이다.


사령탑이 퇴장당한 팀 선수들은 심리적으로 안정감을 되찾는 아이러니컬한 상황에 직면한다. 감독이 없다는 절박한 위기의식과 함께, 잃을 게 없다는 홀가분함이 더해진다.

이 부분은 사령탑이 강한 어필을 할 때와 연결된다. 코트에서 선수들이 불이익을 당했다고 느꼈을 경우, 사령탑이 강하게 항의하면 일종의 심리적인 방어막이 형성된다. LG 김종규는 "대학 시절 경희대 최부영 감독님께서 경기 초반 의도적으로 강하게 어필하신 적이 많다. 선수 입장에서는 심리적으로 매우 편안해진다"고 했다.

반면 상대팀 입장에서는 부지불식 간에 느슨함이 스며든다. 1차전 LG가 그랬다. 1차전 4쿼터에서 결정적인 3점슛 2방을 폭발시킨 박래훈은 "점수차가 많이 벌어지고 전 감독님이 퇴장당하다 보니까 안일한 플레이가 있었던 것 같다"고 했다. 김종규 역시 "방심한 부분이 있다. 앞으로 잘 생각해 봐야 할 문제"라고 덧붙였다.

게다가 심판의 콜 역시 부지불식 간에 퇴장당한 팀에게 좀 더 유리한 방향으로 선회한다.

이런 부분이 겹쳐지면서 KT는 거센 추격을 했고, LG는 고전을 면치 못했다. 게다가 LG의 젊은 선수들은 이런 분위기 변화에 대해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했다. 이런 분위기를 잘 알고 있는 LG 김 진 감독 역시 후반전에 적극적인 어필로 선수들의 심리적인 공백을 메우기 위해 고군분투했다.

이런 효과 때문에 노련한 감독들은 과감한 어필을 적재적소에 활용하기도 한다. 경기 초반 테크니컬 파울을 당해 상대에게 자유투를 헌납하더라도 전체적인 경기를 따졌을 때 이익이라 여기는 사령탑들이 상당 수 존재한다. 반면 상황마다 끈질기게 판정에 대해 항의하지만, 마지노선을 넘지 않는 감독들도 있다. 대표적으로 모비스 유재학 감독이 그런 스타일이다.

KCC 허 재 감독, KT 전창진 감독은 몇 년 전 "내가 과격한 어필로 판정항의를 많이 하는 것 같지만, 잘 살펴보면 유재학 감독은 선을 넘지 않으면서도 항의횟수는 더 많다"고 말하기도 했다.

4강 1차전 결국 혈투 끝에 LG가 재역승을 거뒀다. 4강과 챔프전, 앞으로 중요한 경기들이 남아있다. 판정과 거기에 따른 코칭스태프의 대응. 단기전의 승부를 가를 또 다른 강력한 변수다. 창원=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