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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일승 감독의 극단적 모험, 오리온스를 확 바꿨다

김용 기자

기사입력 2014-01-05 17:49


5일 고양체육관에서 남자프로농구 고양오리온스와 창원LG의 경기가 열렸다. LG 김종규(왼쪽 두 번째)가 치열한 골밑 다툼 속에 슈팅을 시도하고 있다.
고양=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2014.01.05

조효현-임종일-최진수-장재석-앤서니 리처드슨.

5일 고양실내체육관에서 열린 LG전을 앞두고 오리온스 추일승 감독이 선택한 스타팅라인업이었다. 한눈에 봐도 파격이었다. 추 감독은 경기 전 4일 열린 KT와의 트레이드 매치에서 69대78로 완패한데 대해 "선수들이 안일하게 생각을 했다"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그렇게 전날 스타팅으로 나섰던 김동욱 전정규 한호빈 리온 윌리엄스 등 주전급 선수들을 LG전에서 모두 빼버렸다. 그런데 이 모험수가 완전히 통했다. 82대75로 승리를 챙겼다. 점수차는 박빙이었지만 내용은 오리온스의 완승이었다. 이번 시즌 오리온스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잘 보여준 한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동안 정체됐던 오리온스 농구, 스피드 농구로 탈바꿈했다. 추 감독은 승기를 잡은 3쿼터 중반까지 김동욱, 전정규를 아예 투입시키지 않았다. 윌리엄스의 출전도 제한적이었다. 분명히 이날 경기 중심은 리처드슨이었고, 리처드슨이 체력적으로 지칠 타이밍에만 잠시 교체를 해줬다. 조효현 대신 이현민이, 임종일 대신 성재준이 뛰는게 전부였다.

이름값에서는 떨어졌지만 팀 체질이 완전히 개선된 라인업이었다. 5명이 모두 뛰는 농구를 했다. 특히 리처드슨-장재석-최진수의 삼각편대가 빛났다. 세 사람 모두 크지는 않지만 빠르고 탄력을 갖춘 선수들이었다. 세 사람이 쉴 새 없이 속공을 뛰어대자 LG는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속공만 있는게 아니었다. 5명의 선수가 쉴 새 없이 돌파를 시도하고 활발하게 움직이며 빈자리를 찾았다. 특히, 포인트가드 이현민이 자기 색깔을 완전히 찾은 듯 보였다. 원래 세트 오펜스보다는 빠른 속공 농구에 최적화된 가드다. 상대를 헤짚는 돌파, 어시스트, 득점이 빛났다. LG는 오리온스의 파격 라인업에 전혀 대처를 하지 못한 듯 곳곳에서 수비 약점을 노출했다. 외곽에서 찬스가 이어졌다. 최진수가 혼자 3점슛을 3방이나 터뜨리는 등 3점슛도 6개가 나왔다.

사실 이 극단적인 라인업의 문제는 수비였다. LG는 김종규 크리스 메시 데이본 제퍼슨 등 센터진의 높이가 좋은 팀. 상대적으로 높이에서 밀리는 오리온스가 수비에서 무너진다면 공격이 아무리 활발하더라도 이길 수 없었다. 이날 수비의 주역은 장재석이었다. 오리온스가 점수차를 확 벌리며 승기를 잡은 2쿼터를 보자. 추 감독은 상대 외국인 센터 메시에 장재석을 붙이고, 리처드슨에게 문태종 수비를 맡겼다. LG의 해결사는 문태종이라는 전제에, 메시에 줄 점수를 주더라도 문태종을 확실히 막자는 계산이었다. 그런데 장재석이 기대 이상으로 메시와 제퍼슨을 잘 막아냈다. 최진수의 적극적인 도움수비도 큰 역할을 했다. 그렇게 골밑만 주야장천 공략하던 LG는 골밑에서 득점에 성공하지 못하자 스스로 '멘붕'에 빠지고 말았다. 장재석은 특히 괴물신인 김종규와의 맞대결에서도 전혀 밀리지 않는 모습을 보이며 추 감독을 흡족하게 했다. 완벽히 자신감을 찾은 모습이었다.

오리온스의 가장 대표적인 공격 루트는 김동욱과 외국인 선수들의 2대2 공격이었다. 하지만 너무 뻔한 패턴이 이어지다보니 상대에 공격 루트를 간파하는 경우가 많았다. 잘 될 때는 좋지만 이 공격이 막히다 보면 공격 밸런스 전체가 무너졌다. 수비 역시 조직적인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하지만 상위팀 LG전 완승을 통해 남은 시즌 희망을 엿볼 수 있었다. 쉴 새 없이 뛰는 젊고 빠른 농구, 단순히 보기에 재밌는 것 뿐 아니라 오리온스가 승리를 챙길 수 있는 길이었다.


고양=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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