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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정 안에서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향후 거대한 후폭풍을 몰고올 수 있는 문제의 장면이기도 했다.
논란이 되는 부분은 경기 막판 이선화가 성공시킨 자유투 4개다. 이 자유투 4방이 아니었다면 우리은행의 극적인 역전승도 없었다. 그런데 실제로 이 자유투를 얻어낸 선수는 양지희였다. 사정은 이렇다. 경기 막판 양지희가 첫 번째 자유투 2구를 얻어냈다. 그런데 양지희가 오른 손목을 감싸쥐었다. 우리은행 관계자에 따르면 "원래 손목이 안좋았다. 경기를 치르다 통증이 심해졌다"고 설명했다. 그래서 자유투를 제대로 쏠 수 없었다. 그래서 대체 선수인 이선화가 들어와 자유투 2개를 성공시켰다.
여기까지는 상식적으로 이해가 가는 부분이다. 자유투를 얻어낸 선수가 도저히 자유투를 쏠 수 없을 때는 대신 교체돼 들어오는 선수가 슛을 할 수 있다. 어느 농구 리그 규정에도 다 있다.
참 애매한 상황이다. 자유투를 못던질 정도로 아픈 선수가 다시 코트에 나와 파울을 얻어내 또 자유투를 못던졌다. 남자프로농구의 경우 이런 상황 규칙이 명확하다. 자유투를 못던져 나간 선수는 다시 코트에 들어설 수 없다. 다시 말해, 골절 같은 정말 큰 불의의 부상이 아니라면 그 선수가 자유투를 던져야 한다는 뜻이다. 그런데 여자프로농구는 다르다. 사실 여자농구도 지난해까지는 이 상황이라면 코트를 떠난 선수가 해당 쿼터에는 다시 출전할 수 없었다. 그런데 이번 시즌을 앞두고 국제농구연맹(FIBA)룰로 바꿨다. 보통의 프로 룰보다 더욱 엄격한 부분이 많다. 그런데 FIBA룰에 따르면 자유투 상황서 부상으로 떠난 선수가 다시 코트에 들어서고, 또 자유투를 던지는 것에 대한 어떠한 제재도 없다.
결론을 내보자. 결국 이날 경기 우리은행이 선택한 장면들은 규정상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규정 안에서 거둔 승리이기에 이를 비난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다. 문제는 향후 이 제도가 도의적으로 악용될 수 있다는 것이다. 자유투 성공률이 좋지 않은 선수가 아픈척 연기를 하면 그만이다. 물론, 이날 양지희가 아프지 않은데 아픈 연기를 했다는 얘기는 절대 아니다. 우리은행은 슛을 던지는 오른 팔목에 이전부터 부상이 있었다고 확인해줬다.
그런데 가장 중요한 건 선수가 부상이 생겨 도저히 자유투를 던질 수 없을 정도로 아프다고 하면 심판은 그 말을 믿고 바꿔줘야 한다는 것이다. 경기 도중 엑스레이, MRI 정밀검진을 할 수도 없다. 또, 조금 쉬었더니 다시 뛸 만하다고 하면 코트인을 인정해야 한다. 그렇다고 향후 경기서 A팀의 어떤 선수가 아프다며 자유투 교체를 요구했는데 그 때 심판이 이를 인정하지 않는다면 우리은행-KB스타즈전을 빌미로 충분히 이의를 제기할 수 있다.
물론, 이 제도를 악의적으로 이용해 승리를 챙긴다면 누구에게도 인정받지 못하는 비겁한 승리가 된다는 점을 여자농구계가 명심해야 할 필요가 있다. 또 WKBL은 FIBA룰로 개정을 해 경기 속도를 업그레이드시키는 등에서 효과를 본 것에 만족해하지 말고, 이런 세세한 규정에 대한 검토를 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