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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분석] 너무 강렬했던 '주희정 타임' SK 완승

류동혁 기자

기사입력 2014-03-13 21:03


13일 오후 서울 잠실학생체육관에서 2013-2014 프로농구 6강 플레이오프 1차전 오리온스와 SK의 경기가 열렸다. SK 김선형(왼쪽)과 주희정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잠실학생체=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 2014.03.13.

너무나 강렬했던 '주희정 타임'이 사실상 승부를 갈랐다. SK가 먼저 웃었다. 오리온스를 완파했다.

SK는 13일 서울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린 프로농구 플레이오프 6강(5전3선승제) 1차전에서 오리온스를 84대73으로 눌렀다. 주희정(11득점, 2리바운드)과 김선형(19득점, 3리바운드)이 흐름을 장악했다. 오리온스는 허일영(12득점, 4리바운드)과 리처드슨(21득점, 7리바운드)이 분전했다.

플레이오프는 순간 순간 흐름이 바뀐다. 승부처가 매우 많다. 특히 겉으로 보이는 화려한 플레이보다, 중요한 순간의 의미있는 플레이가 더욱 중요하다. 쿼터별 분석은 그래서 필요하다. 시시각각 변하는 경기흐름을 주도한 주인공들을 분석했다.

1Q=이현민(오리온스)

경기 전 양팀 사령탑의 브리핑을 살펴보자. 경기의 맥을 짚는데 도움이 된다. SK 문경은 감독은 "오리온스를 불편하게 할 것"이라고 했다. 오리온스는 장신 포워드가 많다. 때문에 1-4 작전(1가드, 4포워드)을 많이 쓴다. 센터가 없는 대신 기동력있는 포워드를 집중 투입, 미스매치를 유발한다. 거기에 대해 문 감독은 정통센터 심스를 중용, 상대 골밑을 정석적으로 공략하겠다는 의미. 반면 추일승 감독은 "심스에 대한 수비를 준비했다. 관건은 속도전에서 우리가 주도하는 것"이라고 했다.

의외의 전술은 1쿼터 초반 살짝 나왔다. 김선형의 포스트 업이었다. 오리온스 주전 포인트가드 이현민(1m74)과 김선형(1m87)의 미스매치를 활용한 깜짝 전술. 하지만 포스트 업에 능하지 않은 김선형의 골밑 공격은 여의치 않았다.

다시 경기는 정상적으로 돌아왔다. 기 싸움에 치열했다. 보이지 않는 숨막히는 몸싸움과 자리다툼이 이어졌다. 가장 돋보인 선수는 이현민이었다. 1쿼터 오리온스는 4개의 속공을 성공시켰는데, 그 중 3개가 이현민으로부터 출발했다. 리그 최고의 속공수 김선형을 앞에 두고 그랬다. 스틸도 3개나 했다.

SK는 베스트 5가 탄탄하다. 하지만 오리온스는 선수층이 두텁다. 추 감독은 "4쿼터 중반까지 접전을 몰고가면 승산이 커진다"고 했다. 1쿼터 오리온스는 쓸데없는 반칙이 많았다. 결국 16-17로 뒤졌다. 하지만 분위기는 오리온스가 미묘하게 유리했다. 그런 흐름은 이현민으로부터 출발했다.


2Q= 주희정(SK)

SK는 기어를 바꿨다. 주희정을 교체로 나왔다. 확실히 노련했다. 그가 투입되면서 SK 공격의 효율성이 높아졌다.

8분48초를 남기고 주희정의 행운의 3점포가 림을 통과했다. 19-19, 균형을 깨뜨리는 득점. 6분14초를 남기고 리차드슨의 볼을 스틸했다. 그 과정에서 리차드슨은 거친 파울로 테크니컬 파울. 주희정은 자유투 2개를 모두 성공시켰다. 보이지 않는 활약도 훌륭했다. SK의 볼 흐름 자체가 안정적으로 변했다. 스크린과 볼 없을 때 제대로 밸런스를 맞추면서 공격의 효율성이 극대화됐다. 서서히 균형이 깨지기 시작했다.

5분31초를 남기고 주희정이 대시하던 김선형에게 속공연결하는 장면은 압권. 2쿼터 막판 2차례의 3점슛까지. 11득점, 야투율 100%. 게다가 SK는 3-2 드롭존까지 안정적으로 쓸 수 있는 보너스까지 얻었다. 결국 SK의 폭풍같은 질주. 전광판에 찍힌 점수는 48-31, 17점차 리드. '주희정 타임'이었다.


13일 오후 서울 잠실학생체육관에서 2013-2014 프로농구 6강 플레이오프 1차전 오리온스와 SK의 경기가 열렸다. 오리온스 리처드슨이 SK 최부경의 마크를 넘어 슛을 시도하고 있다.
잠실학생체=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 2014.03.13.
3Q=리처드슨(오리온스)

3쿼터 초반은 중요했다. 17점차. SK가 20점 이상의 리드만 잡으면 오리온스의 심리적인 마지노선이 무너질 수 있었다.

오리온스는 반격에 나섰다. 리처드슨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SK는 박승리를 마크맨으로 붙였다. 소용없었다. 연속 9득점. 마크맨을 헤인즈로 바꿨지만, 여전히 막지 못했다. 완전히 흐름을 바꿨다.

이현민과 성재준의 3점포까지 터졌다. 허일영마저 3분13초를 남기고 사이드에서 3점포를 폭발시켰다. 54-56, 2점차까지 오리온스는 추격했다.

절체절명의 순간에서 SK 김선형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3점포를 시작으로 연속 9득점. 빠른 스피드를 이용한 반칙유도로 자유투를 꼬박꼬박 넣었다.

오리온스는 플레이오프 경험 부족을 드러냈다. 파울 트러블이 일찍 걸린 상황에서 세 차례나 쓸데없는 파울을 범했다. 결국 SK는 자유투로 쉽게 득점하며 오리온스의 맹추격을 벗어날 수 있었다. 자유투를 유도한 김선형이 큰 경기에서 한 단계 성장했다는 의미이기도 했다. 결국 69-59, 10점차의 SK 리드.

4Q=박승리(SK)

3쿼터 리온 윌리엄스는 너무 부진했다. 오리온스가 택할 수 있는 방법은 단 하나 뿐이었다. 리처드슨을 중심으로 한 오펜스였다.

SK는 다시 박승리를 매치업 상대로 붙였다. 여기에서 오리온스의 공격이 막혔다. 3쿼터까지 박승리의 반칙은 3개. 하지만 4쿼터 막판까지 단 하나의 반칙을 범하지 않았다. 하지만 거친 몸싸움으로 리처드슨의 예봉을 꺾었다. 리처드슨이 기록한 4쿼터 득점은 단 2점. 박승리가 리처드슨을 봉쇄하자 SK는 헤인즈가 공격에 전념할 수 있었다. 박승리는 경기종료 7분 전 귀중한 공격 리바운드를 여러차례 잡아내며 득점으로 연결했다. 수비부담을 던 헤인즈는 공격에 집중력을 보였다. 결국 점수차는 더욱 더 벌어졌다. 4쿼터 SK가 굳히기를 할 수 있었던 이유. 박승리의 수비였다.

PS) 판정 얘기를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동안 플레이오프에서 심판은 늘 도마에 올랐다. 하지만 전자랜드-KT와의 1차전(물론 전반 애매한 판정이 있긴 했지만, 불가피한 오심이었다)과 이날 경기에서 판정은 훌륭했다. 플레이오프는 수비가 훨씬 더 치열하다. KBL의 나쁜 특징 중 하나는 수비할 때 손을 많이 쓴다는 점이다. 때문에 판정하기 매우 까다로운 부분이 있다. 가장 인상적인 것은 일관된 기준이었다. 정당한 몸싸움에 대해서는 아무리 과격한 동작이 나와도 휘슬을 불지 않았다. 바람직한 부분이다. 반면 슛동작에서의 핸디 체킹이나 손을 이용한 과격한 파울은 엄격했다. 게다가 헤인즈의 과격한 몸동작(2쿼터 6분경)에 대한 주의와 리처드슨의 테크니컬 파울도 적절했다. 때문에 경기는 너무나 흥미롭게 진행됐다. 게다가 일관된 스크린 파울 판정(4쿼터 심스와 장재석의 스크린 동작에 의한 두 차례의 오펜스 파울)은 분명 필요한 부분이다. 이날 심판진은 강민호, 신동재, 홍기환. 아낌없는 박수를 보낸다. 잠실학생체=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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