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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단독선두 오른 SK, "마지노선은 4강 직행"

이명노 기자

기사입력 2014-01-27 10:36



SK가 다시 단독선두로 치고 나갔다. 유례 없는 3강 싸움에서 SK가 바라보는 곳은 어디일까.

올시즌 프로농구는 지난 시즌 정규리그, 챔피언결정전 우승팀인 SK, 모비스에 확 바뀐 팀컬러로 도약한 LG까지 3강 체제를 이루고 있다. 반환점을 돈 상태에서 양강 레이스로 전개된 적은 많았지만, 3강 구도가 이토록 오래 유지된 건 프로농구 출범 이래 최초다.

LG는 확실히 팀이 성장했다. '해결사' 문태종을 데려온 데다 지난 시즌 종료 후 트레이드로 1순위 가드 김시래를 품에 안았다. 올해 신인드래프트에서는 대학 최고 센터 김종규를 1순위로 지명했다. 2년간 1순위 선수를 모두 갖게 된 것. 대형선수 한 명만 영입해도 팀이 확 바뀔 수 있는데 LG는 베스트5를 완전히 물갈이했다. 여기에 외국인선수 데이본 제퍼슨과 크리스 메시의 조합도 성공적이었다.

반면 지난 시즌 정규리그와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나눠 가진 SK와 모비스는 큰 변화가 없었다. 두 팀 모두 외국인선수 2명 모두 재계약했고, 이렇다 할 선수 보강은 없었다. SK는 혼혈선수 박승리를 데려왔고, 김시래를 내준 모비스는 그 자리를 패기 넘치는 신예 이대성으로 채운 정도다. 전력 변화는 크지 않다고 볼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SK가 5연승을 내달리며 단독 선두(28승11패)로 치고나갔다. 5라운드가 시작되고 3전 전승이다. 재미있는 점은 SK가 5라운드 개시 후 그동안의 약점을 털어내는데 집중했다는 것이다. 4라운드까지 1승3패로 밀렸던 LG전 승리가 그 방점이었다.

SK는 올시즌 유독 LG 상대로 고전했다. 1라운드 승리 이후 내리 3연패를 당했다. 1라운드는 LG에 김종규가 가세하기 전이었다. 현재 전력으로 치른 경기에선 모두 패한 것이었다. 올시즌 모비스 상대로 4전 전승을 거두는 것과는 상반된 모습이었다. 자칫 3강 구도에서 LG 상대 약점이 아킬레스건이 될 수도 있었다.


공동 선두를 달리고 있는 서울 SK와 창원 LG의 2013-2014 프로농구 경기가 26일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렸다. SK 문경은 감독이 주먹을 불끈 쥐고 기뻐하고 있다.
잠실학생=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14.01.26/
26일 경기도 완벽하진 않았다. SK는 26일 LG와의 홈경기에서 73대72로 극적인 역전승을 거뒀다. 하지만 그동안 LG 상대로 고전했던 부분도 여전했다. 4라운드 때 33점이나 허용했던 제퍼슨은 3쿼터까지 5득점으로 봉쇄했지만, 4쿼터에 10점을 내줬다. 유독 고전했던 2-3 지역방어 공략에선 성공한 부분도 있었지만, 완전치 않았다.

문경은 감독은 그동안 LG 상대 약점에 대해 고심했다. 그는 "지난 시즌엔 우리가 분위기를 타서 정규리그 우승을 했다. 이번엔 LG가 워낙 분위기가 좋다. 제퍼슨도 1,2라운드와 확연히 달라졌다"며 LG를 경계하고 있었다. 지난 시즌 챔피언결정전 4전 전패의 아픔 탓에 선수들이 모비스 상대로는 이를 악물고 하는데 LG 상대로 고전하는 게 영 마음에 걸리는 듯했다.


문 감독은 LG를 넘기 위해 고심했다. 5라운드 첫번째, 두번째 경기였던 22일 동부전과 24일 전자랜드전은 LG 상대 약점을 극복하는 시험대였다. 동부전에선 2-3 지역방어를 깨는 데 집중했다. 선수들이 LG 탓에 2-3 지역방어 트라우마에 시달리자, 차근차근 해법을 만들어갔다. 이날 외곽이 터지면서 해법을 찾아가는 듯 했다.

전자랜드전에선 상대 에이스 리카르도 포웰의 수비에 집중했다. 변칙수비와 도움수비로 포웰을 5득점으로 봉쇄했다. 이는 포웰을 제퍼슨으로 가정하고 막은 것이다. 둘 모두 팀의 에이스로 내외곽을 오가며 괴물 같은 득점력을 뽐낸다. SK는 가상의 제퍼슨을 상대로 확실한 수비법을 익혔다고 볼 수 있다.

이제 남은 시즌을 바라볼 때다. 1,2위 팀에겐 4강 직행 티켓이 주어진다. 사실 이쯤 되면 플레이오프 대비를 할 시기지만, 올시즌엔 3강 체제가 아직까지 계속 되면서 이마저도 수월하지 않게 됐다.

문 감독은 "지난 시즌 4강에서 KGC 상대로 고전했고, 챔피언결정전에서 전패를 당했다. 한 시즌 해봤으니, 플레이오프 대비 비중도 늘려야 할 것 같다"며 "특정팀에 대한 수비 등 단기전에 대한 준비도 분명히 하겠다. 승부를 가리는 시간인 만큼, 선수들도 투지와 열정을 보이지 않으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남은 시즌은 26일 LG전처럼 특정팀 상대 약점을 제거하는 시간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 과정에서 자연히 순위싸움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다. 문 감독은 "1,2위로 4강에 가는 게 중요하다. 기회가 왔을 때 잡아야 한다. 마지노선은 4강 직행이다"라고 했다.


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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