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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은행 박혜진, 김민구 이대성 능가하는 역대급 포텐

류동혁 기자

기사입력 2014-01-14 12:36


우리은행 박혜진. 사진제공=WKBL

여자프로농구의 한 베테랑 코치는 "쟤는 정말 좋은 선수다. 지금도 잘하고 있지만, 가지고 있는 기능을 볼 때 얼마만큼 성장할 지 알 수 없는 엄청난 잠재력을 지녔다"고 했다. 박건연 전 우리은행 감독 역시 "고교 시절부터 레벨이 달랐다. 잘 성장하고 있는데, 앞으로 훨씬 더 좋아질 선수"라고 극찬했다.

주인공은 우리은행 박혜진이다.

일단 프로필을 보자. 2008년 신인 드래프트 전체 1순위. 그 시즌 신인상을 받았다. 유망주로 머물러 있던 박혜진은 우리은행이 지난 시즌 우승을 차지하면서 핵심으로 등장했다.

지난 시즌 자유투상을 받고, 베스트 5에 포함됐다.

올 시즌에도 여전히 좋다. 평균 13.2득점, 4.8리바운드, 3.6어시스트를 기록하고 있다. 올 시즌 여전히 부동의 선두를 달리고 있는 우리은행의 핵심으로 손색이 없다.

하지만 이런 기록만으로 박혜진을 제대로 평가할 수 없다. 그의 키는 1m78이다. 여자 포인트가드 중 매우 큰 편이다. 게다가 윙스팬도 길다.

운동능력이 매우 뛰어나다. 장신이면서 스피드가 최상급이다. 때문에 그의 골밑돌파는 매우 위력적이다.

여기에 슈팅력도 탁월하다. 박 전 감독은 "박혜진은 여자선수가 가장 뛰어난 슈팅 터치를 지녔다. 밸런스가 좋아서 슛 거리도 길다"고 했다. 이같은 교과서적인 슛폼으로 그는 역대 자유투 연속 타이(42개)기록까지 작성했다. 여기까지는 공격형 포인트가드가 갖출 수 있는 부분이다. 국내에도 이 정도의 가드들은 있다.


그런데 박혜진은 게임리드 능력도 매우 좋다. 타고난 센스가 있다. 패싱능력이나 전체적인 게임 조율도 충분히 소화할 수 있다. 여기에서 타고난 감각의 드리블로 퀵 앤 슬로를 자연스럽게 구사한다. 게다가 성실함도 돋보인다. 전주원 우리은행 코치는 "매일 밤 늦게까지 연습하는 악바리"라고 말했다.

여기까지 보면 박혜진은 잠재력은 역대급이다. 허 재 이후 가장 뛰어난 재능이다.(물론 정상헌이라는 엄청난 잠재력을 지닌 선수가 있긴 했다. 하지만 사생활이 문제였다.)

현재 남자농구에서 가장 뛰어난 잠재력을 지닌 김민구나 이대성과 비교해도 떨어지지 않는다. 오히려 박혜진이 더 앞서는 부분이 있다.

김민구는 완성형에 가까운 가드다. 타고난 센스를 바탕으로 농익은 게임조율능력과 정확한 외곽슛을 동시에 갖추고 있다. 김민구의 가장 큰 미덕은 클러치 상황에 매우 강한 승부사적 기질을 갖췄다는 점이다. 그러나 운동능력은 평범한 편이다. 스피드가 그리 뛰어난 편은 아니다. 특유의 감각으로 강약조절로 이런 약점을 강점으로 승화시키고 있다. 파워가 약해 벌크업을 해야 하는 숙제도 있다. 보완이 가능하지만, 최소 2~3년은 걸릴 수 있는 부분이다.

이대성은 아직까지 미완의 대기다. 운동능력이 좋고 슈팅력도 매우 좋은 선수다. 게다가 탁월한 테크닉도 지니고 있다. 그러나 세부적으로 보완해야 할 부분이 많은 가드다.

전체적으로 분석해 보면 박혜진이 성장할 수 있는 잠재력이 김민구나 이대성에 비해 떨어지지 않는다. 오히려 앞서는 부분이 많다.

박혜진 역시 약점이 있다. 일단 포인트가드의 역할과 슈팅가드의 역할을 기계적으로 구분하는 경향이 있다. 1번에 배치될 경우 아직까지 게임리드에 치중한다. 공격력을 조화롭게 발휘하지 못하는 부분이 있다. 슈팅가드로 뛸 때는 공격력 자체는 좋아지지만, 역시 게임리드를 조화롭게 연결하는 경기력은 부족하다. 때문에 경기마다 기복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또 하나의 약점은 자신의 신체적 장점들을 실전에서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전 코치는 "아직까지 수비수를 붙여서 반칙을 유도한다든지 하는 자연스러운 몸싸움 능력이 떨어지는 편"이라고 했다. 프로 5년 차지만, 아직까지 경험이 부족한 부분이다. 소극적인 성향과 맞물려 있다. 하지만 이런 점들은 경험이 쌓이면서 급격히 변화할 수 있는 부분이다.

최근 박혜진은 의미있는 경험을 했다. 그는 아시아선수권대회 대표팀에 선발됐다. 그는 "소극적인 경향이 있었다. 하지만 대표팀에서 베테랑 선배들의 플레이를 보면서 '나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고 했다. 이른바 대표팀 효과다.

이런 경험은 양동근과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모비스에서 성장에 성장을 거듭하던 양동근은 대표팀 경험을 얻은 뒤 "뛰어난 선배들과 함께 경기를 하면서 '나도 주눅들지 않고 동등한 플레이를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고 했다. 양동근과 박혜진의 똑같은 경험이다.

이같은 경험을 바탕으로 박혜진은 올 시즌 더욱 적극적인 플레이를 하고 있다. 지난 시즌 임영희를 주축으로 박혜진이 보조하는 역할이었다면, 올 시즌에는 박혜진이 주도적으로 플레이하는 경우가 많다. 이 부분이 우리은행의 꽉 짜여진 공수 조직력 속에서 발휘된다는 점이 더욱 고무적이다.

박혜진은 "아직도 1, 2번에 대한 역할 구분이 심한 편이다. 리딩과 공격을 함께 해야 하는데, 아직도 부족한 게 많다"고 했다. 전 코치는 "장기적으로 박혜진은 공격형 포인트가드로 대성해야 한다"고 했다. 그가 가진 기량을 볼 때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여자프로농구 역사상 이런 유형의 선수는 없었다. 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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