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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효현-임종일-최진수-장재석-앤서니 리처드슨.
이름값에서는 떨어졌지만 팀 체질이 완전히 개선된 라인업이었다. 5명이 모두 뛰는 농구를 했다. 특히 리처드슨-장재석-최진수의 삼각편대가 빛났다. 세 사람 모두 크지는 않지만 빠르고 탄력을 갖춘 선수들이었다. 세 사람이 쉴 새 없이 속공을 뛰어대자 LG는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속공만 있는게 아니었다. 5명의 선수가 쉴 새 없이 돌파를 시도하고 활발하게 움직이며 빈자리를 찾았다. 특히, 포인트가드 이현민이 자기 색깔을 완전히 찾은 듯 보였다. 원래 세트 오펜스보다는 빠른 속공 농구에 최적화된 가드다. 상대를 헤짚는 돌파, 어시스트, 득점이 빛났다. LG는 오리온스의 파격 라인업에 전혀 대처를 하지 못한 듯 곳곳에서 수비 약점을 노출했다. 외곽에서 찬스가 이어졌다. 최진수가 혼자 3점슛을 3방이나 터뜨리는 등 3점슛도 6개가 나왔다.
사실 이 극단적인 라인업의 문제는 수비였다. LG는 김종규 크리스 메시 데이본 제퍼슨 등 센터진의 높이가 좋은 팀. 상대적으로 높이에서 밀리는 오리온스가 수비에서 무너진다면 공격이 아무리 활발하더라도 이길 수 없었다. 이날 수비의 주역은 장재석이었다. 오리온스가 점수차를 확 벌리며 승기를 잡은 2쿼터를 보자. 추 감독은 상대 외국인 센터 메시에 장재석을 붙이고, 리처드슨에게 문태종 수비를 맡겼다. LG의 해결사는 문태종이라는 전제에, 메시에 줄 점수를 주더라도 문태종을 확실히 막자는 계산이었다. 그런데 장재석이 기대 이상으로 메시와 제퍼슨을 잘 막아냈다. 최진수의 적극적인 도움수비도 큰 역할을 했다. 그렇게 골밑만 주야장천 공략하던 LG는 골밑에서 득점에 성공하지 못하자 스스로 '멘붕'에 빠지고 말았다. 장재석은 특히 괴물신인 김종규와의 맞대결에서도 전혀 밀리지 않는 모습을 보이며 추 감독을 흡족하게 했다. 완벽히 자신감을 찾은 모습이었다.
고양=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